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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5~2016년 우크라이나 힐링여행기

슬로바키아 여행기(코시체)

어느 덧 버스는 국경에 다다르더니 검문소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버스 안으로 국경 수비대들이 들어와서 여권을 걷었다.

이번에도 긴장이 바싹 들었다.

 

지난 4년 전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때,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들이 호텔 예약 증명서로 꼬투리를 잡아서 삥(?)을 뜯은 적 있었다.

알고보니 지네들 용돈이 필요해서 나한테 꼬장을 부렸던 거지만...

 

예상 외로 이번엔 출국도장을 찍고서 여권을 돌려주었다.

우크라이나 검문소를 통과한 차량은 조금 더 가다가 다른 검문소에 멈춰섰다.

그리고 슬로바키아 국경 수비대들이 들어와서 여권을 걷어갔다.

이어서 버스 운전기사가 내리라는 지시를 했고

모든 승객들은 짐을 챙기고 일제히 검문소 쪽으로 향했다.

 

검문소에서 대기하는 동안 목이 좀 컬컬했다.

마침 구석 쪽에 커피자판기가 보였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유로로 커피를 뽑아마시려고 했는데

자판기에 지폐투입구가 없었다.

마침 두 명의 여자수비대들이 와서 커피를 뽑아마시려고 자판기 앞에 섰다.

 

나: 저기 죄송한데 5유로짜리 지폐 동전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수비대: 어떡하지? 우린 동전이 없네? 근데 뭐마시고 싶은데?

나: 모카치노를 마시려고 하는데요?

수비대: 바꿔줄 동전은 없지만 우리가 뽑아다 줄게~

 

 

이게 웬 떡??

커피마시려고 동전만 바꾸려고 했을 뿐인데....

결국은 수비대에게 커피 얻어마셨다. 히힛, 개꿀~ㅋㅋㅋ

커피를 다 마셨을 때 즘에 그 여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아놔~ 오백원짜리 동전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얼마 뒤, 다른 국경수비대가 검문소 안으로 들어왔다.

나: 저기 죄송한데, 혹시 그 XXXX 여경 오게 되거든 이 동전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수비대: 우린 이런거 안받아

나: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여경이 저한테 커피를 사줘서 감사의 답례로 선물을 주려고 그러는데...

수비대: 왜? 또 커피마시고 싶어?

나: 아뇨, 괜찮아요!!

 

 

얼마 뒤, 승객들은 일제히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제각기 여권을 돌려받았다.

슬로바키아 국경검문소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는 재미있는 기억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슬로바키아 여경이 사준 커피

 

 

 

 

 

버스는 약 두여시간을 더 달리다가 코시체 중앙역에 도착했다.

벌써 네 번째로 오게 된 슬로바키아.

 

 

 

 

 

 

 

 

 

 

 

여느 때처럼 숙소를 찾아 조금 헤매다 숙소를 잡았다.

리셉션에는 나이가 연로하신 할머님께서 카운터를 보셨다.

영어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러시아어는 통해서 다행 ㅎㅎ

방을 배정받고 침대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숙소 복도는 마치 공포영화 호스텔을 연상케 했다.

 

 

 

 

숙소에서 조금 쉰 뒤, 시내를 돌아다녔다.

 

 

 

 

 

 

코시체의 랜드마크 성 엘리자베스 성당

 

 

 

 

 

 

 

 

 

 

코시체의 밤길은 우즈호로드와 마찬가지로 적막하고 조용했다.

성 엘리자베스 성당과 가로등, 크리스마스 트리, 춤추는 분수만이 코시체의 길을 밝게 비출 뿐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여기도 춥기는 매 한가지였다.

 

 

거리를 좀 돌아다니다 보니 허기가 졌다.

숙소를 찾는 길에 봐놓았던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아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 나의 옆에 옆자리에는 스킨헤드 무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도 그 스킨헤드들은 그냥 머리만 빡빡 민 것 뿐

네오나치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던 듯 했다.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벌써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 다음날을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씻고 옷을 챙겨입은 뒤, 배낭을 숙소에 맡겼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아침식사 후 크로스백만 들고 시내중심가 산책에 나섰다.

 

 

 

 

 

 

 

 

 

 

 

 

열쇠로 만들어진 조형물, 참 신기하죠잉~~~

 

 

 

 

 

 

성 엘리자베스 성당

 

성 엘리자베스 성당 내부

 

 

두 시간 동안 두 바퀴를 돈 듯 했다.

코시체 시내는 그게 다였다.

아니, 브라티슬라바보다도 볼 게 더 없었다.

그나마 브라티슬라바는 볼거리라도 몇가지 있었지

한술 더 떠서 공포영화 호스텔 테마까지 ㅋㅋ

근데 코시체는 성 엘리자베스 성당과 그 앞의 춤추는 분수

그게 다였던것 같았다.

