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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오스트리아 빈 환승기&네덜란드 도착)

 비행기에 올라타니 금발의 승무원들이 환한 미소로 반기고 있었다. 근데 쭉쭉빵빵 언냐들은 역시나 없었고 다 아줌마들, OMG! 승무원들은 빨간색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기내는 색채가 강한 빨간색과 초록색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비행기는 대략 15분인가 20분정도인가, 대기를 탄 뒤 빈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 옆자리엔 좀 귀여워보이는 여자애가 앉아있었고 중국 본토 출신인듯 했다. 오스트리아로 날아가는 동안 공항에서 못다잔 잠을 청하기로 한다. 근데 잠든사이에 기내식이 왔다 갔었는데 하마터면 아침 홀딱 굶을뻔했다, OMG!! 즉시 스튜어디스 아줌마를 호출하여 김미더밀 플리즈, 김미더밀 플리즈~~~~~~~~!!

식사를 마친 뒤 잠을 다시 청했다. 몇 시간 잤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충분히 잔 듯 했다. 그리고 위치를 보아하니 대충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쯤인가, 거길 지나고 있는 듯 했다. 창밖을 보니 해는 도무지 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시각으로 낮 12시쯤 되어서야 빈 슈베하트 공항에 도착했다. 밖을 보니 구름이 많이 껴서 다소 우중충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환한 대낮이었다. 오는 내내 하루종일 밝은 하늘만 본 듯 했다. 근데 옆에 앉았던 여자애가 기내에 반입한 짐이 무려 8kg정도나 되어서 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더이다. ㅋㅋ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필자에게 ‘순진한거냐, 멍청한거냐’, ‘안에 마약들어있어서 너 덤태기 쓰면 어쩔라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충분히 연출 될 수 있었겠지만 그 여자애는 혼자였고 냄새나는 부분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일단은 쿨하게 ㅇㅋㅂㄹ!! 남자의 자격을 증명할 때가 왔도다!!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입국심사대로 가서 입국도장받고!!

 

 

 당최 계획은 빈에 8시간 환승하는 동안, 잠깐 밖에 나가서 슈테판 성당 주변 관광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근데 그 여자애 에스코트 해주면서 인연을 맺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냥 무시하고 빈 관광하고 와도 됐었는데 내가 많이 외롭긴 했나보다.ㅠㅠ

 근데 문제는 내 비행기 티켓에도, 걔 비행기 티켓에도, 오스트리아에서 제시된 게이트가 없었다. 우선은 게이트부터 찾는게 급선무였다. 한 10분정도 둘러봐서야 각자의 게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근방에 전열기구가 같이 있는 쇼파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충전기를 꽂고 폰을 충전시킨 뒤, 와이파이 작동여부를 알아봤다. 북경수도공항과는 달리, 빈 공항은 뭐 인증할 것도, 자시도 없이 인터넷이 그냥 되더이다, 페북도 접속해 봤더니 원활하게 접속되더이다, 오~ 할렐루야!!

 

 

 “그럼 넌 지금 어디로 가는길이야?”

 “바르셀로나”

 “아~ 그래? 거기 얼마동안 있다올건데?”

 “거기 한 4달동안인가 있다고 올거같아”

 “헤엑!! 그래?”

 “너 스페인어는 좀 해?”

 “나 스페인어는 몰라, 러시아어는 좀 할 줄 알아도”(ㅠㅠ)

 “왜냐면 나 스페인어는 좀 하는 편인데 영어를 잘 못해서”

 “아 그렇구나”

 “거기 내 가족과 친척들이 살고있거든, 나 4년 전부터 바르셀로나에 살고있었어”

 “그래?”

 “그럼 넌 어디로 가는길이야?”

 “난 암스테르담, 유럽횡단여행을 하는 중이고 동쪽으로 계속 가서 우크라이나의 키예프까지 가다가 한달 뒤에 중국에 갈 예정이야, 그러니까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폴란드,우크라이나,중국.”(지금 벌써 오스트리아에 와있잖은가~)

 “우와~ 그렇게나 많이?”

 “응. 참, 근데 넌 몇 살이니” “나? 올해 22살”

 ‘뭐야, 꽤 어리네?ㄷㄷㄷ 그럼 18살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단말인가?’

 “아, 그래?”

 “너는?”

