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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편)

 

 

 

부제: 나의 향유, 이상의 도시 암스테르담

 

 

 

 

 

 

 

 아침이 밝아왔다. 일어나보니 한 8시 30분쯤은 된 것 같았다. 아직 피곤한 기색은 안가셨지만, 아오~~~ 잘잤다~~~~~

 날씨는 어제와는 달리 맑고 쨍쨍했다. 암스테르담의 아침은 밤과는 달리 평온하고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10시에 약속된 사람을 담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단 씻으러 화장실에 갔는데 시설은 내 기준에서 별로였다. 세면대는 그럭저럭 잘 갖춰져 있지만 샤워장의 수압이 너무 약했고 바닥도 그리 깨끗하지 못했다. 흠, 네덜란드 호스텔 시설은 다 그닥 좋은 편이 아닌건가?O_o(3년전의 크리스찬 셸터 시티도 그랬던것 같았다.)

 

 

 호스텔에서 약 4유로 정도의 아침을 사먹고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하늘은 푸르고 맑았지만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비해 다소 서늘한 편이었다. 담광장에서 사진 찍어보고 셀카놀이도 하고 있었는데 온 지 한 10분도 안되서 약속된 H양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H가 호스텔 체크인하고 방 배정받기까지 대기타고... 나~는 고양이랑 놀~아준다고! 그런데 그 고양이가 나한테는 시~크하다고! 꺼이꺼이꺼이~~~(너 연기하지마~!!! 퍽!)

 

 

 

 

 

 

 

 그녀의 방 배정이 다 끝난 뒤, 처음에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 빌려서 시내를 돌아다닐 것을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자전거 대여가격이 더 비쌌던 것 같았다. 고심끝에 트램 1일권을 사서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한다. 트램 1일권은 끽해야 7.5유로니까 ㅋㅋㅋ

 

 

 트램을 타고 맨 처음 들른 곳은 안네프랑크의 생가였다. 언젠가 4년 전에 유럽에 다녀온 친구놈 P군에게 안네의 집에 대해 대강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에 왔다면 왕궁이나 마담투소를 가느니 차라리 안네의 집에 갔다오라고 했다. P에게 간략하게 들었던 얘기는, 거긴 10대의 유태인소녀 안네가 나치군들을 피해 몇 년 동안 그 집에 숨어지냈다고 한다. 정확히는 '안네의 은신처'가 맞는 표현인 듯 하다. 건너편에 있는 꽃시장과 강이 흐르는 시내를 감상하다가 안네의 집에 왔는데 웬 줄이 그렇게나 길지~? 뜨아~~~~~~~~~~~~~~~~~!!! 그리고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긴 팔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웠다 ㄷㄷ 이럴 줄 알았으면 카키색 점퍼를 가지고 올 걸 그랬다~ㅠㅠ 8월인데 이리 추울 줄은 미처 몰랐네;;

 

 

 줄서면서 대기하다가 갑자기 목이 컬컬해져서 근처 매점으로 갔다. 근데 가게 아저씨가 갑자기 김치드립을 치더니 한국 김치 맛있어요, 그리고 지리산에 올라갔다온 적 있었냐고 그런다. ㅋㅋㅋ 아, 네덜란드에는 한류열풍이 알게 모르게 불고 있었구나!

 

 

 

 

 

 

 입장료는 9유로였다. 박물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하는 영상이 나왔고 그녀가 처절하게 살아왔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은신처 구조도를 보니 문을 두꺼운 서재로 개조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띄였다. 집 내부구조는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였고 햇빛을 보기 힘든 환경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씻거나 취사할 때, 물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나치군들에게 발각되면 끝장이니까! 가여운 소녀 안네는 그렇게 숨어살다 결국, 나치군들에게 체포되어 독일에 있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맞나?, 아우슈비츠는 아니었다고 함.) 수감중에 발진티푸스로 16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 나이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고 멋도 부리고 갖고싶은것도 다 갖고싶은 때일텐데 그녀는 그렇게 불안불안하게 불행한 삶을 살다 처절하게 죽어갔다. 지금쯤 히틀러와 아이들은 지옥불에서 어떤 형벌을 받고 있을까? 가여운 그녀를 보면서 지금쯤 그들이 지옥에서 받고 있을 벌을 상상했다. 그런데 아뿔싸!! 트램 1일권 카드가 없어졌다!! 젠장!!!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익스큐즈 미'를 외치면서 지나온 길을 수색했다. 다행히도 1일권 트램카드는 방바닥 어딘가에 떨어져 있었다. 휴, 잃어버렸으면 7.5유로 날릴 뻔했네!

 

 

 한 한시간정도 흘러서야 안네의 집을 빠져나왔고 점심을 먹으러 파이집으로 갔다. 나는 벨기에식 파이를 주문했다. 베네룩스 국가에선 벨기에식 음식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했고 단 음식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막상 주문을 해보니 파이 위에 크림이 토핑된 게 맘에 들었고 첫 입은 그럴대로 맛이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 단맛이 내가 좋아하는 단맛이 아니라 지독하게 단맛이었다. 뭐야, 이게 정녕 사람이 먹을만한 것인가?? 벨기에놈들은 대체 이런 음식을 어떻게 잘 먹는단 말인가?? 오히려 같이 주문된 쓰디쓴 카페모카가 입가심이 될 정도였다.ㅡㅡ

 결국 난 그 파이를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야만 했다. 평소에 음식 나오면 남김없이 다 처리하고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웩!

