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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편)

 

 

 

 부제: 내 기분은 칵테일 사랑에 젖고파~~

 

 

 아침이 밝아왔다. 드디어 베네치아와도 작별인사를 해야할 시간이다. 떠나기 전에 잘츠부르크에서 묵을 호스텔과 슬로바키아로 가는 버스시간대를 알아보고 070전화기로 지인들에게도 안부를 전했다. 

 오전 11시쯤에 체크아웃하고 인스부르크로 떠날 채비를 했다.(유레일 타임테이블을 보니 베네치아->잘츠부르크 구간은 인스부르크를 경유한다고 나와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유레일 타임테이블에는 1시에 30분 시각으로 되어 있었고 예약 불필요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떠도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결국은 예약창구로 가서 물어보기로 한 나였다. 앞에는 웬 훈남의 청년이 하나 서있었다. 역시나 이탈리아는 훈남이 많아~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간략한 신상을 물어보니 그는 파키스탄인이었다.(뜨아~~~~~~~~~~~~~~~~~~~~~~~~~!!!!) 진짜 파키스탄 사람들도 피부가 좀 더 하얘지면 남유럽(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드디어 내차례가 왔다. 유레일 타임테이블을 제시하면서 1시 34분에 잘츠부르크로 떠날 것이라고 제시했고 예약필수구간이 아니라고 보여줬는데 그래도 창구직원은 예약필이라고 그러면서 11유로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어쨌든, OBB의 열차에 탑승했다. 배정된 자리를 보니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짐들을 짐칸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이 올 때 까지 두 다리 쭉 뻗고 음악을 들으면서 잤다.(ZZZ~~~~~~ 드르렁~~~~~~)

 한 국경에 도착했을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기차 밖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지나가던 승객에게 물어봤더니 너도 얼른 짐챙겨 하차해서 대기중인 버스로 이동하라고 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일단 비내리는 열차 밖으로 내렸는데 밖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ㄷㄷㄷㄷㄷㄷ 뭐야~ 이건 뭔 빙하시대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땡볕더위였던 베네치아와 엄청난 차이가 났다. 아 ㅅㅂ~~~~~~~~~~~~

 버스안에 올라타도 차내의 많은 인파때문에 그나마 덜 추웠지만 오들들 떨리는건 여전했다. ㄷㄷㄷ 창 밖에는 구름이 산을 덮고 있었고 나는 구름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재작년 5월쯤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남아공으로 가기 전에 인스부르크에서 전지훈련 했다는게 기억났다. 당시의 남아공은 얼마나 추웠을련지 모르겠지만 8월 마지막날의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은 겨울옷을 입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웠다.

 

 

 국경에서 한 30분정도 달려서야 인스부르크 역에 도착했다. 비바람은 여전히 불었고 날씨 또한 추웠다.ㅠㅠ 역시나 이곳은 당시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하기에 나쁘지 않았던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 추워서 인스부르크를 돌아볼 틈도 없이 후딱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열차 안에 들어오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휴~)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파이를 가동해봤는데 이게 웬걸, 신호강도는 약했지만 와이파이가 달리는 열차에서도 잡혔다.(Olleh~~~~~~~~!!!)

 

 

 밤 9시가 되어서야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여기가 쩌쳰이 가고 싶어했던 잘츠부르크였구나! 열차에서 하차하니 잘츠부르크도 인스부르크만큼 지독하게 추웠다. 이대로 가다간 얼어죽을 것만 같았다.ㅠㅠ 안되겠다 싶어 역 밖으로 나가기 전에 겨울용 목티에 셔츠, 거기에다 우비까지 착용했다. 목티를 입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스위스 오기전까진 애물단지로 생각했는데 챙겨오길 정말 잘했다.)

 다시 짐을 꾸리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사용권을 자판기에서 뽑고 호스텔이 알려준 번호의 버스를 탔다. 잠시 후, 동양인의 두 사람이 버스에 탑승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는데 그들은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나와 같은 호스텔로 가는 길이었다. 일단은 그들과 잠시 동행이 되기로 했다.

