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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5~2016년 우크라이나 힐링여행기

우크라이나 여행기 1편(in Kiev)

수 시간의 비행 끝에 키예프에 도착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아침 8시즈음이었다.

공항청사쪽으로 들어가려는데 밖은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체감 상으론 한국보다도 더 추웠다.

 

 

입국심사는 별 탈 없이 잘 마쳤다.

심사대를 빠져나와 짐을 찾고 화장실을 찾았다.

공항에는 변함없이 택시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옷을 두툼하게 갈아입고 출국날 여친에게 선물받은 목도리를 맨 뒤

퀘퀘해진 이를 닦고 거울을 들여다봤다.

내가 봐도 멋쟁이 신사가 따로 없었다.(목도리 효과때문인가 ㅋㅋ)

 

 

교통비로 쓸 100 흐리브나만 환전하고 배터리를 어느정도 충전시킨 뒤, 공항버스를 타고 키예프 시내로 갔다.

버스비는 더 올랐지만 흐리브나화 가치가 엄청나게 폭락했기에, 겉보기 물가는 엄청나게 쌌다.

이건 뭐 거의 베트남 수준이었다.

 

 

 

 

 

 

 

 

 

 

 

눈길때문에 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막혔다.

한 4~50분뒤엔가, 버스는 하리키프스카 역에 도착했다.

기사는 아직 키예프 시내에 도착안했다고 그러는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내렸다.

따스한 아침햇살은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드디어 3년 만에 세 번째로 우크라이나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리키프스카 역 주변

 

 

3년 전 평소에 했던 대로 토큰을 사고 깊숙한 입구로 내려갔다.

지하철 플랫폼은 여전히 웅장하고 화려해보였다.

들은 얘기로는 키예프 지하철역들은 2차세계대전 때 벙커로 활용됐다고 하는데...

 

 

 

 

 

 

 

얼마 뒤, 지하철은 졸로띠 보로따(황금의 문) 역에 도착했다.

근처에 숙소부근이자 한국 대사관이 상주해있다.

혹시나 모를 테러 및 내전위협에 대비하여 출국 전에 숙소를 황금의 문 근처로 잡아놨다.

밖에 나오니 칼바람은 살을 베는 것처럼 차웠다.

 

 

 

 

샤흐타르 도네츠크 주전 골키퍼 안드리 퍄토프

 

 

 

남은 달러를 모두 흐리브나로 환전 뒤 숙소로 찾아갔다.

환전된 흐리브나화는 거의 2,000에 근접했다.

3년 전 같았으면 거의 25만원 좀 더 넘어가는 금액인데...

 

 

호스텔에서 체크 인을 마치고 짐을 놓은 뒤,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찾아갔다.

 

 

 

드로바-즉석음식점 

 

봉지 안에 든 건 빵 한덩어리, 음료수까지 다 포함해도 도합 3천원밖에 되지 않는다 ㅋㅋ 

 

 

 

 

 

음료수가지 포함하여 음식값을 계산했더니 뭥미~ 3천원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진짜 막말로 베트남 수준이었다.

관광객으로서는 호갱이 되어도 호갱으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지만

우크라이나 내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아... 우크라이나여....

 

 

점심을 먹고 심카드를 사러 황금의 문 주변 동네를 이잡듯 쑤시고 돌아다녔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심카드 다루는 통신사는 도통 보이질 않았다.

날씨는 살을 에는 듯 엄청 추운데....ㅠ

 

 

 

 

 

우크라이나도 한국처럼 토익에 미쳐있지는 않겠지~?

 

 

 

호스텔에 돌아가서 폰을 확인했더니 올랴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심카드를 아무 슈퍼마켓에서 사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동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다녔는지 실감했다.ㅠㅠ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잠을 거의 못잤으니 우선은 한숨자기로 한다.

카쨔와는 6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얼마나 잤을까...

깨어보니 5시가 좀 안됐다.

밖은 벌써 어두컴컴해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슬슬 어두워질 시간인데

근처 슈퍼마켓에서 심카드를 구입하고 우크라이나 심카드로 교체했다.

 

 

근데 심카드를 끼워도 폰은 도통 개통되지 않았다.