 

 

 

 

 

 

 

 어쨌든 배는 그런대로 채운 것 같다. 으아~~ 근데 이건 뭐지~? 이 찜찜한 느낌은 뭐지~?

 

 

 다음엔 하이네켄 팩토리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트램을 잘못갈아타서 하이네켄 팩토리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트램맵은 꽤나 복잡하게 보였던 데다 네덜란드어는 상당히 생소해보였고, 그리고 노선도 및 번호안내표가 없었기에 더 고단한 트램타기였다. 나와 H는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갈 뻔하기도 했다.(그래도 화 안내고 이 상황을 잘 참아준 것에 대해선 H양에게 감사하고있다. 여자친구랑 여행가면 싸움까지 갈 지 모르겠군, 킁;;) 하이네켄에 왔을때, 몸의 힘이 알게 모르게 풀려가는 것 같았다. 왜이러지, 중국에서 노숙하고 비행기 두 번 탄 것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시차적응이 잘 안되서 그런가? 사진을 찍고 화면을 확인해보면 내 눈은 항상 반쯤 감겨있었다.(OMG!!)

 

 

 

 

 

 

 이곳은 역시 팩토리답게 하이네켄 맥주제조에 사용된 원재료들, 제조공정을 보여주었다. 팩토리 안에는 무슨 가마솥 같은게 몇 개 있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하이네켄 제조 및 홍보관련 동영상이 나올 뿐이었다. 뭐지, 이건 뭐지?

 쭉쭉 들어가보니, 롯데월드에서 볼 수 있을법한 3D 입체상영관이 있었다. 하이네켄이 제조되는 과정을 표현한건데 이건 신선하고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ㅎㅎㅎㅎ(무슨 애냐~-_-)

 또 쭉쭉 나오니, 하이네켄 무료시음식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맥주를 한 잔씩 들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같이 '치어스'를 외치면서 갓 제조된 맥주를 들이키는데 맥주는 목구멍 속으로 쭉쭉 들어갔고 이날따라 맥주가 내 몸에 잘 받아줬다. 나가기 직전에도 스탭들이 맥주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 갓 제조된 생맥주를 취할 때까지 마시고 싶었지만 H양이 피곤해하고 쉬고싶다기에, 맥주는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나도 술이 센 편은 아니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인 쇼핑센터에 오니 H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상품을 이것저것 골라보더이다~(역시 쇼핑 안 좋아하는 여자는 없구나) 거기서 쇼핑에 쓴 시간만 무려 한 시간정도 흘러간 듯 했다.

 

 

 

 

 

 

 저녁을 인도네시아 음식점에서 먹기에 앞서, 꽃시장에 들렀다.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닫혀있을거라 생각했던 꽃시장은 다행히도 닫히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에도 쇼핑하는 곳이 있었더이다! 그녀는 또 물만난 물고기처럼 쇼핑에 집중을 하게되고... 뭐 이렇게 된 거, 나도 지인에게 줄 기념품들을 골라보기로 한다. ㅋㅋ 집에 갔다줄 나막신 신발 장식품, B군,G누나,타냐,에버니저형,이리나,안나에게 갔다줄 선물들 등등...

 

 

 나와 H가 쇼핑을 다 마쳤을 때, 해는 지고 있었고 시계는 9시가 넘어간 시각을 알리고 있었다. 역시나 네덜란드는 해가 늦게 지는게 좋았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의 저녁은 서늘한게 아니라 선선하고 시원했다.

 

 

 인도네시아식 음식(모 가이드북에는 네덜란드 전통음식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되어있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였는데 인도네시아식 음식이 네덜란드로 그대로 전파됐으니까)은 입가심을 확실하게 시켰다. 지독하게 달디단 벨기에식 파이때문에 입맛 다 버렸는데 이렇게 음식이 맛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역시 음식은 아시아 국가들이 확실히 잘 만드는듯 하다.(한국,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에 입성했다. H는 방에서 조용히 쉬다 잠들기로 하고, 나는 한 한시간정도 쉬다가 홍등가를 또 돌아다니기로 한다. 방에는 어제 내 밑층에서 잤던 덩치큰 사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새 녀석들이 둘 더 들어와있다.

 

 

 "만나서 반갑다! 넌 어디서왔냐?"

 "나? 한국에서 왔지, 사람들은 나를 '랜디'라고 부르지"

 "반갑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에서 왔다."

 "아하! 아이슬란드 알지! 북유럽에 있는 그 섬!"

 "그럼 넌 어느나라사람이야?"

