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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잔세스칸스&벨기에 브뤼셀 편)

 

 

부제: 여행의 참맛

 

 

 아쉽지만 오늘은 암스테르담을 떠나야 하는 날이다. 오늘은 풍차마을 잔세스칸스(Zoanse Schans)로 가는 날이다. 3년 전, 정말로 시간이 더 많았다면 꼭 가고싶었던 곳인데 시간과 날씨 때문에 못 갔던 곳이다. 네덜란드를 다시 찾아온 진짜 이유는 바로 그 풍차마을에 못갔던게 한이 맺혀서였다. 다행히도 이 날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10시 조금 넘어서 호스텔 체크아웃 했는데(사실, 어쩔 수 없이 체크아웃을 해야만 했다.) 그 무거운 배낭이 큰 함정이었다.ㅡㅡ 근데 내 짐들을 본 H는 짐 별로 안많다고 그러네~(지금 이상태로도 충분히 버겁다ㅠㅠ)

 

 

 아침은 맥도날드에서 해결했는데 세트 하나가 무려 6유로나 하더이다 ㄷㄷㄷㄷㄷ 네덜란드 현지인들에겐 껌값일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턱없이 비싸기만 했다.ㅠㅠ 그 와중에 H는 영국에 온 적 없으면 말을 말라고 한다. 아놔~ 얜 내가 비싸다고 투덜거리면 영국에 안와봤음 말을 말래~ 뭐 내가 영국에 간 적이 없어서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었지만은...-_-

 

 

 잔세스칸스에 가기 앞서, 유레일 개시를 하러 암스테르담 중앙역 국제창구로 갔다. 번호표를 받았는데 한참 뒤였던 것 같았다. 그동안 H는 카톡하면서 멍때리고, 나는 나대로 멍때리면서 기다리고...(이 순간 만큼은 다시 한번 H에게 미안해지드라~ㅠㅠ)

 국제 창구에서 유레일 개시와 동시에 베네치아-잘츠부르크 야간 열차를 예약하려 했는데 역무원은 그건 베네치아 역에서 직접 해야된다고 그런다. 아쉬운대로 유레일패스만 개시하고 H와 쿠잔디크(Koog Zaandijk)역으로 출발! 유레일 패스는 잔세스칸스까지 잠깐 가는 열차도 무임승차 허용이 됐다. 가는 데 대략 30분정도 소요됐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부터 H에게도 길치 티를 줄곧 냈었다.(3년전에도 느낀거지만 암스테르담은 길이 참 복잡한 곳이었다.) H는 자기가 길 잘찾는다면서 혼잣말로 자뻑하면서도 베네치아에서 길 안잃길 바란다는 걱정을 했다.(이건 걱정이 아닌, 나를 기분나쁘지 않게 아주 곱게 까내린 것으로 들렸다. 때려주고 싶었지만 걘 초행이고 난 두번째니 할 말도 없었고 화낼 자격도 없었다.)

 

 

 그렇게 걸어다니다가 어느 새, 풍차마을에 도착했다. 맑은 날씨 속의 풍차마을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고 동화속에 나오는 그림같았다. 암스테르담과 완전히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곳 근교에 평온하고 아늑한 곳이 공존하는 이곳, 바로 이것이 내가 그렸던 이상이었다.

 

 

 

 

 

 

 H가 물만난 물고기처럼 쇼핑에 정신팔려있는 동안, 나는 풍차마을의 경치를 음미하며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또 가다보니 좀 큰 치즈박물관(?)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치즈 시식도 가능했다. 한 입 먹어봤더니 기똥차게 맛있었다!+_+(원래 본인이 치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맛이 밋밋하거나 없었어도 몽골에서 먹었던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보다는 훠얼~~~~~~~~~~~~~씬!!!! 맛있었다. H는 치즈를 싫어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이 타이밍에서 '너 몽골치즈 한번 먹어봤냐? 안먹어봤음 말을 말아라, 거기 치즈는 진짜 더럽게 맛없었다.'라고 응수해 주고 싶었다.

