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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편 2)

 

 

 

부제: 고독했던 공포영화

 

 이 날의 슬로바키아 아침의 날씨는 화창했다. 이제는 슬슬 체크아웃 해야할 때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각 도시로 연결되는 기차편을 살펴보았다. 코시체,부다페스트,크라쿠프 행 요금이 각각 게시되었는데 부다페스트 행 열차가격이 그닥 비싸지 않았다. 어떡하지~ 부다페스트로 갈까, 아님 이대로 크라쿠프로 갈까...?

 

 옷을 프리하게 차려입고 체크아웃뒤 짐 들고 호스텔과 가장 가까운 브라티슬라바 북역으로 갔다. 또 다시 길치근성이 생겨서 좀 헤매긴 했지만 도시가 작았기에 금방 북역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은 크라쿠프로 다시 가기로 결정하면서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 점원은 다소 시크해보였다. 학생할인은 되지 않았고 약 56유로에 밤 11시에 크라쿠프로 출발하는 티켓을 샀다.(뭐지, 바가지 쓴 것 같은 이 느낌은...?) 역 주변에는 좀 껄렁해 보이는 소년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나와 마주치지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안 좋은 녀석들임엔 틀림없었다. 티켓을 구입 한 뒤 뒷편에 있는 유인(有人) 짐 보관소에 걸리적 거리는 큰 배낭을 1.5유로 주고 맡겼다. 짐을 맡긴 뒤 역에 오래 있으면 좀 위험할 거 같아 얼른 트램타고 중심가로 가기로 했다.

 

 전날부터 거리를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브라티슬라바엔 스킨헤드들이 꽤 많은 듯 했다. 심지어는 문신까지도 한 스킨헤드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문신까지 새긴 스킨헤드 중에 가족들 데리고 산책나온 애아빠도 있었다. 그러니까 인종주의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은 그냥 유행을 따르는 것일까...? 슬로바키아 유명축구선수 마틴 스크르텔(리버풀)과 블라디미르 바이스(前 맨체스터 시티)의 헤어스타일도 스킨헤드였으며 특히 스크르텔은 온 몸을 문신으로 도배해서 러시아의 스킨헤드를 연상케 할 정도로 험악해 보였다.

 

 

 

 

 

 

 중심가에서 도착하니 배가 고파왔다. 점심은 간단하게 맥도날드에서 때우기로 했다. 근데 브라티슬라바의 맥도날드는 특이하게도 생수를 서비스로 제공해 준 것이었다.(햄버거 가격에 생수가격도 포함되 있었던걸까?)

 

 

 

 

 

 

 

 전날까지만 해도 그 중국 여자아이와 함께여서 행복했는데 그 여자애가 새벽에 헝가리로 가버리다 보니 너무 허전했다. 그녀의 빈 자리가 커도 너무컸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 또한 있는 법이지만 그녀와 함께하다 혼자다니다 보니 가슴 한 구석이 시려왔다. 그리고 바람은 내 기분을 알고 있는지 세차게 불고 있었다. 일단 고독함을 뒤로 하고 파란 성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파란 성당은 꽤나 특이하게 생겼다. 외형부터 실내까지 온통 파란 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사가 없는 성당은 고요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파란 교회는 온천지가 파란색으로 도배된 것 외에는 그닥 특별한 게 없어보였다. 30분도 안 되서 다른장소로 이동했다.

 

 약 20분정도 걸어서 공동묘지 같은게 보였다. 호스텔에서 제공받은 지도를 살펴보았는데 그 묘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 공동묘지엔 누가 안장되어 있을까? 비석을 대충 보아하니 과거의 유명인사들이 안장된 것 같은데...

 

 

 

 

 

 공동묘지에서 길을 몇 분 정도 더 걸었더니 공원이 보였다. 역시 지도상에 그 공원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었지만 앉아서 쉬다가기엔 정말 좋은 곳이었다. 공원 한 가운데엔 과단체인지 동아리인진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단란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금발의 이쁜 여자애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남자들이랑 단체단위로 왔다.

 

 

 

 

 

 

 좀 쉬고나서 다시 중심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브라티슬라바는 중심가 밖 지역의 볼거리는 데빈 성밖에 없어보였으며 웬만한 명소는 반나절이면 충분해 보였다.

 그렇게 출출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커피랑 케익이 땡기기 시작했다. 전날 밤 전통무용공연이 있었던 광장의 카페에 가서 잠시 라임케익 한조각을 먹으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을 끝내고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간식거리와 AAA사이즈 건전지가 생각났다. 거리를 다니다가 보았던 BILLA마켓이 생각났다. 빌라마트로 들어가서 필요한 물품과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기로 했다. 마트 안에는 생선도 진열되 있었는데 바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솅겐조약 때문인지 생선값은 그닥 비싸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AAA건전지는 최소 6개이상의 단위로 팔고 있어서 살 엄두가 나질 않았기에 패스!