 

1시 정각이 되자, 성 엘리자베스 성당 아래에 있는 종 모양의 조형물에서

알롱달롱한 종소리가 약 10분간 울려퍼졌다.

 

 

 

 

좀 돌아다녔더니 목이 좀 말랐다.

마침 대로의 오른편에는 대형마트가 하나 있었다.

안으로 ㄱㄱㄱ~~!!

 

 

 

 

 

 

 

 

 

마침 대형마트 내부는 와이파이가 잘 터졌다.

아이쇼핑하면서 돌아다닐 겸, 잠시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다.

 

 

마트 내부를 좀 돌아다니고 물을 사서 나왔더니 이번엔 허기가 졌다.

전날 밤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봐뒀던 식당 'Med Malina'으로 갔다.

 

 

 

코시체의 흔한 뒷골목

 

 

 

 

 

 

주문한 음식은 굴라쉬(헝가리식 수프)

그러고보니 3년 전 부다페스트로 떙땡이 여행 갔을 때

굴라쉬를 맛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헝가리음식을 슬로바키아에서 먹어보네 ㅋㅋㅋㅋ

막상 굴라쉬를 떠먹어보니 카레나 다름없었다.

맛부터가 완전 카레맛이었다.

어쨌든 입맛은 그럭저럭 맞는 편이었다.

 

식사를 다 해치웠더니 허기는 잠시 사라졌다.

그런데 몸이 좀 나른해졌다.

그리고 밖은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우중충해졌다.

이번엔 비엔나식 커피 주문 ㄱㄱㄱ!!

 

 

 

 

 

차를 다 마시고 나오니 하늘이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시계는 오후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메드말리나의 얼굴마담 밀짚인형

 

 

광장에는 스포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코시체가 스포츠의 유럽 도시라는 것

(아몰랑~ 그리고 어딜봐서 스포츠 축제라고 할 수 있음?)

 

 

 

 

 

 

코시체의 또다른 랜드마크 춤추는 분수

그 뒤에는 오페라하우스

 

 

이 사진을 찍었을 때의 시각은 오후 4시반쯤 이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니 이미 코시체의 하늘은 칠흑같았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오후 4시반을 좀 넘어갔다.

똑같은 4시반인데 하늘이 너무 빨리 어두워지니 한 것도 없이 하루를 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쫌 허무맹랑하네...

 

 

광장 쪽이 꽤나 시끌벅적했다.

무대 위에는 인디밴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6시 좀 넘어가서야 공연은 다 끝나고

시끌벅적했던 광장은 좀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시내중심가를 돌았다.

 

 

 

 

 

 

 

하염없이 돌아다녔더니 뱃속의 식충이는 요동치며 떼를 쓰고 있었다.

또다시 다리가 아파오고~~ 나도 이젠 나이가 너무 들었소...ㅠ

점심을 쫌 푸짐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간단하게 케익 한조각과 커피로 때웠다.

 

 

 

 

 

앞에 금발녀 존예!ㅋㅋㅋ

 

 

 

이날 아침에 미리 봐놓았던 버스출발시각은 밤 11시경이었다.

밤 10시가 되기 전까지 시내를 쭉 돌아다녔다.

어둠 속에 묻힌 코시체는 형형색색의 가로등,조형물들이 조화롭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고 시내 중심가의 분위기는 한산해졌다.

 

 

 

 

 

엘리자베스 성당가지고 너무 우려먹네~

 

 

 

 

 

 

 

인생 샷 - 오늘 나는 경찰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다.

 

 

 

시내를 하릴없이 쭉 돌아다녔는데도 시간은 잘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문득 기차역으로 향하는 다리 옆의 공원이 생각났다.

 

 

 

 

 

 

안그래도 어둠이 짙게 깔렸는데

그 공원은 가로등도 별로 없었던 데다 인적도 드물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튀어나와서 날 공격할 것만 같았다.

그 공원을 쭉 돌면서도 오금이 쫌 저리긴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거, 한번 쭉 돌아나보지~

다 돌고나니 별거 없었다.

오히려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음산한(?) 공원 산책을 다 마치고 다시 중심가 쪽으로 돌아갔다.

 

 

 

 

 

 

 

 

 

중심가를 한 바퀴 더 돌고 나서야 9시반이 됐다.

분위기는 전날 밤처럼 한산했다.

맡겼던 짐을 가지러 숙소로 돌아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도 아직 한 시간가량 남았다.

핸드폰을 충전시키면서 터미널 벤치에 앉아 우두커니 멍때렸다.

그렇게 11시가 넘었을 때 우즈호로드로 가는 버스는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