 

 

 근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내 손에 있어야 할 기념품 쇼핑백이 없어진 것이다. 퍼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아까 H가 쇼핑하는 동안 사진찍었던 장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분명 기념품이 든 쇼핑백을 거기다 뒀는데.... 제발... 제발...! 있어야하는데!!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뿔싸!! 기념품 잃어버렸다!!!! 하이네켄 팩토리에서 산 쪼리, 에베네저 형에게 줄 양말, 이리나에게 줄 헤어핀, 그리고 B군이랑 G누나, 타냐에게 줄 열쇠고리 선물, 어머니에게 드릴 나막신 선물!!! 소매치기 경범죄가 성행하는 네덜란드에서 한 번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걔네들은 길에서 물건을 줍게 되면 대부분이 득템했다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무나도 허무했고 절망적이었다. 첫 여행부터 이러면 소매치기들이 득실거리는 이탈리아, 치안 안좋은 동유럽에서 여행을 어떻게 다닐 수 있겠는가....? 하지만 네덜란드는 아직 첫 코스다. 일단 빨리 잊어버리는게 급선무다! 계속 이렇게 멘붕상태에 빠져있게되면 앞으로 남은 9개국을 어떻게 여행한단 말인가?! 결국 잃어버린 기념품은 깨끗이 잊고 물가가 저렴한 슬로바키아에서 기념품을 많이 사기로 결정했다. H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기도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길 다니면서 물건 잃어버린게 한두개가 아니라면서 깨끗이 잊으라고 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린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계속 쭉 가다 보니, 더는 갈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풍차마을의 끝부분까지 온 듯 했다. 그리고 길의 끝부분엔 선착장이 있었다. 선착장의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배는 약 10분 뒤, 곧 운행될 거라고 했고 요금은 2유로라고 했다.(2유로인지 1유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남.ㅠ 아무튼 돌아가는 길에 탔던 보트 탑승요금은 꽤 저렴했다.) 보트를 타면서 바라보는 풍차마을의 풍경 또한 운치가 있었다.

 

 

 

 

 

 

 오후 2시쯤 되서야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H와 프랑스에서 다시 볼 것을 기약하고 작별인사뒤, 브뤼셀로 가기 전에 역 앞의 기념품가게에서 열쇠고리 몇개랑 어머니께 드릴 나막신 사고, 일단 잃어버린 네덜란드 기념품들은 이것들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제는 벨기에 브뤼셀로 간다! 벨기에는 과연 어떤 곳일까? 사람들이 영어 잘 못하는 편이라고 들었고 유랑 카페에서 키 184되는 건장한 청년이 미디역(남역) 부근에서 괴한들에게 폭행당했다는 사례를 들었기에 걱정이 많이 됐다. 그래도 설마 우크라이나보단 안전하겠지? 아무리 치안 안좋아봐야 거액의 돈뺏기는 거밖에 더되겠냐~

 만약을 대비해서 핸드폰 주인찾기 어플을 미리 받아놨고 외교통상부 '동행'에 가입을 해서 행선지를 다 제출했고 각국에 주재해있는 대사관 및 영사관 주소, 연락처 및 비상전화는 스위스를 제외하고 다 적어놓았다.

 

 

 

 

 

 

 자, 이젠 기차에 올라타서 벨기에로 가자!! 마침 한 금발의 여성이 무거운 짐을 기차에 올리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이를 보고만 있을순 없다! 당장 가서 그녀를 도와 준 뒤, 간단한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그녀는 영국 출신, 30살 넘겼고 현재 휴가를 이용하여 벨기에에 왔으며 약 일주 뒤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와우! 누나네?) 잠시 후, 그녀는 객실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통로에서 혼자 앉아 감상에 젖어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인상 무섭게 생긴 웬 흑형 한명이 통로로 나오더이다!!(뜨아~~~~~~~~~!!) 옷차림이 다소 남루해서 나는 뭔가 수상한 낌새가 있을거라 판단하여 경계가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로테르담 아직 도착 안했냐고 물어보더이다. 조금 경계가 풀려진 나는 어색한 웃음을 띠었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그런데 시간을 봐서 아직 로테르담에 도착하지 않은듯 한데?"