 

 

 예약된 호스텔은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들은 얘기로는 호텔과 같이 운영한다고 나와있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이때까지 묵은 호스텔 중에서 가장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게다가 가격도 19유로, 지금까지 묵은 호스텔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각설하고 리셉션에서 예약확인하고 방 배정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부터 동행했던 두 남자분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됐다. 방은 다소 비좁은 편이었지만 내 기준에서 그닥 나쁘진 않았다.

 호스텔을 찾았더니 이번엔 배가 고팠다. 오스트리아로 오는 동안 먹었던 것은 밀라노에서 산 남은 초콜렛 뿐이었다. 후딱 호스텔내 매점에 가서 햄버거와 500ml 사이다를 사먹었는데 가격도 5유로 이내에서 해결됐다.

 

 

 늦은저녁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서핑 하려는데 문자인증 받으라는 웹메세지창이 떴다. 그런데 몇번 인증을 해봐도 SMS는 끝끝내 오지 않더이다~~~ㅠㅠ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컴퓨터 만져봤는데 이번엔 웬걸, 한글이 깨져서 나오더이다.ㅡㅡ 흙흙 페북에 글남기고 싶은데...ㅠㅠ 아쉬운대로 영어로라도 글을 남기고 오고~!

 

 

 배정받은 방으로 가기 전에 지하1층의 주변시설도 둘러봤다. 탁구장같은 오락시설이 즐비해 있었고 사용료도 무료였다. 마침 두 꼬맹이들이 탁구를 신나게 치고 있었다. 잠시 심심해서 심판을 봐주시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으로 돌아와보니 두 남자분은 자리를 잠깐 비웠고 못봤던 또다른 한국인이 들어와있었다. 그 남자 또한 학생이었고 개강일에 맞춰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예정이라고 했다. 이틀째 묵는다고 했고 이제 여행일수가 얼마 안남은 것 같아 많이 아쉬워 하는 듯 했다.

 

 

 그렇게 그 남자분과 만담을 나누고 내 볼일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밤은 밖이 쌀쌀했기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이 스르르 잘 들었다. 이러다가 나 아침일찍 못일어나는게 아닐까...O_o 이렇게 하루는 금방 지나갔고 2012년의 8월도 흘러가버렸다.

 

 

 9월의 첫 아침은 잘츠부르크에서 맞이하게 됐다. 당최 벨기에에서 물집 안터지고 베네치아-잘츠부르크행 구간 야간열차 자리가 남아있었더라면 9월의 첫 아침은 아마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맞이했을 것이다. 발바닥을 잠깐 확인해 봤는데 터진 물집은 굳은 살로 변했지만 더 이상의 통증은 없었다. 많이 걷긴 했지만 다리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3년 전, 동유럽여행때는 너무 걸었던 나머지, 베를린에서 다리가 이상이 생겨버려서 귀국 뒤 정형외과로 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번에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아침을 먹으러 그 남자 두분과 같이 카페테리아로 갔다. 호텔과 같이 운영해서 그런지 시설은 이때까지 숙박했던 곳들(호텔 제외) 중에서 가장 최고였다. 시설도 꽤 깔끔한데다 뷔페식이었고 음식종류도 푸짐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리필해도 그 어느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이게 얼마만에 든든하게 먹어보는 아침일까~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씻고 리셉션에서 시티맵을 제공받은 뒤, 체크하웃했다. 잘츠부르크의 오전은 겨울목티를 입고도 시원한 정도였다. 호스텔을 나오니 언덕꼭대기에 성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호엔 잘츠부르크성(Hoen Salzburg catsle)이었다. 이날의 테마는 '모차르트'로 정했으므로 모차르트 생가-모차르트가 살았던 집-미라벨 정원 순으로 가기로 했다.

 

 

 

 

 

 

 

 대충 30분정도 걸었나~ 아무리 길을 가도 그 방향은 웬지 아닌 것 같았다. 찜찜한 느낌이 든 나는 일단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다. 호스텔을 중심으로 잡고 다시 길을 걸었다. 한 15분을 걷다보니 큰 강이 하나 나왔다. 휴~ 이번엔 제대로 갔네 ㅋㅋ 그 강은 말로만 듣던 도나우(다뉴브) 강이었다. 그리고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란 제목으로 불후의 명품 클래식 음악을 작곡했다. 그런데 내가 봤던 도나우강은 전날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물이 다소 탁한 상태로 거세게 흘렀다.

