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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편)

 

부제: 달콤 쌉싸름한 호러(?)영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이 UFO다리였다. 유랑카페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 UFO다리의 실체는 레스토랑이랜다. 밤에 도나우강 위에 버젓이 서있는 UFO다리는 간지가 넘쳐보였다 ㅋㅋㅋㅋ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어떤 호스텔을 갈까 고민고민하다가 결국은 Possonium호스텔을 선택하기로 했다. 일단 트램타는 곳을 찾으러 Go!!

 어떻게 트램을 타긴 탔는데 맨앞엔 운전수밖에 없었고 돈을 지불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옆에 있던 커플들에게 요금지불방법을 물어봤는데 걔네는 안심하라면서 그냥 그상태로 무임승차 해도 된댄다 ㅎㅎㅎㅎㅎㅎ

 

 "근데 너는 어디서왔니?"

 "난 한국에서왔지, 너넨 슬로바키아 사람이지?"

 "난 슬로바키아 사람 맞는데 옆에 내 남자친구는 체코사람이야"

 "엉 진짜??"

 "응"

 "그건 그렇고 너네 Sancova거리 20번지로 어떻게 가는지 알고있니?"

 "음....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는데...? 저기 앞에계신 여자분한테 한번 물어볼게"

 

 

 잠시 후, 그 여자에게 질문을 받았던 여자가 내게 오더니 산쵸바 거리로 가는 방법을 알려줄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산쵸바 거리에 다다르자 그 여자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호스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브라티슬라바의 밤은 예상 외로 춥지 않았지만 주말이었는지 꽤 고요하고 한적했다. 그리고 산쵸바 거리는 크면서도 길었다.

 

 

 

 

 

 

 

 

 트램에서 내린 지 한 30분정도 더 걸어서야 목적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셉션엔 한 남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내 인적사항을 묻고 컴퓨터에 입력한 뒤 내부규칙을 간단히 설명하고 파란 팔찌를 채워준 뒤 지정된 클럽에 입장하면 입장료를 10%정도 할인해 줄거라고 설명하고 방을 배정해줬다.(드디어 공포영화 호스텔4의 서막이 시작되는건가?ㅎㅎㅎㅎ) 방 안에는 몇 명의 청년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들은 얼마전에 축구보러 맨체스터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거기서 자연스레 지성느님 얘기가 튀어나왔다. 그들 또한 우리의 박지성을 치워세우더이다 ㅎㅎㅎ 박지성이 한국인이란게 자랑스러웠고 내가 사는 수원이 박지성이 어린시절을 지냈던 곳이란게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박지성이 QPR(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느라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온 뒤, 스마트폰을 들어서 한국의 소식을 잠깐 접했다. 한국은 태풍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들었다. 과연 우리집은 무사할까.....? 그리고 페이스북도 잠깐 살펴봤더니 학우들은 길고 짧은 방학을 마치고 개강을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다음날 여정을 위해 이만 폰을 내려놓고 잠에 들기로 했다. 그렇게 9월의 첫날은 지나가면서 동유럽에서의 첫 밤이 시작되었다.

 

 

 아침 9시쯤 되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시 페북을 확인해봤다. 많은 학우들이 개강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 와중에 나는 외국에서, 그것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아니, 오해를 받고 있는 나라 슬로바키아에서 여행의 자유를 만끽 중이다. 좌우지간, 일단은 아침을 일찍 먹고 좀 내키진 않지만 브라티슬라바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일단은 브라티슬라바 한인교회로 가기로 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크림을 토핑한 와플과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근데 뭔 와플값이 벨기에와플이랑 비슷비슷해~? 얘네 바가지 씌우는거 아닌가?O_o 그래도 산들바람이 부는 호스텔 정원의 분위기는 참으로 운치있었다. 마침 내 발 밑에는 도토리 몇개가 떨어져 있었다. 일단은 도토리 득템! 그리고 귀국하면 내 싸이 일촌들에게 그 도토리를 줘야지~ㅋㅋㅋㅋㅋㅋ(퍽~!)