 "그래? 왜냐면 내가 깜빡 잠이 들어버려서 로테르담 지났는지 걱정되어서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로테르담 아직 지나지 않았을거야, 모르면 승무원한테 물어보면 어떤지"

 "그래? 알았어"

 얼마정도 지나서 기차는 로테르담에서 정차했고 그 흑형은 하차할 준비를 했다. 순간, 그 흑형에게 퍼뜩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그 흑형을 나쁜사람으로 의심했던거였다.

 "저기 잠깐만!"

 "응?"

 "이거 한국에서 가져온건데 기념으로 가지고 온거야, 이거 볼 때 마다 나 기억해주면 고맙겠어"

 "그래? 고마워, 잘간직할게!"

 "그럼 좋은 여행 되길바래!"

 기차는 계속 달렸고 나는 가면서 창밖 풍경 감상에 젖어 있었다.

 

 

 

 

 

 

 한 두어시간 더 지나서야 브뤼셀 미디 역에 도착했다. 미디 역은 시설이 생각보다 좋은 편이었다. 오자마자 그 다음날 프랑스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브뤼셀 미디역(Brussels Midi/Zuid)-파리 북역(Paris gare de Nord)'구간이 탈리스(Thalys) 고속열차로 운행되는데 유레일 타임테이블에는 예약필수구간으로 나와있었다. 그 구간 예약 수수료를 조사해봤더니 적어도 50유로는 거뜬히 넘었다. 그래서 차라리 TGV타고 파리 샤를 드 골 공항(Charles De Gaulle Airport)으로 가기로 했다.(TGV 예약 수수료가 탈리스에 비해 꽤 저렴하기 때문에) 브뤼셀 시내로 가기 앞서, 먼저 파리 샤를 드 골 공항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러 국제티켓예매소로 GO!

 

 

 벨기에 역시 흑형과 흑언니들이 꽤 많았다. ㅎㄷㄷ(여기가 무슨 유럽이야, 미국이야~ㅋㅋㅋ) 번호표를 받고 내 순번이 오기까지 대기하는동안, 웬 귀엽게 생긴 흑인의 꼬마여자애가 발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흑꼬맹에게 미소도 지어보고,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장난도 쳐보고 ㅋㅋㅋ

 그 흑꼬맹이가 엄마랑 다른 흑언니랑 같이 밖에 나갈때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 쟤 왜저러지? 근데 아니나다를까, 그 흑꼬맹이랑 같이 나가려 했던 흑언니가 갑자기 내게 살벌하게 다가오더니 그 핸드폰으로 그 꼬마애 사진 찍었냐면서 핸드폰 사진 다 보여달라고 하더이다, ㅎㄷㄷㄷㄷㄷㄷㄷ 일단 나는 그 흑꼬마의 사진은 찍지 않았으나 그래도 못믿겠다면 한번 다 확인해 보라면서 사진을 확인시켜줬다. 확인시키는 와중에 혹시라도 기분나쁘게 했다면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그 흑꼬맹이의 사진이 없다는 걸 확인한 흑언니는 한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두겠다는 눈초리로 째려보다 갔고 뒤늦게 내게로 온 흑꼬마의 엄마는 내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흑꼬맹이를 데리고 그 흑언니와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다행히도 아무일없이 무사히 넘어갔지만, 히유~ 나를 저렇게 몰아붙이는 걸 보면 분명 브뤼셀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다음 내 순서가 오고, 파리 샤를 드 골 공항까지 예약 수수료가 27유로랜다, ㅎㄷㄷㄷㄷㄷ 수수료를 한 10유로정도로 예상했는데 27유로를 물었다. 그래도 탈리스 예약 수수료에 비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탈리스는 가장 싼 예약 수수료도 무려 50유로에 육박했다.)

