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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이탈리아 이동편)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은 스위스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 저녁엔 베네치아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했으니깐

 이 날의 스위스는 하늘이 맑고 쨍쨍했다. H군이 조언한 대로 유레일패스를 이용하여 무료로 유람선타고 스피츠까지 이동해서 밀라노를 거쳐 베네치아로 갈까 생각중이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좀 빠듯했다. 결국 유람선 승선은 먼 훗날로 기약하기로 한다.

 

 

 아침을 먹으려는데 아뿔싸, 식권이 없어졌다!! 그 호스텔에서는 식권없이는 아침식사가 불가능했다.ㅠㅠ 식권을 잃어버린대로 어쩔 수 없이 일단 짐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COOP으로 가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COOP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는 약 4프랑 내외, 스위스에서는 그닥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떠나기 전에 아침의 인터라켄의 모습을 잠깐 사진에 담고 인터라켄 동역 앞의 은행에서 남은 스위스 프랑을 전부 유로로 환전했다.

 

 

 

 

 

 

 일단 밀라노를 가기 위해 베른으로 갔다. 베른역에서 하차했는데 베른역 내부에는 국제선 예약창구는 물론이고 매표소조차 없었다. 뭐야, 여기 진짜 스위스 수도 맞아??O_o 잠시 시내도 둘러봤는데 시내 또한 별거 없었다. 역 주변만 둘러봤지만 작았으면서도 볼것도 별로 없어보였고 한국과 분위기가 거의 비슷했던 듯 했다. 한창 개발중인 세종시만도 못했던것 같았다.(세종시에 사시는 분들껜 기분나쁘게 들렸다면 일단 사과드리겠습니다.) 결국 취리히까지 가기로 했다.

 

 

 취리히 중앙역은 생각보다 넓고 컸다. 자칫 잘못했다간 헤매다가 기차를 못 탈 수도 있었다. 취리히가 스위스 수도라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일단 국제선 예약창구를 찾기 위해 경비중인 경찰에게 길을 물어서 경찰이 알려준 방향으로 갔다. 또 길을 잘못들다가 역 건너편 강가로 갔는데 취리히의 강도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었다. 신기하다, 스위스의 강과 호수는 어떻게 다 옥빛을 띨 수 있는거지?

 

 

 

 

 

 

 앗,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순간 파리 리용역에서 기차를 두 번 씩이나 놓쳤던 게 생각나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국제선 예약창구를 찾으러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갔다. 국제선 예약 창구를 찾았을 때 시계는 12시를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창구로 가서 베네치아까지 가는 기차편을 요구했는데 예약 수수료는 무려 33프랑(30유로) ㅎㄷㄷㄷㄷㄷㄷㄷ 뭐?? 우리돈으로 무려 4만원대???O_o

 

 

 베네치아행 티켓을 얻고 지정된 플랫폼에 가서 확인사살하러 가려는데 손에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으악, 내 벨기에산 초콜렛!!!!! 부리나케 국제선 예약창구로 뛰어갔는데 다행히도 벨기에산 초콜렛은 그대로 잘 있어줬다. 휴~ 또 잃어버렸다고 징징거릴뻔했네 ㄷㄷ 물건 잃어버린건 잔세스칸스에서 일어난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어서 유레일패스, 여권, 창구에서 받은 5장의 티켓을 확인사살했다. 일단 유레일패스,여권,티켓 모두가 잘 있어줬다. 근데 문제는..., 티켓을 잘 확인해보니 목적지는 베네치아가 아닌 '브레시아노'로 표기되 있었다. 뭔가 또 있겠지란 생각에 다시한번 티켓을 주의깊게 살펴봤는데 '베네치아'라는 단어는 단 한자도 없었다. 이대로 베네치아까지 가다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할 지도 몰랐다. 또 다시 다급해져서 아까 티켓을 배부받았던 창구로 갔다.