 

 

 간단한 아침식사를 다 마치고 외출을 준비하려는데 마침 호스텔에 동양인의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래서 한국인일지도 몰라 간단한 인사를 건네봤는데 그녀는 중국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랑 그 처자는 뭔가 통했는지 악수부터 한 뒤 오늘 하루는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넌 오늘계획이 어떻게되니?"

 "음.... 나는 오늘 데빈성에 다녀오려구 그래, 넌?"

 "나는 오늘 시내 한바퀴 돌다가 내일 데빈성에 다녀오려고 그래"

 "아 그래? 근데 내가 사람들한테 알아본걸로는 데빈성은 월요일에 문 안연대"

 "아~ 그래?? 나 그거 모르고 있었네~? 어떡하지, 그럼 오늘 데빈성으로 같이 동행할까?"

 "그러자^^ 그럼 나 아침먹다올테니까 기다려 줄 수 있겠니?"

 "물론이지!^^"

 

 

 결정했다! 이날 하루는 브라티슬라바 한인교회로 갈 것도 없이 그 여자애랑 데빈성으로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머나먼 외국으로 자유를 만끽하러 왔는데 교회는 무슨 교회야~ㅋㅋㅋㅋ

 그녀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남친과 통화뒤, 나랑 같이 데빈성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그녀와의 달콤쌉싸름한 공포영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인가?ㅋㅋㅋㅋㅋㅋ

 

 

 

 

 

 

 

 

 일요일의 브라티슬라바는 너무나도 고요하고 한적했다. 한 나라의 수도이기에 사람들로 북적댈 줄 알았는데 휴일의 브라티슬라바는 내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려줬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데빈성으로 가기 위해 어떤 버스를 타고 가야할 지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로 했다. 거리에는 마침 아기를 데리고 휴일산책을 즐기는 한 쌍의 부부가 있었다. 그녀는 그 부부에게 다가가 유창한 영어로 길을 물었다.

 그런데..., 그 부부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우리가 가진 지도를 빤히 살펴보더니 데빈성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정류장 가는방법과 티켓을 구입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한국같았으면 열에 일곱명 정도는 아마 어색하게 웃으면서 재빨리 도망갔을 것이다.

 그들이 일러준 대로 버스정류장을 찾아서 트램티켓을 구입하고 트램에 올라탔다. 한 15분정도 달렸나~ 트램은 UFO다리에 도착했다.

 

 

 "넌 나이가 어떻게되니?"

 "난 올해 27살^^ 너는?"

 "어! 너 나랑 동갑내기네? 너 85년에 태어났지?"

 "엉 너도?"

 "그럼!^^ 그럼 지금 하는 일은 어떻게되?"

 "나는 아일랜드에서 석사과정을 밟고있어"

 '아~ 그래서 얘 어쩐지 영어가 유창했네 ㅋ'

 "그렇구나, 나는 지금 졸업준비중인데"

 "학사야, 아님 석사야?"

 "학사"

 "왜 그렇게 늦게까지 학교다녔어?"

 "일단 2년동안 군복무했었지.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은 2년동안 군복무를 해야되. 이게 다 망할놈의 북한때문이지 ㅋㅋㅋ"

 "그렇구나"

 "거기에다 나 작년 겨울에 시신경이 파열됐어. 망막박리에 걸리는 바람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술받고 요양해야만 했어"

 "오, 저런....ㅠㅠ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

 "그래도 지금은 완치된거나 다름없지^^"

 "다행이다^^"

 "야, 이것도 인연인데 기념사진 한방 찍어보자 ㅋㅋ 내 디카는 셀카기능 되거든^^"

 "그래"

 

 

 

 

나는 정녕 공포영화를 찍고 있는것일까?

 

 

 

  마침 끼오스크에는 전날밤 빈 국제버스터미널에서 봤던 청년들이 죽치고 있었다.