 

 

 볼 일을 다 마친 나는 지하철로 가려는데 웬 한국인처럼 보이는 두사람들이 역을 배회하고 있었다. 혹시나해서 말을 걸어봤는데 그 커플은 일본인이었다. ㅎㄷㄷ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시내 지도였다.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는데 이런 망할~~~~ 영어로 된 시티맵은 없댄다 ㅎㄷㄷㄷ......

 아무튼 역을 그렇게 배회하다가 간신히 지하철 역을 찾았는데 지하철 플랫폼에서 아까 그 일본인 커플을 또 만났다. 이리하여 나는 그 일본인 커플과 그랑플라스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럼 넌 혼자 다니고 있는거야?"

 "어, 지금 나는 네덜란드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유럽횡단을 하고 있는 중이야.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폴란드,우크라이나 이렇게 가려고. 그리고 우크라이나엔 내 현지 친구들이 살고있어"

 "아, 그래? 우리는 독일에서 건너왔고 다시 독일로 들어가서 슬로베니아로 갈 예정이야"

 "그럼 혹시 '블레드' 호수라고 들어봤어?"

 "아니, 못들어봤는데?"

 "거기 내 우크라이나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이야! 생각보다 아름다운 곳이라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거기서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버스도 있대"

 "아, 진짜?"

 "그러니까 혹시 슬로베니아에 가게 되면 블레드 호수 한번 가봐"

 "오케이 알았어! 근데 넌 한국 어디서 왔어?"

 "수원이라는 도시에서 왔지, 서울이랑 가까워. 너네는?"

 "우린 도쿄에서 왔지"

 "어 진짜? 나 재작년에 도쿄 간 적 있었는데"

 "아, 그래? 거기 재밌었지?"

 "응, 특히 아키하바라가 젤 인상에 남았더라"(사실 필자는 내 인생의 해외여행 중에서 일본이 가장 재미없었다.)

 한 20분쯤 갔을까...? 드디어 그랑플라스 역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 부근에서 호스텔을 찾으려 하거든, 좋은여행 되길 바라고 행운을 빌게!"

 "어, 너도 좋은 여행 되길바래!"

 

 

 그랑플라스로 가기에 앞서 현금이 필요해 돈을 인출하기위해 은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ATM기는 여섯자리의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여섯자리의 숫자를 막 누르다가 오류를 몇 번 내어서 결국은 현금찾기를 포기하게 되고...ㅠ 우선은 호스텔 찾으러 가기로 한다.

 마침, 와플가게가 하나 보였다. 시장한데 와플 한조각이나 드셔볼까나~~~ 초콜릿을 토핑한 와플은 2.5유로였다. 벨기에 와플은 적당히 바삭했으면서도 쫄깃했으며 한국와플처럼 너무 바삭하지 않았다.

 

 

 

 

 

 

 와플을 다 먹고 으쌰!!! 그랑플라스 호스텔을 찾기 앞서 그랑플라스 광장을 감상하시고, 사진도 몇방 찍어주시고 ㅋㅋ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랑플라스 호스텔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유랑 리뷰에서는 그랑플라스 호스텔 가는 방법을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무지 가까웠다고 했다. 하지만 리뷰와는 달리, 아무리 찾고 쑤셔봐도 보이지 않았고(정말 가까운거 맞아??)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그들은 다 모른다고 했다.(내 영어표현이 부정확한건지, 아님 걔네들이 영어를 못알아듣는건지....) 마침 그랑플라스 광장 한편에 한국인의 두 여자가 보였다. 그녀들은 필시 호스텔에 묵고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아뿔싸, 그녀들은 그랑플라스 근처의 호스텔은 모르겠고 자기들은 이비스 호텔에서 투숙중이란다, OMG!!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배낭을 장시간 맨 탓인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발바닥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렇게 아파버리면 어떡하냐~~ 더구나 우크라이나에서 13일 체류할건데 스킨헤드와 마주치면 어떻게 도망치려고~