 “나는 올해 27살, 좀 많은가?^^;”

 “......^^;;”

 “참, 이름이 뭐니, 난 김규민이야, 중국식으로 찐꾸이민”

 “그래? 난 좡씬똥”

 “아하! 한국식으로 장신동이겠네?^^”

 “아하하, 그런가?^^;;”

 “우리는 한자를 한국식으로 따로 읽거든”

 “그렇구나”

 “참, 이거 있잖아, 널 위한건데 이거 차에다가 달면 이뻐보일거야^^”

 “아, 그래? 정말 고맙게 잘 받을게~^ㅡ^, 근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나 지금은 너한테 줄게 없는데...ㅠㅠ”

생각해보니 기념품들을 모두 수하물인 배낭 안에 넣은 상태였다, 제길슨 ㄷㄷ

어느덧 시계는 5시에 거의 근접했고 그녀는 이제 바르셀로나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참, 괜찮으면 페이스북이랑 왓츠어플아이디 알려줄래?”

 “엉, 니 전화번호도 알려줘”

 “방금 메시지 보냈는데 잘 받았니?”

 “엉^^”

 “가서도 연락은 간간히 하자, 그리고 나 다음달 북경가게되면 연락줄게~”

 “그래, 좋은여행되고 또보자^^”

 그녀를 떠나보낸 뒤, 내가 사기로 한 시계랑 지갑이 갑자기 생각났다. 면세점을 둘러보니 지갑도 있었고 시계도 있었다. 먼저 지갑부터 알아보기로 하고!

 “안녕하세요”

 “네, 뭘찾고 계신가요?”

 “지갑(Purse)을 찾고 있었어요 ㅎㅎ"

 “지갑(Purse)요?”

 “네, 그러니까 저기 진열되 있는거요"

 “아! 지갑(Wallet)! 잘 못알아들어서 죄송해요^^”

 “하하, 괜찮아요^^; 제가 영어실력이 좀 엉망이어서 그러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까 고객님 지갑을 바꿀 때가 되신거같네요”

 “네, 너무 구식이죠?ㅎㅎ”

 “......^^;”

 근데 지갑이 어디 여기에만 있겠는가? 게다가 덥썩 사기도 좀 그러므로

 “일단 기억해둘게요, 그리고 좀 더 알아보다가 이따 다시 찾아오도록 할게요^^”

 “네^^”

 

 

 시계가게로 발을 돌리니 다양한 브랜드의 시계들이 진열되 있더이다. 근데 나는 명품에 대해서는 좀 문외한인데다 시계를 잘못사다 안사니만도 못할거같아서 일단 C형에게도 자문해보고 S양에게도 자문해봤다. C형이 추천해준 브랜드(Tissot)의 시계는 가장 싸고 구려보이는 것도 우리 돈으로 약 30만원은 훌쩍 넘겼다. 쇼미더머니~~~ 돈 없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 김미더머니 돈 있으면 뭐든 다되는 세상~♬

 좀 고민해보니, 지금 시계나 지갑을 산들, 제대로 잘 보관할 자신이 없었고 시계는 차고 다닌다 해도 도난당할 확률이 높을 듯 하고 어차피 다음 달에 이 공항에 다시 들르니 일단은 포기하고 다음달에 여기서 사기로 했다.

 

 

 잠깐 멍때리는 동안, 만약 네덜란드 가는 항공편 안타고 여기서 빠져나가서 바로 슬로바키아로 가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다. 슬로바키아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네덜란드까지 가서 암스테르담에서 배타고 폴란드가서 우크라이나에서 아웃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이대로 내려서 빈에 며칠 있다가 슬로바키아에 2주있다가 폴란드에 1주있다가 우크라이나에 1주있는건 또 어떨까~ 어차피 우크라이나 빼고 다 솅겐 조약을 맺은 나라들이니 뭘 해도 허용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지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지인들이랑 카톡질 하면서 멍때리다가 어느 덧 비행기 탈 시간이 왔다. 오스트리아, 너도 안녕! 2주 뒤에 다시 찾아간다!

 

 

 

 

 

 

 밤 10시쯤 돼서야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3년만이다. 그 땐 환승 때문에 들른 암스테르담이었다. 각자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환상과 향유, 그리고 진한 아쉬움이 깊게 남던 곳이었다.(생에 유럽 중에서 맨 처음 간 곳이 암스테르담이었다.) 화장실에서 긴장 풀어주고 바지 다시 갈아입고 입국심사대를 향해 직진!! 근데 오늘따라 웬일인지 입국심사대엔 아무도 없었다. 좀 더 앞으로 가야 인터뷰를 받는건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걷다가 어느새 수하물센터까지 도착했다. 뭐야, 이게 끝이야~??!! 심사위원들 전부다 퇴근했나, 이거 직무유기 아닌가?ㅋㅋㅋㅋㅋ