 "난 이탈리아에서 왔지"

 "어, 진짜? 나 다음주에 이탈리아로 갈건데"

 "그래? 너 거기가면 마피아들 조심해야된다"

 "허르~ 거기 마피아들이 얼마나 있길래~"

 "널 조지려고 대기하고 있을거야, 농담이고 우리 이따 홍등가에 같이 갔다올래?"

 "하하, 나야 대 환영이지! 나 거기 얼마나 좋아하는데!"

 "OK, 좋았어!"

 "근데 나 좀 쉴 필요있어, 일단 밑에서 핸드폰 충전하고 올게!"

 "어, 이따보자고!"

 

 

 아래층에서 폰 배터리를 충전시키면서 폰으로 인터넷 서핑 및 카톡질을 했다. 지금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그리고 내 지인들은 어떻게 지내고있을까?

 

 

 약속시간이 되서 녀석들과 홍등가에 가려고 했는데 방엔 아무도 없었다.(썰렁~ㅠㅠ)

 녀석들을 더 기다릴까 아님 나혼자라도 홍등가에 다녀올까 고민고민하다가 결국엔 나혼자라도 홍등가에 다녀오기로 한다. 홍등가에 다녀오기 전에 중앙역으로 가서 유레일패스 시작개시 및 야간열차 예약부터 하고! 아니나다를까, 국제티켓 창구직원들은 이미 퇴근하고 없으니 유레일패스 개시하고 싶으면 내일 다시오랜다 ㄷㄷ 아쉬운대로 다시 홍등가로 발길을 돌리는 나.

 

 

 홍등가 주변엔 노천카페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홍등가를 돌아다니는 사람, 그리고 노천카페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술마시는 사람. 그리고 홍등가에는 빨간 등이 켜진 쇼윈도가 많았고 주변에는 라이브 섹스클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섹스클럽에 들어가는 사람들 또한 만만치않게 많았다. 그리고 지독한 대마초 냄새가 후각을 계속 자극시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의 광란의 밤은 또 시작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쇼윈도 속의 언니들을 감상하고 살짝 맞도발을 해주는게 내겐 너무나도 재밌는 밤이었다.

 

 

 벌써 새벽1시가 넘어갔다. 홍등가 주변엔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고 광란의 밤은 그칠 줄 몰랐다. 더 구경하다가 늦잠자고 싶었지만 아침일찍 풍차마을에 다녀오고 해지기 전에 벨기에로 도착하기로 한지라 슬슬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됐다.

 

 

 암스테르담의 여름밤의 홍등가는 그닥 무섭지 않았을 뿐더러 신나고 짜릿한 밤이었다. 3년 전의 겨울저녁, 그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비까지 내려서 분위기가 음산하고 침울했다. 게다가 겁이 많고 신앙심이 투철했던 지라 어디서 마약중독자 잘못만나서 맞아죽을까 바짝 긴장탔고 호스텔에 와서는 홍등가의 선교와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던 나였다.(참고로 Christian Shelter 호스텔은 기독교(개신교)인들을 위한 호스텔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3년 뒤에 와서는 그때와 반대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흡입됐던 것이다. 종교관을 버리고 돌아다니니 3년 전에 비해 몇 배 이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돈만 더 많았더라면 더 큰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을텐데....

 자유가 넘쳐나는 암스테르담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을 뿐더러 나의 이상을 잘 반영시켜준 곳이었다.

 

 

 

 

 

 

Als de lente komt, dan stuur ik jou: Tulpen uit Amsterdam
Als de lente komt, pluk ik voor jou: Tulpen uit Amsterdam
Als ik wederkom, dan breng ik jou: Tulpen uit Amsterdam
Duizend gele, duizend rooie, Wensen jou het allermooiste!
Wat mijn mond niet zeggen kan, Zeggen tulpen uit Amsterdam,
Zeggen tulpen uit Amsterdam!

 

봄이 오면 나는 당신에게 암스테르담에서 튤립을 보낼거예요.

봄이 오면 나는 당신에게 암스테르담에서 튤립을 가져다 줄거예요.

내가 돌아올 때 나는 당신에게 암스테르담에서 튤립을 가져오겠어요.

가장 좋은 것으로 노란꽃 천송이, 빨간꽃 천송이로 드리고 싶어요.

내 입이 말할 수 없는 건, 암스테르담의 튤립이란 거예요.

암스테르담의 튤립이라고 말해주세요.

 

 

 

 

 

 ※ 소소한 팁

 

-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그닥 위험하지 않은 곳이다. 여름에는 새벽에도 사람들이 많고 경찰들도 수시로 순찰다녀서 소매치기들만 잘 조심하면 된다. 다만 후미진 곳이나 인적드문 곳, 중앙역 주변은 주의가 필요하다.

 

- 대부분의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어에 능통한 편이니 네덜란드어를 따로 익히지 않아도 여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

 

-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 쇼윈도 안의 창녀들을 찍는건 금물! 혹시라도 아무것도 모르고 찍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잽싸게 도망치는 게 신상에 좋다.

 

- 암스테르담 홍등가 주변은 밤에는 강렬한 대마초 냄새가 풍기니 코가 민감한 사람들은 참고해두자. 대마초 냄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꽤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