 

 "어이, 너 어제 빈에서 브라티슬라바행 버스 탄 그녀석 맞지?"

 "그래, 우리 어제 빈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너네 여기서 뭐하고있어?"

 "응? 우린 그냥 있지"

 "난 오늘 데빈성으로 간다, 다들 좋은여행되어라~ㅋㅋ"

 

 "근데 저사람들 누구야?"

 "아~ 어제 빈에서 봤던 녀석들이야 ㅋ"

 "그렇구나~(얘네 좀 무섭게보여)"

 "신경쓸거없어~ㅋ 오늘 여행 즐겁게해보자^^"

 "그래!^^"

 

 

 드디어 데빈성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번호가 몇번인지 기억이 안남...ㅠ) 한 몇사람을 안태운 트롤리버스는 얼추 20분만에 데빈 성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성루는 웅장해보였다. 날씨도 좋았다. 그런데..., 베네치아정도는 아니었지만 날씨가 덥고 습했다는게 함정이었다. 분명 전날 잘츠부르크는 꽤 서늘했는데....ㅠㅠ

 데빈성에 도착하자 그녀는 데쎄랄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들더니 카메라 심부름(들어달라는건 아니고 사진찍어주는것)을 시키더이다 ㅋㅋㅋㅋㅋ 이 상황에서 나는 어이없거나 화가 나야되는데 왜이렇게 그 여자애랑 그러면서 같이 다니는게 즐겁지? 얼마나 내가 외로웠으면 이런 짖궂은 일들도 즐겁게 할까?

 

 

 

 

 

 

 

 

 

 데빈 성 입장료는 대략 2유로 정도였는데 우리 둘은 ISIC 학생할인을 적용받아서 1.2유로만 내고 들어갔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성채길을 올라가는데 날씨는 생각보다 찌고 더웠다.ㅠ 결국 나는 더위에 견디지 못하고 셔츠를 벗어던졌다. 아오~ 날씨한번 제대로 ㅈㄹ맞네~~ㅋㅋㅋ

 화창한 날씨 아래의 성채와 도나우강은 아름다워 보였다. 경치도 풍경도 마냥 아름다웠다. 다만 강렬한 햇빛때문에 찌고 덥고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던게 함정이었다.

 

 

 

 

 

 

 

 

 

 

 

보다시피, 초가을의 브라티슬라바는 찌고 더웠다.ㅠㅠ

 

 

 

 이날의 브라티슬라바 날씨는 종일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폰카로 대충 사진을 찍어도 풍경사진은 대체로 잘 나왔다. 하늘 아래의 모든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 여자애랑은 단지 동행이었지만 나와 그녀는 딴사람들에게 연인으로 보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너는 지금 어디어디 여행하고있니?"

 "음..., 나는 지금까지 발트3국과 폴란드 다녀왔고 내일 헝가리 갔다가 아일랜드로 돌아갈 예정이야"

 "아, 발트3국이면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를 얘기하는거지?"

 "응, 지금 내가 차고있는 호박 팔찌, 그거 리투아니아에서 산거야"

 "아! 그래? 진짜 이쁘다! 너랑 잘 어울리는걸?^^"

 "우와~ 고마워^^, 그럼 넌 여행계획이 어떻게되니?"

 "지금까지는 네덜란드부터 해서 벨기에,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순으로 다녀왔고 그다음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중국으로 갈 예정이야"

 "아, 그래? 중국이면 어디로 갈 예정이니?"

 "베이징, 그러니까 내가 스탑오버 신청을 해서 4박5일 머무르게 되거든. 근데 넌 중국 어디에살아?"

 "난 시안(Xian)에 살아"

 "아~ 시안! 거기 진시황으로 유명한 도시지?"