 

 "이런, 말도 안되요! 전 브레시아노가 아니라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을 가려고 했어요. 뭔가 잘못됐어요! 이거 바꿔줄 수 없어요?"

 "흠.... 어디 한번 봅시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이라고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바꿔드릴게요"

 "여기 베네치아 산타루치아행 티켓 바꿔드렸습니다"

 "아까 티켓 받았을 때 목적지를 살펴봤어야 했는데 진작에 확인 못한게 제 잘못이네요"

 "이대로 가시면 되고 즐거운 여행되세요"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추가수수료는 부과되지 않았다. 긴장이 풀리자 이번엔 배가 고파져왔다. 그래서 샌드위치와 500ml의 물을 샀는데 총 도합 10프랑, 500ml물 한병만 무려 3.5프랑씩이나 했다. ㅎㄷㄷㄷㄷㄷㄷㄷ 이로써 집에서 가져온 스위스 17프랑의 동전을 포함한 총 257프랑을 2.5일만에 다 써버렸다.ㅠㅠ 물론 숙박비랑 융프라요흐 등정비까지 포함한 가격이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도 그 짧은기간동안 무려 30만원을 넘는 거액을 쓴 것이었다.ㅠㅠ

 

 점심을 해결하고나니 1시 30분이 됐다. 기차 출발시각 전까진 약 1시간 30분 남았다. 잠깐 역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파리 리용역에서 저질렀던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출발시각 30분 전쯤 되서 지정된 플랫폼에 열차가 왔다. 승무원에게 물어 확인사살을 한번 더 하고 난 후에야 안심하고 열차에 승차했다.(취리히->밀라노->베네치아 산타루치아)

 

 

 

 

 

 

 7시가 조금 넘어서야 밀라노에 도착했다. 밀라노 역 역시나 넓은 편이었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베네치아로 가는 차 시각은 8시 5분. 현재 소지하고 있는 유로화 현금을 확인해보니 동전으로 2유로 조금 넘게 남아있었다. 역내의 ATM기를 찾으러 잠시 역 밖으로 나갔다.

 

 

 

 

 

 

 야속한 ATM기는 내 씨티은행카드를 모두 거부했다. 아쉬운대로 현찰은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뽑기로 하고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왔다. 또다시 배가 고팠다. 그래도 끼니는 안 때울 수 없었다. 마트로 들어가서 끼니 때울만한 것들을 찾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딱 2유로 하는 큰 초콜렛이 하나 있었다. ㅇㅋㅂㄹ! 일단 하나 사고!!

 

 

 그런데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는 아무리 기다려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야, 사고난건가?O_o 출발시각 약 15분 전쯤 되서야 베네치아행 열차가 도착했다. 지정된 플랫폼으로 가서 또한번 역무원에게 물어서 확인사살하고, 분실물건이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사살 후에야 열차에 승차했다. 지정된 좌석에 짐을 놓고 앉아서 긴장이 스르르 풀려서야 초콜렛을 뜯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이 많은 편이라 다 먹지 못하고 절반정도 남겼다. 남은 절반은 오스트리아로 이동할 때 먹기로 했다.

 

 

 밤 10시 40분쯤 되어서야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출구 쪽에는 선착장이 보였고 그 왼편엔 ATM기가 있었다. 원하는 만큼 현금을 인출하고 수첩에 필기해 둔 내용을 토대로 민박집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민박집은 헤매지 않고 한번에 찾을 수 있었고 그 때가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동안의 사장님이 맞이했다.

 어쨌든 중간에 아무사고없이 베네치아에 무사히 도착했고 더 다행인 것은 프랑스에서 예약해둔 민박집을 헤매지 않고 한번에 찾은 것이었다. 프랑스에서의 사소한 실수들이 날 더욱 더 철저하게 만든 것이었다.

 

 

 소소한 팁

 이탈리아로 오고가는 구간은 십중팔구 예약필수 구간이다.(패스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소정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빠른 예약만이 여행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