 

 

 급한대로 그랑플라스 호스텔 찾는 건 포기하고 북역의 2go4호스텔이라도 찾기로 하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려는데 저 뒷쪽에서 웬 동양인의 가족이 길을 걷고 있었다. 혹시라도 정보를 좀 더 얻기 위해 걸음을 늦췄는데 그들은 내게 말을 걸었지만 아니나다를까, 중국인이었다.ㅠㅠ(OMG!!) 그래도 일단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일단은 부딪히고 보는거야! 가까운 호스텔을 찾고 있다고 했더니 그 골목쪽으로 들어가서 직진하면 나온다고 길을 알려줬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들은 내가 좀 힘들어 보이는거 같으니 호스텔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벨기에엔 얼마나 있었지?"

 "오늘 네덜란드에서 건너왔고 내일 프랑스로 나갈 예정이에요."

 "그렇구나"

 "네, 보시다시피 저는 배낭여행 중인데 네덜란드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유럽횡단중이고 마지막에 스탑오버로 베이징에 들를 계획이에요"

 "그래? 너 우리나라도 들르는구나!"

 "네, 거기엔 대학시절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있는데 걘 지금 졸업하고 중국에 있어요."

 "대단히 큰 여행을 하고있네?"

 "네^^"

 

 

 어느 덧 나는 가까운 호스텔에 도착했다.

 "자, 이제 다왔다, 푹쉬고 편안한 밤 되거라"

 "아,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괜찮아"

 "아 잠시만요, 뭔가 떠오른게 있어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딱히 줄 수 있는게 한국에서 미리 샀던 기념품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거 한국에서 가져왔는데 이거라도 받으세요, 정말 고마워서 그래요"

 "아냐아냐, 우린 그저 니가 도움이 필요한거 같아서 도와줬을 뿐이야, 고맙지만 주지 않아도되"

 "그래도 제 마음인걸요, 꼬마야, 그럼 너라도 이거 가져"

 "여기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지?"

 "아무튼 그냥 지나치셔도 상관없었을텐데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몸조심 잘하고 좋은여행 하길 바래요!"

 "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밤 되시고 안녕히들 가세요!^^"

 

 

 자, 이젠 짐들고 호스텔로 입성! 리셉션엔 건장한 흑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룻밤 자고 가려고 그러는데 여기 빈자리 있나요?"

 "유감이지만 여긴 빈자리가 없어,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런, 그럼 전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럼 자리가 다 안찬 호스텔이라도 알려줄게! (펜으로 지도에 표시하면서)여기,여기는 지금 자리가 다 차서 묵을 수 없고, 여기,여기가 자리가 안 찬 상태라 가면 묵을 수 있을거야, 이거가져가~"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행운을 비네!"

 아직 자리가 안 찬 호스텔 중 그 호스텔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호스텔로 가보기로 했다. 일단 중앙역으로 Go!

 

 

 중앙역은 한산했고 사람이 별로 없었고 지키고 있는 경찰들 또한 없었다. 일단 지하철 타고 그 호스텔(이름은 지도를 봐야 기억이 남)로 가야되는데 일단은 최대한 역을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그 곳엔 좀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지키고 있었다. 일단은 빠져나가서 다른 통로를 찾아보려는데 찾아봐도 없는 것이었다. 마침 선량한 아저씨와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들에게 묻기로 한다.

 "죄송하지만 혹시 영어 할 줄 아세요(Excuse moi, Pourve pour parler Anglais)?"

 "응"

 "지하철을 타려는데 어디서 표를 사야 할 지, 지하철타러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내가 알려줄게, 일단은 따라오렴"

 "아, 감사합니다"

 그들은 아까 내가 들어가려다 만 입구로 들어가면서 안내해주었다.