 언젠가는 절친 P군이 잘츠부르크는 비 온뒤 갠 날씨가 상당히 예술적이었다고 예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전날밤에는 그다음날 잘츠부르크 날씨가 개어주기를 바랬는데 지금 이상태로는 날씨가 개어질 기미가 안보였다. 날씨는 우울했으면서도 강 왼편에 있는 중심가는 아기자기하게 보였다. 갑자기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란 불후의 명곡이 떠올랐다. 그 노래를 들으며 도나우 강을 따라 걷고싶었다. 즉흥적으로 폰에서 '칵테일 사랑'노래를 찾아 그 노래를 들으며 도나우 강변을 따라 걸었다.

 

 

 칵테일 사랑의 가사는 그때의 내 기분을 너무나도 잘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음악과 시와 낭만이 넘치는 오스트리아에서, 음악계의 천재 대부 모차르트의 향기가 묻어난 그 잘츠부르크에서.

 

 

 

 

 

 

 

 

 도나우강 감상을 끝내고 모차르트 생가를 찾으러 중심가로 들어갔다. 얼추 맞게 가기는 했지만 앵간해서 모차르트의 생가는 찾기 힘들었다.ㅠㅠ 찾다찾다 멘붕에 빠닌 나는 다시 강가쪽으로 나와서 지도를 쳐다봤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찾아봤다. 모차르트 생가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앵간해서 정신 똑바로 안차리고 찾으려하면 찾기 힘들었다.

 입장료는 € 10였지만 나는 학생증을 이용하여 15% 할인받았다. 3년만에 해외에서 써먹어보는 학교학생증(국제학생증 겸용) 할인이었다. 유효기간까지 꼼꼼히 살펴볼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직원은 그냥 내가 학생이란 것만 확인하고 값을 깎아주더이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모차르트 생가 내 부엌

 

 

 

 첫 번째 방에는 모차르트 일가족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그의 어머니,동생, 그리고 아내, 아들까지 소개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아마데우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는 음악과 관련된 교양수업을 들었을 때 담당했던 강사가 시험문제의 일부를 그 영화에서 낼 것이라고 예고해서 본 영화였다. 내가 대충 익힌 스토리는 그는 천재 작곡가였지만 다소 똘끼가 있었기에 왕궁사람들과 트러블을 일으켰던 내용이었다.(맞나~O_o) 그리고 후반부에는 '진혼(Requiem)'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쓰는 중에 병이 도져서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진혼'중에서도 '분노'악장은 SNK사의 불후의 비디오게임 아랑전설(Fatal Fury Series)에 등장하는 악당 볼프강 크라우저(Wolfgang Krauser)의  BGM이었기에 익숙하면서도 내 뇌리속에 깊게 남은 곡이다.(필자는 초딩때 격투대전게임을 너무나도 좋아했었다.)

 박물관은 2층과 3층을 점유하고 있었는데 2층은 모차르트 및 모차르트와 관련된 사람들 소개가 주를 이뤘고 3층은 모차르트가 쓰던 악기와 작곡했던 악보들이 주를 이뤘다.

 3층 구석쪽에는 모차르트가 사용한듯한 오래된 피아노가 한 대 전시되어 있었다. 몰래카메라 어플을 틀어서 교묘하게 사진촬영 했는데 안내요원이 갑자기 내게 사진찍었냐고 그랬다. ㅎㄷㄷㄷㄷㄷㄷ 좀 식겁했지만 침착하게 핸드폰 어플을 잠깐 만졌고 사진 안찍었으니까 걱정마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아무튼 사진촬영은 성공!!!ㅋㅋㅋㅋㅋ(원칙적으로 박물관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이 피아노는 정말 모차르트가 썼을까, 아니면 그냥 폼으로 있는 장식품일까?

 

 

 

 3층을 다 둘러보고 나가기 위해 내려가는데 2층에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참새는 방앗간을 보고 그냥 못지나간다더니 이번엔 어떤 기념품을 사볼까~ㅋㅋㅋ

 

 

 관람을 다 마치고 내려오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스텔에서 받아온 시티맵이 없어졌다. OMG!!! 다시 기념품 가게로 돌아가서 점원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는 시티맵을 못봤다고 그러고.....ㅠㅠ 결국 시티맵은 포기하고 그냥 나자신을 믿기로 했다. 어차피 잘츠부르크의 중심은 도나우강과 그 주변이다.