 "응, 그리고 중국은 가을에 가는게 최고야, 가을의 중국이 젤 아름답고 볼게 많거든"

 "어, 그래? 나 중국에 9월 20일에 갈 예정인데, 난 역시 운좋은 사나이네?ㅋㅋㅋㅋ"

 "근데 우크라이나는 EU소속이 아니자나"

 "응, 그래서 국경검문땜에 다소 불편할거야, 그래도 거긴 내 친구들이 있기에 친구들 보러 가는거야"

 "그렇구나, 우리도 무비자로 우크라이나로 갈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EU소속이 아니라서 가는데에 불편해"

 "그렇구나"

 "너도 크라쿠프에 가게되면 소금광산이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갈거니?"

 "응, 근데 소금광산 투어 한 얼마정도해?"

 "나 갔을때 110즐로티 들었어"

 "그렇구나, 근데 너 그거 아니? 일본사람들이 우리랑 너네한테 한 짓이 독일군들이 유태인들한테 한 짓과 똑같은 짓을 한 거"

 "음... 난 잘 모르겠는데, 근데 투어갔을때 가이드가 나한테 이런질문을 했어, 일본군들이 너네 중국한테 저지른 만행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구"

 "그랬구나, 아무튼 난 일본놈들이 싫어, 일본사람 자체는 싫어하지 않고 일본문화는 좋아하는데 일본은 맘에 안들어"

 

 

 데빈성 주변은 소소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고 도나우강은 소리없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도나우 강변쪽엔 와인판매상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해본 드라이 체리와인의 맛은 감미로움을 한층 더했다.

 

 

 

 

 

 

 

 

 

 

 

 

 

 데빈성 주변의 마을분위기는 아늑하고 평온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은 아늑한 경치를 이쁘게 장식했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둘은 마치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네덜란드에서 동행했던 H양이나 지금 같이다니는 중국 여자애랑 둘 다 단지 똑같은 동행일 뿐인데다 남친이 있다는게 공통점이었지만 H양은 뭔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팍 들었던 반면에(그래도 L누나보단 나았음) 그 중국애는 같이 다니는 동안 오래 알고지낸 친밀한 친구, 혹은 연인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공포영화를 찍으려 하기엔 분위기가 너무나도 평온했다.

 

 

 저녁 5시쯤 되서야 다시 UFO다리에 도착했다. 도나우강은 여전히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UFO다리 맞은편에는 구시가지가 있었는데 그쪽에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많은 민예품들이 전시되어 팔리고 있었다. 그녀도 역시 여자였는지, 물건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쇼핑에 몰두해있었다. 그리고 꽤나 신기했는지 전시된 민예품들을 사진에 담았다.(그녀는 공손하게 상인들에게 사진촬영가능여부를 묻고 사진찍었다.) 첨엔 잠자코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물품을 구경하다 나도 지인들에게 줄기념품을 사야겠다 싶어서 잠시 그녀와 떨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잠깐 단독행동하면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기념품을 몇개 사다가 문득 그녀생각이 났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광장에 있을거란 확신을 갖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더니 그녀는 아직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나 찾고 있었니?"

 "어, 너 어디갔다온거야?"

 "나도 기념품 살게 좀 있어가지고 잠시 돌아다녔는데 말도없이 사라져서 미안해"

 "그래도 난 니가 여길 안나갈거라고 생각했어"

 "믿어줘서 고마워^^ 나 물건 좀 더 고르다가 이따 너 찾으러 올게"

 "그래^^"

 

 

 구시가지로 들어가니 말로만 듣던 맨홀의 사나이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그 맨홀의 사나이가 브라티슬라바의 명물중 하나라고 했다.

