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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고려인동포 1세 할머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논픽션으로서 본인이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8월9일 아침, 코르사코프를 가기위해 마르쉬루뜨까(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잠시 후 희끗한 백발의 고려인 할머님께서 차 안으로 올라타셨다. 자리를 찾기위해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할머님, 여기 앉으세요"
그 할머님은 한국어를 알아들으시고서 내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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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경상북도 의성군 출신인데 거기는 면들이 많았지~ 안평면도 있고 신평면도 있고~ 거긴 마늘로 유명햐~"
"어, 우리 부모님도 의성군 출신이에요. 그럼 우리 할머님도 아시겠네요"
"모르지~ 난 7살때 여기 사할린으로 끌려왔어. 그리고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살아왔지~ 근데 여기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한국사람들 보면 정말로 대단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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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님은 북한얘기 하시기 전에 북한사람들이 있나없나 눈치를 살펴보셨다.
"옛날엔 공부하고 배우기 위해서 사람들은 소련학교에 많이다녔어. 공산주의시대땐 학비가 무상이었으니까~ 학교다니면서 한국어를 쓸일은 없어~ 그래서 한국어를 잊은 사람들이 많은거고 옛날엔 북한에서 교육의 기회를 준다고 여기 한인들에게 회유를했지~ 그래서 북한으로 넘어갔던 사람들도 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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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쪽엔 한국인에대한 인종차별이 엄청났어~ 그땐 지나다니는 한국인들 보면 막 조센징이라고 욕하고그랬지~ 요즘도 일본엔 인종차별이 있나?"
"요즘 일본은 인종차별이 없어졌습니다. 저랑 같이온 일본아가씨는 고베출신이고요. 일반인들은 자기 선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있어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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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은 한국에 안가고 싶으세요?"
"난 여기가 더 좋아~ 몇년전에 한국갔다왔지. 살기가 답답하더라고~ 여름엔 너무덥고 미세먼지도 많고~ 여기도 먼지꾸디긴 한데 한국에 있는 그런먼지는 아니야~ 경치도 좋고 여름엔 엄청 시원한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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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땐 공부 열심히 해야하는기라~요즘 한국에 젊은것들 보면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더라고~ 러시아말도 배워두면 좋지~ 젊었을땐 많이 배워둬야 하는기라~" #사할린 #고려인

그 할머님은 나름 사할린에서 만족하며 살아가고 계셨다. 태어난 곳은 경북 의성군이었지만 이미 러시아에 뼈를 묻으셨다. 이미 러시아국적도 취득하셨고.
이미 한국은 내게 있어서 살기가 갑갑하고 텁텁한 땅이 되었다. 어딜가나 눈치살피고 조심해야 되는게 나를 위축시킨다. 그래서 카페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에딕이라는 고려인 청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한국이 어떤곳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엔 안 돌아가는게 나을거야~ 한국은 좋은나라긴 하지만 살기가 너무 답답해. 여름에 너무덥고 겨울에 너무 추워서 그런것도 없진않지만 한국서 사는건 그닥 즐겁지가 않아. 재미도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지"

동포에게 조국을 이런식으로 소개하는게 민망하고 창피하다. 하지만 사할린에는 한국정서가 맞지않아서 다시 돌아온 고려인들도 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