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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스위스 이동 편)

 

 

부제: 너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

 

 

아침이 또 밝아왔다. 이 날은 스위스로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 하는 날이다.ㅠㅠ 시간만 더 많이 주어졌더라면 더 있고 싶었다.(사실 더 있어도 됐었는데 ㅋ)

 오전에는 스위스(인터라켄)에서 묵게 될 숙소를 미리 알아보았다. 두 번의 실수란 있을 수 없다! 숙소 가는방법을 한국에서 미리 안알아보고 두 시간가량 헤매다가 L누나와 그 일행들에게 웃음거리가 됐던 걸 생각하노라면 이젠 숙소찾기에 대해선 퍼뜩 정신이 들게 됐다.

 발가락의 물집은 첫날에 비해선 꽤 가라앉았지만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는 아니었다. 민박집 사장님께선 내게 필요한 의약품 있으면 언제든지 가져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TGV 및 탈리스 예약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서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TGV와 탈리스는 고속열차이기에 사고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사고가 터지기에 예약필수구간이라고 그러시더라~(이 말 맞는가요?O_o 일단 파리에 오래계신 사장님 말을 믿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태)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시계는 어느 덧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열차시각을 말하자 사장님께서는 다급하게 얼른 리옹역으로 가라고 재촉하셨다. 점심은 못 먹은 대로 컵라면도 챙겨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고 사장님께 짧은 인사를 드리고 리옹역으로 떠나게 된다.

 

 

 

 

 

 

 파리 리옹역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기차출발시각에 겨우 도착했는데 기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오~~~ 마이~~~~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 이런게 멘붕이구나!

 그렇다고 가만히 멍때리며 징징거릴 내가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래서 전날 저녁에 갔었던 국제선 예약창구로 다시 갔다. 다행히도 역무원은 군말없이 시간대를 바꿔줬고 예약수수료도 부과하지 않았다. 열차탑승시각은 오후 4시.

 

 

 역사 내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뭐지? 최근에 리옹역에서 테러가 일어나서 그런가?O_o 

 티켓을 발급받은대로 브뤼셀에서 사온 꼬마곰 젤리로 허기를 좀 채우고 혼자 앉아서 쉬고 있는 프랑스 아저씨에게 가서 길을 물어봤다.

 

 

 "실례지만 영어 좀 할 줄 아세요?"

 "응"

 "2번 역사를 찾고 있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되요?"

 "저쪽 통로로 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될거야"

 "아, 고마워요^^"

 "근데 넌 어디서 왔니?"

 "전 한국에서 왔죠 ㅋ"

 "그래, 한국 어디? 서울에 사니?"

 "네, 서울 근처에 살아요, 수원이요 ㅋ"

 "그렇구나, 나 전에 한국에 비즈니스 출장으로 간 적 있었는데, 서울로말야"

 "아, 진짜요?"

 "응, 특히 한국 음식이 독특하고 맛있었지"

 "아, 그렇군요 ㅋ 아, 혹시 비빔밥 드셔보셨나요? 그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그렇구나, 근데 비빔밥은 먹어본 적 없었던 거 같아, 김치랑 불고기는 먹어봤어도"

 "아, 그렇군요"

 "난 이제 이만 가봐야겠네, 행운을 빌고 좋은 여행 되길 바라겠네!"

 "아, 감사합니다, 행운을 빌게요!^^"ㅁ

 

 

 약 5분 뒤, 취리히 행 열차가 있는 플랫폼을 찾을 수 있었고 나는 플랫폼 번호를 확인사살 한 뒤 의자에 대기하러 갔다.

 출발시각 약 20분 전, 또 허기가 져왔다. 배고파서 초코바를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고 있었는데 다 먹고나니 열차시각이 약 2분인가 3분정도 남은 상태였다. 다급해진 나는 기억해둔 플랫폼으로 갔는데 아뿔싸!!!!! 그 플랫폼의 열차는 취리히행 열차가 아니었다!! 정신이 제대로 든 나는 역 정리중인 역무원에게 플랫폼을 물어봤는데 열차는 이미 떠난뒤란다. 내 입에선 더이상 아무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D군의 "너 정신 똑바로 안차려?!"라는 환청이 내귀에 들려왔다.  어느 누구에게 욕먹어도 정말 할 말 없는 순간이었다. 내 혼이 몸 속에서 빠져나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마 옆에 절친 D군이 같이 있었더라면 엄청난 호통과 설교를 들었을 것이다. 일단 다시 국제티켓예약소로 갔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좀 남아서 주변을 관광하다 놓쳤다고 대충 설명했다. 이번에는 수수료 25유로를 물더니 다음 차(오후 6시차)가 막차라고 설명하면서 이번에는 어디 나가지 말고 꾹 대기해 있으라고 일러줬다. 내 자신이 비참해짐을 느낀 그 순간이었다.