 "근데 넌 어디서왔지?"

 "아, 전 한국에서 왔어요"

 "그래, 나도 전에 한국에 간 적이 있었어, 서울에말야"

 "아, 진짜요, 어땠어요?"

 "정말 좋았고 흥미로운 곳이었어"

 "그렇군요"

 "자, 이제 다왔다, 지하철은 여기서 타면 될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행운을 빌게요"

 

 

 이렇게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그런데 이번엔 방향이 헷갈렸다. 이번에는 흑언니에게!

 "실례지만 혹시 영어 할 줄 아세요?"

 "응"

 "여기가 혹시 보타니크(Botanique)로 가는 방면 맞나요?"

 "응, 근데 넌 중국인이니?"

 "아뇨, 전 한국인인데요?^^;(내가 중국인처럼 보였나?ㅡㅡ)"

 "그렇구나, 여행다니고 있는거야?"

 "네, 지금 엄청난 배낭여행 중이에요, 그리고 전 오늘 네덜란드에서 왔어요"

 "아, 그래? 어디로 갈건데"

 "내일 프랑스 파리로 갈거고 그다음 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폴란드,마지막엔 우크라이나,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중국에 들를거에요"

 "와우, 진짜로 엄청난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하, 일단은 호스텔 찾는 것부터가 우선인데요 ㅎㅎ"

 "아, 다왔네, 조심히 잘 가구 즐거운 여행되길 바래!"

 "네, 감사합니다, 좋은밤되세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한 20분정도 헤매다가 겨우 호스텔을 찾았다. 속으로 조용히 '만세, 할렐루야!'라고 쾌재를 외치려 하는데 아뿔싸!!!

 "허, 근데 어떡하지? 지금 남는 자리가 하나도 없는데, 다른 호스텔로 가야될거 같아"

 "그럼 전 여기서 어떡하는게 좋을까요?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음.... 우리도 너 재워주고 싶어도 남는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는 할 수 없고 기다려봐, 자리 남는 호스텔 한번 알아볼게"

 한참 다른 호스텔과 통화 뒤

 "지금 호스텔 한 곳이 남는 자리가 있대, 일단 널 위해 내가 대신 예약 해줬어. 그런데 위치도 멀고 늦은 밤인데 콜택시 불러줄까? 한 최대 15정도 나올거야."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한 15분정도 기다렸나, 호스텔 밖에 콜택시가 왔고 운전석에는 흑형이 대기하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왔는데 15유로는 개뿔, 16.9유로 나왔다ㅡㅡ 여튼 무사히 그 자리남는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리셉션엔 수염이 덥수룩한 털보 스탭이 나를 반겼다. 이번엔 현찰이 없었다.ㅠㅠ 그래도 시티은행 체크카드가 있으니 일단은 그걸로 결제시도 해봤다. 역시 Pin은 여섯자리의 숫자를 요구했다. 그런데 세 번 틀려버리는 바람에 더이상 그걸로 결제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근처에 CD기도 보이지 않았고 현찰은 없었다, OMG!!!!

 "후, 그럼 어쩔 수 없군, 일단은 한숨자고 내일 아침에 CD기로 가서 돈 인출해와"

 "네.... 그래도 이따 은행사에 전화해서 시도는 한번 해볼게요"

 일단 시티은행에 통화해서 뭐가 오류가 있는지 알려고 하는데 ARS를 통해 연결을 통한 직원이 도통 전화를 받지 않는 거였다. 일단 새벽 2시까지 대기타다가 새벽 2시 좀 넘어서 전화 걸어보기로 한다.(당시 시차는 써머타임을 적용하여 7시간) 담당직원과 연결됐는데 조회를 해봤더니 내 국제체크카드엔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럼 이건 뭐지?;;(아, ㅅㅂㅂ, 내 로밍통화료~~~~!!!)

