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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스위스 인터라켄 편)

 

 

부제: 돈과 여자때문에 약해지지 마라!

 

 

 아침이 밝아왔다. 다행히도 이날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융프라요흐 정상에 올라가도 별로 안추울것만 같았던 날씨였다.

 지급받은 쿠폰을 들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한국인의 여자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외모도 괜찮고 성격도 차분한게 딱 내 스타일인 여자였다. 간단하게 눈인사 주고받고 서로의 정황을 간단히 주고받았다. 그녀는 전날 융프라요흐에 올라갔다왔고 곧 독일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아~ 아쉽다, 동행 같이하고 싶었는데.ㅠㅠ 숙소는 여행사를 통해서 잡았다고 했는데 그렇다해도 여자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해보였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겨울용 목티를 입고 융프라요흐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호스텔 밖을 나오는데 동양인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중국인도 있긴 했지만 한국인이 중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았다. 동역으로 나가보니 동양인은 한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헐~ 여긴 무슨 강원도 리조트인감?? 마치 인터라켄이 한국땅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곳이었다.

 

 

 

 

 

 

 매표소에서 유레일 패스를 제시했는데도 융프라요흐까지 올라가는 등산열차는 143프랑.ㅠㅠ 왜지?O_o

 얼마 후, 등산열차가 왔고 등산열차는 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금발의 청년이 자리를 잡았다. 호구조사를 해보니 그는 스위스 현지인이며 현재 산악구조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좀 빡신거 빼면 괜찮을듯한데~ㅋㅋ) 지금은 잠시 쉬는시간이라고 그런다.(이야~ 이친구 참 부럽구먼 ㅋㅋ 이렇게 좋은데서 근무를 하고말야~ㅎㅎㅎ)

 달리는 기차안에서 찍은 알프스산맥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또다시 내 눈을 맑게 정화시켜줬다.

 

 

 

 

 

 

 

 

 

 

 

 산 중턱에 있는 집들은 아기자기하게 놓여졌고 푸르고 맑은 하늘은 그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그리고 풀밭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얼룩소 무리들이 있었다. 산책로에는 하이킹을 즐기는 몇몇 등산객들이 있었다. 모든 게 아름다웠고 평화로워보였다. 알프스 산맥의 맑은 공기는 내 마음조차 깨끗하게 하여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아마 어렸을 때 부터 이곳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은 아마 성격이 여유가 넘치고 순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이미 솜사탕같은 뭉게구름 위에 와있었다. 하지만 파리와 달랐던 점은, 파리가 사랑의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면 알프스 산맥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기차는 얼마나 달렸을까~ 동굴로 들어가더니 잠시 정차했다. 밖에 잠시 나가봤더니 꽤 추웠다. 목티만으로도 어림이 없었을 정도였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얼마 후, 또다른 한국인과 동석하게 됐는데 그 한국인은 현재 직장인이고 후에 프랑스에 들렸다 뮌헨에서 아웃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행여정을 소개했더니 나를 부럽게 바라봤다. 그러나 난 이 여행이 마지막 배낭여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아쉬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직장인 되서도 여행은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큰 모험은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그 한국분도 공감하고 있었다.

 

 

 얼마 후, 기차는 정차하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창 밖을 바라보니 눈 덮인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유럽의 최고봉인 융프라요흐에 도착한 것이다. 동굴 안은 쌀쌀함을 넘어서서 추웠고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감기걸릴 수도 있었다.

 동굴 밖을 나와보니 눈덮인 설원이 펼쳐져있었다. 그 광경은 눈이 부셨다. 이상하게도 밖은 동굴 안에 비해 춥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고 해야할까~ 나는 분명 유럽의 최고봉 위에 서있었다.

 

 

 

 

 

 

 다른 쪽에는 설원 위에서 썰매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줄타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야~ 한여름에도 이런게 가능했다니 ㅋㅋㅋㅋ

 다시 동굴안으로 들어가서 이번엔 얼음조각이 전시되 있는 곳으로 갔다. 얼음조각이 전시된 곳은 밖보다 더 추웠으며 일 년 내내 녹지않은 채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얼음조각상은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얼음집,곰,얼음동상,개,물개 등등... 그리고 얼음 안에는 분명 전등도 비치되있었다. 신기하네~ 어떻게 얼음 안에 전등을 넣었을까~? 얼음 안에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LED등들이 비춘다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일 것만 같았다.

 얼음조각상 구경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날씨는 점차 추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배는 점점 고프기 시작하고....ㅠ 일단 정상까지 올라왔으니 점심은 컵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융프라요흐에서 파는 컵라면은 무려 5프랑(최소 6,000원 이상)을 넘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800원짜리 작은 컵라면이었다. ㅎㄷㄷㄷㄷㄷ

 융프라요흐에서 맛보는 신라면은 북경수도공항에서 맛봤던 육개장 컵라면 다음으로 맛있었던것 같았다. 추운 날씨 속에서 먹었던 컵라면 맛은 안구를 촉촉히 젖게 할 정도였다.(바로 이맛이야~!ㅠㅠ) 라면을 먹었더니 이번엔 목이 컬컬했다. 500ml짜리 사이다를 사마시는데 한 병에 적어도 무려 3프랑이나 넘어갔다. 한국의 1.5L 사이다나 콜라도 대략 2천원 살짝 넘어가는데 뭐, 3프랑(약 3,500원)??? 아이고 내 허리야~~~~~~~ㅠㅠ

 

 

 먹을 거 다 먹고 추워서 휴게소 안에서 융프라요흐 전경을 감상하다가 약 3시경 되어서야 하산열차를 탔다. 동굴안은 여전히 추웠다. 하산열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오전에 청명했던 하늘은 먹구름이 가리고 있었다.