 

 중심가 오른편에는 미국 대사관과 체코 대사관이 보였는데 미국 대사관은 꽤 컸던데다 철로 된 울타리로 둘러싸여져 있었던 반면, 체코 대사관은 한 건물의 2층의 일부만 쓰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국력의 차이였던가...?

 

 

 

 

주 슬로바키아 미국대사관과 체코대사관

 

 

 그리고 UFO다리쪽으로 건너가보았다. 중심가 건너편 쪽엔 뭐가 있을까...?

 

 

 

 

 

 

 

 

 공원에는 넓은 풀밭이 있었다. 이대로 돌아다니기엔 다리가 아프니 잠시 풀밭에 누워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하늘은 한없이 맑고 화창했다. 날씨도 좋았고 도나우강도 잔잔하고 온화하게 흐르고 있었다.

 

 

 

 

 

 

 공원주변엔 한국과 다를게 없어보이는 놀이터가 있었고 놀이터 너머쪽엔 슬로바키아의 완전한 도시적 일상이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오봇하게 노는 훈훈한 모습들이 보였다.

 

 

 

 

 

 

 

 다시 중심가로 돌아갔다. 이날의 중심가는 전날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일렬로 정렬되었던 기념품 가게들은 철수된 상태였다. 조용한 브라티슬라바 중심가는 내 맘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분위기보다 그녀의 빈자리가 내 맘을 한층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금쯤 부다페스트를 잘 다니고 있을까...?

 

 

 

 

 

 

 해는 기울기 시작했고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도 덩달아 고파져오기 시작했다. 저녁은 전날 눈여겨뒀던 전통식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메뉴를 찬찬히 살펴봤는데 가장 저렴한 것도 얼추 9유로는 거뜬히 넘었다. 뭘 먹을까 고민고민하다 결국은 돼지고기와 양배추가 같이 들어간 음식(음식명칭이 뭔지는 기억이 안남.ㅠ)을 먹기로 했다.

 

 

 돼지고기는 그럴대로 먹을만 했는데 같이 곁들여 나온 양배추는 맛이 생각보다 시었다.ㅡㅡ 허기가 진 상태라 몇입정도는 먹을만했는데 계속 먹을수록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씩 생겨났다.(아오~ 존나셔, ㅅㅂ~~~~ㅠㅠ) 그래도 그 양배추까지 억지로라도 다 먹었다.(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힘이느라!!ㅋㅋㅋ)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중심가를 둘러보았는데 마침 밖에 비치된 TV에서는 QPR과 맨시티 경기가 방영되고 있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맨시티가 QPR을 이기고 있었다.(결과는 맨시티가 QPR을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QPR주장완장을 찬 박지성의 모습이 보였고 테베스에게 가서 포옹을 하는 모습도 비췄다. 슬로바키아에서 TV에 방영된 박지성의 모습을 본 순간 가슴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올랐다.(지성느님 만세!!!!! 대한민국 만세!!!!!)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얼마정도나 했을까, 시계는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는 북역으로 돌아가봐야 할 시간이다. 서둘러 트램정류장으로 달려갔다. 파리 리옹역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20분쯤 기다려서야 북역으로 가는 트램을 잡을 수 있었고 트램은 달린지 약 15분만에 북역에 도착했다. 역사에는 아까 그 껄렁했던 중딩으로 보이는 소년 두명이 배회하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인상은 꽤나 험악하게 생겼다. 서둘러 녀석들을 피해 유인보관함로 달려가서 맡겨뒀던 배낭을 찾은 뒤 좀 춥더라도 플랫폼애서 대기하기로 했다.(사실 플랫폼도 그렇게 춥진 않았다.)

 

 3년 전, 우크라이나 르비프에 있었을 때, 폴란드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갔는데 그때도 한밤중이었다. 터미널사진을 찍는답시고 터미널 밖으로 나와서 사진찍다가 갑자기 경찰에게 이유없이 연행된 기억이 있었다. 그 때 얌전히 터미널안에서 대기탔으면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젯밤 그 여자애도 밤기차 타는건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새벽기차로 헝가리 간다고 했었고... 그런데 대기타기에 두 시간은 내겐 꽤나 길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땐 슬쩍 자판기로 가서 커피도 뽑아마셨다. 자판기 싸구려커피는 1유로 이상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비싼 만큼 양도 많았다.

 

 밤 11시경, 크라쿠프로 가는 열차가 왔다. 이렇게 슬로바키아와도 작별을 해야 되는구나... 자리는 침대칸으로 배정받았는데 이날의 침대칸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어쨌든 크라쿠프로 가는 기차에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탑승했다. 나는 2층 침대위에 곤히 잠들기 시작했고 기차는 어둠 속에서 크라쿠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