호스텔 스탭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접속사이트를 알아내고 40흐리브나정도 전자결제를 한 뒤에야 폰이 개통됐다.

개통된 대로 현지 친구들에게 번호를 알렸다.

 

 

폰 개통을 마치고 카쨔에게 연락을 취하고 황금의 문 역으로 갔다.

밖에는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추웠다.

역 주변을 헤매다가 무라카미로 갔더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레타에서 만나고 1년 뒤에 다시 만나는 그녀였다.

그녀의 발랄하고 순수한 모습은 여전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응 그럼! 내가 알고있는 음식점이 한군데 있거든, 오늘 거기서 저녁먹을래?"

"그럼! 특히 난 우크라이나 현지 음식이 좋지!"

"그래, 그럼 거기로 가자!"

"자, 그리고 선물 가져왔다 ㅎㅎ 이거 기억나지?"

"와~ 초코파이다! 그리고 거울 또 가지고 왔네? 나 3년 전에 너한테 받은거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하나 더 가지면 좋잖아~ 으~~~ 추워라~~ 얼렁 가자"

"그래"

 

 

 

이제 카쨔와 나, 그리고 초코파이는 뗄레야 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각자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카쨔는 새로 배운 한국어를 내게 구사했다.

 

 

"김** 미쳤어~"

"엥?"(얘 이런 이상한 한국어는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여~ㅋㅋ)

"아냐, 카쨔 너가 미쳤어"

"너 미쳤어"

'아이고 미치겠다 ㅋㅋ'

 

아직 반그릇쯤 비웠을 때 카쨔는 이미 저녁을 다 먹은 상태였다

"히야~ 너 진짜 빨리 먹는다"

"신경쓰지말고 천천히 먹어"

"알았어, 나 먹는 동안 내 아바타 좀 그려줄래?"

 

 

저녁을 신나게 먹는 동안 카쨔는 내 얼굴을 힐끔힐끔 보더니 좀 키득키득거리면서 내 얼굴을 그려나갔다.

"자 완성됐다 ㅋㅋㅋ"

"어디한번볼까~, 야! 하나도 안닮았잖아!"

"김** 미쳤어"

"으휴~ㅋㅋ"

 

 

식사를 다 마치고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과 함께 초코파이로 정을 나누는 동안에도 카쨔는 연신 그 이상한 한국말을 내뱉었다.

"김** 미쳤어"

'진짜로 미치겠다 ㅎㅎ'

"자, 그러면 새로운 한국어를 또 알려줄게 ㅋㅋ"

그리고 20년 전에 유행했던 켄터키 프랑크를 시전!!

호기심 어린 카쨔는 유심히 듣고 또 따라할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이단 광장을 거쳐서 성 소피아 성당쪽으로 올라갔다.

 

"저 쪽 광장이 우리가 처음 만난 그곳이지? 그때 나 이해 잘 못해서 한참 헤맸는데 말야"

"그러게, 기억난다"

 

올라가면서도 그녀는 계속 그 이상한 한국말을 해댔다.

"너 자꾸 그 이상한 소리 하면 똥침먹인다"

"히히 김** 미쳤어, 너 미쳤어"

"간다~~~ 똥침!!"

"끼야아아아아악!!"

똥침을 먹인 대가로 카쨔에게 몇방 맞았다.

 

 

그렇게 유치하게 논 우리 둘은 어느 새 성 소피아 성당에 도착했다.

카쨔는 소피아 성당 맞은 편의 하얏트 호텔에서 근무한댄다.

 

 

"그러고보니 너 모자가 없구나~"

"응, 필요없다고 생각되서..."

"가만있어봐, 목도리로 모자 만들어줄게~ 요렇게 하고, 요렇게 하고~ 히히히히 할머니같다~"

"이씨~ 우리 사진찍으러 가자고~"

"그래"

 

 

 

"나 이제 슬슬 밤근무하러 들어가야되"

"어휴~ 피곤하겠다"

"나 31일 즈음엔 밤 8시나 9시쯤 사이에 호텔에 근무중일테니까 그때 한번 놀러와"

"응 알겠어, 근무 잘 하고 또 연락할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응 또봐~!"

 

 

성당거리에서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첫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