 

 

 출발 30분 전,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으로 역무원에게 달려가서 취리히행 플랫폼 위치를 확인했다. 그래도 불안했으므로 해당열차 승무원 붙잡아서 또 물어봤다. 다행히도 이번엔 제대로 찾았다. 그런데 아직 객실 정리가 끝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근데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전 한국에서 왔죠"

 "한국? 북한? 아니면 남한?"

 "아, 전 남한이요, 그러니까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에서 왔어요"

 "그렇구만"

 "북한엔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유명할 거에요, 근데 전 그들을 싫어해요, 걔네들은 어떻게든 한국을 공격하려고만 궁리하죠"

 "아 그러냐?"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해외여행을 할 수 없어요."

 

 

 잠시 후 TGV는 취리히를 향해 떠나기 시작했다. 겨우 진정을 되찾은 나는 유레일 타임테이블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런데 6시발 TGV는 취리히에 밤 12시 넘어서 도착이라고 명시되있었다. 또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유레일 연속패스면 모를까, 지금 내가 소지하고 있는 패스는 유레일 셀렉트패스다. 취리히까지 무리없이 공짜로 타자니, 날짜를 하루 기입하는게 완전 비효율적이었고(다음 날 이동예정 없기때문), 날짜를 하루 더 기입 안하자니 인터라켄 행 열차를 갈아탔을 때, 승무원에게 검문받게 되면 벌금을 내야할 상황이었다.(도착시간이 다음날짜 00시가 넘기 때문) 그 때 열차를 놓치지 않고 정신차려서 잘 탔더라면 마음편하게 취리히까지 갔어도 됐었는데... 하지만 땅치고 후회한 들 무슨소용 있으랴~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서 나온 모토는 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반드시 있다.

 

 

 벽에 붙어있는 모니터는 그 열차가 가는 여정을 명시하고 있었다. 열차는 바젤을 경유한다고 명시되 있었다. 일단 타임테이블에서 출발지가 바젤인 테이블을 찾아봤다. 도착지가 베른이라 명시된 곳이 있었다. 다시 출발지가 베른인 테이블을 찾아봤다. 다행히도 12시 이내에 인터라켄에 도착하는 열차가 있었다. 결국 취리히까지 안가고 바젤에서 베른행 열차를 갈아타기로 했다.

 9시 30분쯤 되서야 열차는 바젤에 도착했고 나는 짐싸고 바로 바젤에서 내렸다. 30분 뒤에 열차탈 것을 계산했는데 고맙게도 베른행 열차는 바로 옆 플랫폼에 위치해 있었다.

 한 10시 30분쯤 되어서야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도착했다. 하지만 인터라켄에 가는 다음열차는 11시, 그리고 그 열차가 막차였다. 30분동안 베른 역 주변을 둘러봤는데 역은 너무나도 작았고 별거 없었다. 밖에 잠깐 나왔더니 시내는 쥐죽은듯 고요하면서도 한산했다. 여기 정말 스위스 수도 맞아?O_o

 

 

 

 

 

 

 다행히도 인터라켄 행 열차는 밤 12시가 넘기 전에 도착해서 벌금은 피할 수 있었다. 늦은 밤의 인터라켄은 쥐죽은듯 고요했고 쌀쌀했지만 음산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데 문제는 호스텔을 찾는 것이다. 일단 그 호스텔이 알려준 대로 길을 가긴 했지만 빨간 표지판 이후로는 찾기가 힘들었다. 지나가다가 노천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담배피고 계신 할머니께 다가가서 길을 물었다. 친절한 할머니는 호스텔 주소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점원에게 길을 물었다. 잠시 후, 할머니는 노트에 약도를 그려주시더니 그 호스텔이 위치한 곳을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환히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한 뒤 길을 계속 걸었다.(역시 스위스는 괜히 선진국이 아니었다.)

 

 

 

 

 

 

 한 15분쯤 걸어서야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셉션에서 스탭에게 간단한 내부규칙 및 주의사항을 들은 후 아침식사쿠폰,시티맵을 지급받고 보증금 10프랑과 여권을 그에게 맡겼다.

 방에 들어와서 발가락 상태를 살펴봤다. 다행히도 발가락의 물집은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됐어, 이정도라면 다음날 융프라요흐 등반은 아무문제 없겠어! 음료수를 뽑아마신 뒤, 간단하게 지인들과 카톡연락을 하다 이내 잠들게 된다.

 이 날 하루는 내게 많은 교훈을 안겨준 개운치 못했던 하루였다.

 

 

 이 자리를 빌어 필자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파리 클릭하우스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소한 팁

-스위스는 EU연합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유로화가 아닌 자국통화(스위스 프랑)를 쓰니 스위스에 입국했다면 환전은 잊지말고 꼭 하도록 하자.

 

-스위스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섞어쓰는데 내 기억으로 인터라켄은 독일어를 주로 쓴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