 도나우강 쪽으로 가보니 물살은 여전히 탁했고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철로 만들어진 은색의 다리로 갔는데 특이하게도 난간에는 여러개의 자물쇠들이 걸려 있었다. 추측하건대, 그 자물쇠들은 아마도 그곳을 방문한 커플들이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면서 채운 자물쇠일 것이다.

 

 

 

 

 

 

 

 

 

 다리를 건너고 얼마 안가서 웬 넓은 공원과 궁전이 나타났다. 그곳이 바로 미라벨 정원이었다! 비록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미라벨 정원은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갑자기 커피한잔이 생각났다. 미라벨 정원에 입장하기 전에 카페를 수색(?)했다.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테이크아웃하고 미라벨 정원의 벤치에 앉았다. 미라벨 정원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음미하면서 마시는 카푸치노의 향은 향긋했다. 아, 이런게 바로 낭만이구나!!!+_+

 

 

 

 

 

 

 

 

 

 

 커피를 다 마셔갈 즈음에,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는데 전날밤 호스텔에서 묵었던 그 두 남자분이었다. 그들은 오스트리아 관광을 다 마치는 대로 스위스로 나갈거라고 했다. 각자 여행 일정에 대해서 간략히 브리핑하고 서로 행운을 빌며 제 갈길을 갔다. 이대로 브라티슬라바로 가기엔 좀 아쉬운 감이 있고..., 미라벨 정원을 좀 더 돌아다니다가 가기로 했다.

 

 

 

 

 

 

 

 

 

 

 

 

 미라벨 정원에서는 무궁화 꽃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을 다니면서 느낀건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선 어렵지 않게 무궁화 꽃을 볼 수 있었단 것이다. ㅋㅋㅋ(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라벨 정원출구 건너편 쪽에는 또 다른 모차르트 관련 박물관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모차르트의 거주지였다!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역시 안가면 후회할거 같아서 모차르트의 거주지도 가보기로 했다. 입장료는 € 10였지만 나는 또 학생할인 15% 받아서 8.5유로를 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알고보니....., 모차르트의 생가와 거주지 통표가 학생요금으로 한 14였다.ㅠㅠ(기억이 잘....O_o)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학생할인 받을 나이가 꽤 지나지 않았잖은가~ 그래서 유레일 1등석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나이인데...ㅠㅠ(나이 많이먹은게 참 서럽지, 킁!)

 

 

 

 

 

 

 

 

 모차르트의 거주지는 볼만한 게 별로 없었고 그저 지급받은 헤드폰으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는게 끝이었다. 그리고 한국어 서비스가 없었다.(기대도 안했지만-_-) 맨 마지막 방에는 모차르트와 관련된 영상물을 상영해줬는데 이것 또한 별거 없었다. 모차르트의 거주지는 그야말로 기대 이하였다.ㅠㅠ 더 시간 지체할 것도 없이 잘츠부르크 중앙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문제는......! 모차르트의 생가에서 지도를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ㅠㅠ 그냥 내 자신과 운에 맡기기로 한 나였다. 길을 걸어다니면서 'Bahnhof'가 기차역이란 것을 확신했다.

 얼추 그렇게 지도없이 15분을 걸었을까...? 잘츠부르크 중앙역은 길 헤맴없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제야 길찾기 DNA가 형성됐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자신감도 형성됐다. 자, 일단 비엔나로 출발!!!

 이날은 나의 유레일패스 마지막 사용일이었다. 설사 사용일이 더 남았다 해도 슬로바키아는 유레일 셀렉트패스 영향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루트가 계속해서 동쪽으로 가는 루트이기 때문에 슬로바키아로 들어온 순간 내 유레일패스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약 3시간 달려서 10일만에 다시 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빈을 관광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빈에 도착한 대로 슬로바키아로 가는 유로라인 버스를 타기 위해 바로 Erdberg역으로 가는 구간권을 구입했다.

 가는 길에 자리가 생겨서 앉았는데 앉은 지 얼마 안되서 덩치큰 삭발의 사나이가 내 마주본 쪽에 앉았다. 그리고 서로 간단한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여, 안녕~ 자네는 어디서왔나?"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어, 그래?