 일단은 한 숨 자기로 한다. 마음같아선 늦잠자고 싶지만 내일 기차표 예약해 놓았고 아침일찍 호스텔에서 볼일 다 마치고 초콜렛을 사러가야했기에 늦어도 7시쯤에 일어나기로 했다.

 

 

 아침이 밝아왔다. 알람소리를 느껴서 깨어나보니 대략 7시 30분이었다. 일단 간단히 씻고 다시 씨티은행 체크카드로 결제를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세 번이나 틀려버린 체크카드는 계속 결제가 거부됐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스탭에게 ATM기 위치를 묻고 찾으러 밖에 나갔다. 스탭이 일러준 대로 ATM기를 아무리 찾으러 가봐도 ATM기는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에휴~ 이 길치근성~ㅡㅡ) 찾다못해 결국은 지나가던 사람들 붙잡아서 ATM기 위치를 물어보게되고, 주변에서 찾아봐도 ATM기는 도무지 나오지도 않고...ㅡㅡ 그냥 큰 내리막길 쭉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직진하여 계속 가보기로 했다. 한 5분쯤 걸었을까, 다행히도 ATM기는 있었다. 먼저 국제현금카드부터 찔러넣어보았다. 야속하게도 그 ATM기는 내 국제현금카드를 거부했다. 아~ 이젠 어쩌란 말인가... 마지막을 걸어보기로 했다. 국제체크카드로 시도해보았다. 제발 읽어라 읽어라 읽어야된다!! 다행히도 그 ATM기는 국제체크카드를 거부하지 않았다. 할렐루야, 메흐씨!!! 그래도 방심은 금물! 돈 다 뽑고 없어진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사살 한번 더 하고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스텔로 걸어갔다.

 

 

 "마침내 돈 찾았어요! 여기 20.3유로 맞는지 확인해보세요!"
 "맞구만, 수고했어 ㅋ"

 "절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 그런거 갖고 그래~^^"

 "근데 여기서 그랑플라스 광장까지 어떻게 가면되죠?"

 "아까 ATM기 찾으러 간 방향 쪽으로 쭉 직진하면 돼"

 "대충 얼마나 걸리나요?"

 "한 15분쯤 걸으면 그랑플라스에 도착할거야"

 긴장이 풀린 나는 호스텔에서 30분정도 지인들과 카톡하면서 쉬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털보 스탭이 일러준 대로 길을 걸었고 계속 걸었다. 아침의 브뤼셀 거리는 한적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뿜었다. 어깨는 여전히 아팠고 엄지발가락과 약발가락도 걸을 때마다 따가웠다. 그래도 마음만은 가볍고 홀가분했다.

 

 

 

 

 

 

 

 사진 찍으면서 한 25분정도 걸었더니 그랑플라스 광장에 도착했다. 그랑플라스 주변엔 와플가게, 초콜렛가게,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초콜렛 가게를 보니 출국 전 카톡에서 알콩달콩 대화나누면서 파리에서 만나기로 한 L누나, 안나, 그리고 그 밖의 주변 지인들이 생각났다. 출국 전에 안나에게 키예프로 찾아와서 벨기에 수제초콜렛을 먹여주겠다고 약속한게 기억났다. 일단 초콜렛 안사면 후회할 것 같으니 초콜렛부터 사러 초콜렛가게로 Go!!

 

 

 

 

 

 수제초콜렛,곰모양의 젤리를 다 사고서야 여유가 생겼고 그제서야 그랑플라스의 웅장함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랑플라스 광장 감상하다 허기져서 와플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직 문이 안열린 와플가게들이 많았다. 한 군데는 열리긴 했지만 어제 내가 먹은것보다 더 싼 와플가게도 있었던 것을 확인했으므로 좀 더 싼 곳을 찾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용쓰고 찾아봐도, 아까 그 와플가게를 제외하고 문이 아직 안열려있었다.