 그린델발트에 잠깐 내려서 하이킹이라도 할 까 생각중이었는데 도착했을 떄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날씨까지 추우니 원~ㅠㅠ 결국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인터라켄 동역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동역 오른편에는 호수가 보였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스위스의 호수나 강들은 다른 강이나 호수와 달리 에메랄드의 빛을 띠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이 호수 안에는 과연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호스텔로 돌아가기 앞서 저녁먹을 식당들을 물색 중이었는데 스위스식 전통식당, 태국 전통음식점, 중국 전통음식점, 일식점, 그리고 한식점도 있었다. 근데 식사비는 가장 저렴한 것도 최소 12프랑이 넘어갔다. 스위스 식당에서 식사 해결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거덜날 것만 같았다. 고민고민하다가 저녁은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호스텔에서 초코바와 프랑스 민박집에서 챙겨온 신라면 컵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민박집에서 라면 챙겨오길 정말 잘 한거 같아. 아니, 이럴 줄 알았다면 하나 더 챙겨갈 걸 그랬다.ㅠㅠ

 

 

 호스텔에서 핸드폰을 충전시키며 충분히 쉬다가 해가 거의 넘어가려고 할 떄, 산책을 나섰다. 인터라켄은 한밤중에도 아늑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풍겼다. 비록 비가 와서 좀 촉촉하고 다소 추웠지만 걸어다니면서 사색을 하기 딱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거리에는 시계방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여러종류, 여러 브랜드의 시계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가격은 싸구려라도 최소 250프랑을 호가했다.

 

 

 

스위스산 시계를 대표하는 롤렉스 손목시계, 언젠가는 나도 이 시계를 내 손목에 찰 수 있겠지?

 

 

 

 그중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롤렉스 시계였다. 외관부터 간지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 이것이 그 유명한 명품 손목시계 롤렉스 시계구나!! 가격은 가장 저렴한 것도 최소 5,000프랑(약 600만원) 이상이었다. 이 시계를 내 손목에 차게되면 난 한층 간지나 보일테고 여자들도 그 시계를 보고 내게 반하겠지란 상상에 빠지고 있었는데 현실을 다시 돌아보니 난 한낱 찌질한 배낭여행객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내 모습과 시계방에 진열된 롤렉스 시계를 바라보면서 다시 괴리감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그 괴리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돈이 많지 않고 가진것은 쥐뿔도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겐 '자유'라는 특권이 있었다. 그리고 고가를 호가하는 명품을 바라보면서 잠시 달콤한 상상에 빠져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여겼다.

 그래, 결심했다!! 비록 지금의 나는 스위스에서 겨우 초코바나 빵으로 해결짓는 찌질한 배낭여행객일지라도, 약 10~20년 뒤, 크게 성공해서 손목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을 나의 모습을 다시 상상해보았다. 어느 새 열등의식 때문에 우울했던 내 마음은 금세 힘이났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여기까지와서 그깟 돈과 여자때문에 주눅들 수야 없다! 나는 지금 남들이 만끽하기 힘든 '자유'라는 선물을 받지 않았잖은가? 아무도 날 제지할 이들도, 방해할 이들도 없다! 이렇게 혼자 오랫동안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어느 새 인터라켄 서역까지 왔다. 앞으로 계속 걸으면 걸을 수록 알 수 없는 길이 계속 나왔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시간도 늦었는데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 로비에는 네 명의 한국인들이 모여서 루트를 놓고 어디로 어떻게 갈 지 토론하고 있었다. 방 안은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윗옷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알프스의 고요한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인터라켄의 밤거리는 사색을 하며 걷기에 너무나 좋았던 시골마을이었다. 명품시계때문에 잠시 열등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삶을 살아가게 하는 동기가 되게 해주었다. 오후에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그린델발트의 향취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을텐데....

 이날밤이 지나고 나면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로 떠나게 된다. 그 곳에 가게되면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젤라또 맛은 어떨까? 그리고 나는 소매치기로부터 무사할 수 있는가?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엔 과연 어떠한 행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S의 강력추천 때문에 루트에 넣게 된 베네치아다. 만약 베네치아에 실망하게 된다면 S에게 다시 확마를 날려주면 되니까 ㅋㅋㅋㅋㅋ

 

 

 소소한 팁

-인터라켄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치안도 상당히 좋은편이다. 여자 혼자 밤늦게 돌아다녀도 별 문제 없을 정도다. 다만 물가는 살인적인 수준이니 사전에 여행예산및 계획을 잘 짜는게 바람직하다.

 

-여름이나 겨울의 인터라켄에서는 한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인들을 더 경계해야 할지도?

 

-스위스의 한끼 식사비는 최12프랑(약 14,000원)이 넘어간다. 식비를 아끼고 싶다면 숙박업소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식사나 COOP이라는 마트를 잘 활용하자.(굶을 수는 없잖은가~ㅠㅠ) 숙박업소도 아침제공이 무료로 되는 곳이 있고 추가비용 내야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으니 사전에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사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은 융프라요흐가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몽블랑 산이다.

 

-스위스식 220V의 콘센트는 보통 220V의 콘센트에 비해 구멍이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