 암스테르담 입국심사는 이례적으로 싱거워도 너~~~~~~무 싱거웠다. 3년 전에 갔을 땐 입국심사위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내가 계속 ‘온리 투어’라고 해서 심사위원들이 못알아 듣다가 뒤에 있던 한국인 아저씨가 통역해주어서 겨우 통과한 기억이 있었다. 수하물 센터엔 내 짐이 잘 도착해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레일 센터를 찾으러 갔다. 공항 내 유레일 센터를 찾으러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봤더니 시간이 늦어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제길슨 ㄷㄷ 아쉬운 대로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 가는 표 한 장 구하고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고고고!! 그런데 좀 늦은 밤이라 긴장은 풀지 않았다. 예상대로 열차 안에 웬 앵벌이 남자 한명이 승객들에게마다 뭘 달라고 하는듯했다. 예상대로 나한테도 왔는데 난 아예 영어 못하는 척 하면서 패스!

 

 

 

 

 

 

 이리하여 3년 만에 암스테르담 시내에 다시 왔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보니 내 얼굴에 화색이 절로 돌았다. 3년 전에는 키예프로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18시간 환승목적으로 들렀는데 이번에는 여행의 첫 시작을 암스테르담에서 끊게 되었다.(그 땐 한국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직항편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날밤의 암스테르담은 3년전의 밤과는 달리 사람이 많았고 활기가 넘쳤다. 근데 문제는 북경공항에서 예약해뒀던 Christian Shelter City를 찾는 일이었다. 3년 전에 갔었던 곳인데다 가격도 그나마 저렴한 편이고 아침식사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근데 주소지를 보고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아무리 돌아다녀도 그 호스텔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날따라 거리를 순찰하던 경찰은 잘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난 암스테르담을 좋아하는데 암스테르담은 왜 나만 싫어하나~ㅠㅠ) 그렇다고 3년 전처럼 길을 못 찾겠다고 택시찾으며 난리부르스도 추기 싫다. 그렇게 호스텔을 찾아 해매다 시간은 어느 덧 12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결국은 그 호스텔 찾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아까 지나가는 길에 보였던 The Meetingpoint Hostel로 들어가기로 했다. 리셉션엔 두 명의 뚱뚱한 스탭들이 날 반기고 있었다. 다행히도 자리는 있었다. 여권을 제시했고 그들은 내 국적을 보고 다시 날 보더니 “아하~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더이다 ㅋㅋㅋㅋㅋㅋ 신이난 나는 그들 앞에서 즉석으로 너무나도 어색하고 어설픈 말춤을 선보였다. 여기서 스탭들에게 약간의 점수를 따고 예~!

 

 

 방에 들어가서 짐정리를 좀 하다가 목이 말랐다. 일단 호스텔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겠고 제대로 졸리지 않으니 잠깐 나가서 홍등가 구경하고 밤거리를 찍기로 한다.

 

 

 

 

 3년 만에 다시 온 홍등가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꽤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그런 만큼 대마초의 역한냄새 또한 만만치 않게 났다. 쇼윈도엔 여전히 여러 언냐들이 있었는데 어떤 언냐는 섹시한 포즈를 취하면서 남자들을 유혹했고 어떤 언냐는 나랑 눈이 마주쳤을 때, 윙크를 하면서 ‘잘해줄게, 이리와~’라는 뉘앙스를 풍겼고 어떤 언냐는 조용히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혼자 밤늦게 홍등가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그닥 무섭지 않았다. 뭔가 흥미로운 감이 들었고 몸 속의 엔돌핀이 넘쳐나는 듯 했다. 그리고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Nieuwmarkt쪽인가, 그쪽 구석에 있는 흑언냐 몇 빼고 언냐들 물갈이가 잘 된 듯 했다. 새벽 2시 좀 안되어서야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다. 리셉션엔 아까 그 뚱뚱한 스탭이 장난스럽게 말을 걸면서 나를 반겼다.

 “헤이, 강남스타일~ 어디갔다 이제오셨나?”

 “홍등가 좀 돌아다녔어요, 역시나 환상적이었어요 ㅋㅋ”

 “오~ 그래? 거기 좀 많이 멋지지?”

 “내일 또 가보고 싶네요, 좋은밤되세요”

 “그래, 잘자~”

 방으로 돌아온 나는 다음날을 위해 잠을 청했다. 역시 암스테르담의 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 오늘에서야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직항이 아닌 경유 여정일 때, 한 구간이라도 타지 않는다면 남은 구간도 다 취소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위에 본인이 언급한 대로 진짜 그렇게 했다면 out지점인 우크라이나에서 애를 먹었을 것이다. 비행기 탑승 규정도 모른 채 솅겐 조약만 고려하고 그 구상하다 좋다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