 결국 아쉬운대로 와플은 거기서 먹기로 하고 또 초콜렛을 토핑한 와플을 주문했다.

 "저기 실례지만 괜찮다면 사진 한방 찍어주실래요?"

 "그러죠"

 

 

 "한국에서 벨기에 와플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들은 적 있었어요^^"

 "아, 진짜요?^^;"

 "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진짜 벨기에 와플은 아무것도 토핑 안한 와플이란거요"

 "아, 그것도 알고있어요^^ 제가 초콜렛을 좋아해서 그래요 ㅎㅎ"

 "그렇군요, 맛있게드세요^^"

 "네^^"

 

 

 와플을 다 먹고 나니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와플먹으러 가기 전에 지하철 출구 위치도 미리 알아놓은 상태다. 됐어, 지금 이시간이면 늦지않게 TGV를 탈 수 있어!

 열차가 출발하기 30분 전에 미디역에 도착했고 나는 없어진 물건이 없는지 여유롭게 확인사살을 한 뒤, 지정된 플랫폼으로 갔다. 마침 파리 샤를 드 골 공항행 TGV가 대기중이었다.

 

 

 브뤼셀의 하루는 사흘같았다. 해가 다 떨어진 오밤중(당시 브뤼셀은 9시 넘어가서야 해가 다 졌다.)에 호스텔을 못 찾은 채로 거리를 다니면서 크게 걱정했는데 강도 및 소매치기는 커녕 오히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국적이 다른 나를 친절하게 도와준 그 중국인 일가족, 현금없고 상황 안좋았던 나를 끝까지 믿어준 Rue de I'Elephant 호스텔 스탭들, 그리고 길을 친절하게 알려준 그 밖의 시민들... 특히 그 중국인 일가족들에게 무한히 감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은 혐오하는 편이지만 그 중국인 일가족을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땐 그들에게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다. 그들을 보면서 약아빠진 중국인들이 많은 만큼 선량한 중국인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가기로 한 만화센터에 못가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했고 고비도 무사히 넘겼다.

 자, 이젠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파리로 가보자!!!

 

 

 

 

 

 ※ 소소한 팁

- 필자의 경험상, 브뤼셀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거리는 음산했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고 영어를 잘하는 친절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미디역도 그닥 위험하지는 않았으며 특히 그랑플라스 광장은 인파가 많았던 만큼 소매치기만 조심하면 될 듯 했다.(어떻게 보면 암스테르담 홍등가보다 덜 위험했었다.) 역 주변같이 치안이 다소 안좋고 한적했던 곳은 여자나 선량해 보이는 사람을 선정해서 뒤따라다녔다. 그래도 미디역이나 중앙역 주변은 폭행사례가 있었고 외교통상부가 여행유의지역이나 다름없다고 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 벨기에는 와플로 가장 유명한 국가로 알려져있는데 진짜 벨기에 와플은 아무것도 토핑 안 한 와플이라고 한다.

 

- 지하철로 중앙역에서 보따니끄 역으로 갔을 때, 어쩌다가 본의아니게 무임승차를 한 적 있었다. 그런데 검표원은 항상 없었다. 운이 좋으면 무임승차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글리 코리안이 아니니 웬만해서 양심 찔리는 짓은 자제하자.

 

- 유레일 패스 소지자들은 유레일 타임테이블에서 예약필수구간인 곳은 여행 전에 반드시 미리 확인해두고 체크해서 될 수 있으면 빨리 예약하는 게 좋다.(현장예약 해야 할 상황이고 도착지 다음 구간이 예약필수구간이라면 될 수 있으면 도착 당일에 예약을 하는 것이 예약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특히 성수기인 6~8월때는 빠른 예약만이 여행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브뤼셀은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혼용해서 쓰는데 필자 기억으론 프랑스어를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 유럽의 기차는 한국의 기차와는 달리 출발시각이 되면 문을 닫고 출발해버리니 늦어도 출발시각 10분전에 승차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