 

 

 

슬로바키아에 오면서 잠들었던 똘끼가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_-

 

 

 

사진촬영을 마치고 구시가지의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녀와 함께 샌드위치(?),콜라,하이네켄 맥주를 테이크아웃하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마침 슬로바키아 전통무용 공연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그 여자애가 사전에 철저히 조사를 했는지 우리가 왔을때 마침 시작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운치가 정말 좋았다. 그러고보니까 그 전날(9월 1일)은 국경일(제헌절)이라고 들은 바 있었다. 그녀는 간단한 식사를 다 마친 뒤 사진을 찍으러 무대앞으로 갔고 나는 홀로 그녀의 짐과 함께 지키며 맥주를 마시면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춤을 췄다. 그런데 싱어들은 가성을 낼 줄 몰랐는지, 아니면 이게 슬로바키아식 전통 창법인진 모르겠지만 듣기엔 별로 좋지 않았다.(눈은 즐거웠지만 귀는 그렇지 않았더이다 ㅋㅋ)

 

 

 

 

 

 

 

 

 공연이 끝나고 일단 북역으로 갔다. 숙박중인 호스텔은 북역이랑 가까운 편이었다. 그녀는 밤기차를 타면 위험할 거 같으니 다음날 새벽 일찍 헝가리로 가야된다고 했다.

 

 호스텔에 돌아와서 우리는 짐을 풀고서 내부 바에서 간단히 한잔했다. 바에는 여러 종류의 술이 진열되 있었고 오른쪽 구석쪽엔 공포영화 호스텔의 소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피묻은 욕조,호스텔 영화 포스터 등등) 체크인 할 때 받았던 바 쿠폰은 딱 한잔만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 그녀와 보드카 한잔 뒤, 나는 바에서 좀 더 쉬기로 하고 그녀는 다음날 부다페스트로 가는 것 때문에 일찍 잠들기로 했다. 근데 이날따라 왜 술이 자꾸 땡길까~ 2유로를 더 내고 보드카를 한잔 더 들이켰다. 마침 입구에서는 바텐더의 친구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들어오고 있었다. 카운터 식기구꽃이엔 날이 선 사시미칼이 하나 보였다. 머릿 속에서는 문득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났다.

 

 "저기 괜찮으면 두분, 좀 죄송하지만 저 좀 도와주셔야 될 거 같아요 ㅋ"

 "네?"

 "제게 좋은 생각이 나서요 ㅋ, 그리고 괜찮다면 그 칼좀 제게 빌려주시겠어요?"

 "네, 칼을요??"

 "절 못믿으시겠다면 제 옆의 커플분한테 칼을 넘기세요"

 "??"

 "그리고 그 칼 들고 잠깐 저좀 따라와주세요"

 "여자분은 사진좀 부탁드려요^^"

 그리고 칼을 든 남자분은 내 목을 움켜쥐게 하고 포즈를 취하게 했다.

 

 

 

 

제목: 면도

 

 

 

"이야~ 완전 걸작이네요, 사진 찍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바텐더에게 까지 가서도 보여줬더니 그녀도 자지러지게 웃었다.(그들에게 팁이라도 줄 걸 그랬다...ㅠ)

 그리고 그들에게 인사 뒤 프론트쪽으로 올라갔는데 프론트엔 그 여자애가 앉아서 쉬고 있었다. 신이 난 나는 그녀에게도 그 걸작 사진을 보여줬다.

 "야야, 이 사진 봐바~ 잘 나오지 않았니?"

 "우와~ 짱인걸~?"

 "잠깐, 나 생각난게 있는데 기다려봐~"

 "응"

 "자, 이것들은 널 위한거야, 벨기에산 초콜릿과 한국산 열쇠고리. 오늘 함께해줘서 고마워!^^"

 "아, 근데 나 벨기에산 초콜렛은 정말 못받겠어, 내가 받기에도 좀 그래, 나 그 열쇠고리만 해도 충분해, 마음만이라도 고맙게 받을게^^"

 "알았어, 아무튼 난 이만 잘게, 내일 헝가리에 잘 가!"

 "응, 너도 내일 여행 잘하구!^^"

 

 

 이렇게 달콤 쌉싸름했던 공포영화는 끝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여서 행복했던 브라티슬라바의 하루. 공포영화의 무대에서 한 장의 달콤한 연애소설(?)을 썼다. 내일은 이제 시내에서 뭐하면서 보내지? 그리고 지금쯤 학우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못다한 얘기를 나누면서 술파티를 계획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