 "네, 그리고 저는 지금 브라티슬라바로 가는 길이죠 ㅋ"

 "그렇구나, 나는 터키에서 왔다."

 "어, 정말요??? 그럼 우린 형제에요!!!"(여기서 지하철안에 있던 현지인들이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ㅋㅋㅋ)

 "그래, 우린 형제, (한국어로)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오오, 저도요! 근데 댁은 지금 어디로 가세요?"

 "나는 지금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야, 너 슈테판 성당은 가봤어?"

 "아뇨, 저 원래 항공편으로 빈을 경유해서 왔는데 환승할 때 슈테판으로 가려고 했었죠."

 "그렇구나"

 "아참, 이것도 인연인데 이건 한국에서 갖고 온 기념품이에요, 고이 잘 간직하세요^^"

 "아, 나도 너한테 줄게 있는데 ㅋ 비록 볼폼없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니 잘 써줘라"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여행되세요!^^"

 

 

 Erdberg역에 내렸는데도 유로라인 사무소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길찾기 DNA가 형성됐다고 생각했는데 나 또 길을 잃게되는건가?ㅠㅠ 그래도 모르니 사람들에게 물어서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역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사람 붙잡아서 길을 물어보려는 찰나에 유로라인 사무소를 찾았다. 들어가서 브라티슬라바행 버스티켓을 구했다. 요금은 꼴랑 € 7.2, 그리고 한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빈과 브라티슬라바간 거리는 불과 70k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한시간에 한두대정도 돌아다닌다.

 

 

 차시각이 되어서 브라티슬라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창밖에는 아랍계 사람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OMG!!) 한쪽은 제 성질을 참지 못해 의자로 사람 치려는 모습도 보였다. 다행히도 당사자들의 주변 동료들이 뜯어 말려서 유혈사태로 번지진 않았지만 버스터미널의 분위기는 꽤 살벌했다. 아무튼 버스는 브라티슬라바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추 20분정도 달렸을 때 버스는 슈베하트 공항에 잠깐 정차했다. 약 10일만에 다시오는 슈베하트 공항이었다. 이 버스가 슈베하트 공항에도 들를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그리고 거기서 승차한 사람들은 운전수에게 현장에서 요금을 지불했다. 아무튼 그 공항은 약 20일 뒤에 다시 오게 될것이다. 반가웠다, 슈베하트공항! 조금만 더 기다려, 20일뒤에 다시 널 보러 갈테니까.

 

 

 슈베하트 공항에서 약 40분을 더 달렸을까...? 버스는 또 다른곳에 정차했다. 그곳은 브라티슬라바였다. 이것으로써 서유럽은 다 끝내게 됐고 동유럽을 시작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브라티슬라바의 상징물 중의 하나인 UFO다리가 먼저 보였다.

 호러영화 호스텔 시리즈로 유명했던 브라티슬라바, 과연 이곳엔 영화 호스텔 속의 일들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을까? 그리고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음울적 한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 쓰고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시게 나를 깨워 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나는 아직 순수함을 느끼고 싶어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후리지아 꽃 향기를 내게 안겨 줄
그런 연인을 만나 봤으면

창밖에는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어
내 마음도 그 비 따라 우울해지네
누가 내게 눈부신 사랑을 가져 줄까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

 

 

 

 

※ 소소한 팁

- 잘츠부르크 카드는 호스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 카드 하나로 잘츠부르크 대중교통수단을 주어진 시간(대략 하루정도?)동안 무한정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이니 걸어다녀도 별 문제없다.

 

- 잘츠부르크는 여름에도 서늘한 편이니 여름에 들를 계획이 있다면 웬만해서 가을옷을 준비해 오는 것이 신상에 좋다.

 

- 빈에서 슬로바키아(브라티슬라바)로 가는 버스는 빈 슈베하트 공항에도 정차하며 현장에서 운전기사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불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빈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의 소요시간 또한 불과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며 요금도 상당히 저렴하다.(버스요금: 7.2유로, 왕복 14.4유로) 빈에 3일이상 머무를거라면 브라티슬라바도 꼭 들러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브라티슬라바 또한 도시가 굉장히 작은 편이라 데빈성에 갈 게 아니라면 하루만에 다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