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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우크라이나 이동 및 국경검문 편)

 

 

 

 

 부제: 국경에서 탄 똥줄

 

 르비프에 도착시각은 자정, 일단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짐정리뒤, 침대에서 한숨 자기로 했다.

 일어나보니 창밖은 이미 해가 진 뒤였고 두 명의 남자가 더 들어와 있었다.

 

 "반갑다, 넌 어디서왔냐?"

 "난 한국에서 왔어, 그리고 한바탕 유럽횡단을 하고 있었지 넌?"

 "우린 폴란드에서 왔고 옆에 계신분은 우리아버지야"

 "아하, 가족여행을 가고 있었구나 ㅋ"

 "그래, 우린 리비우로 가는 길이었어, 넌?"

 "나도 ㅋ 근데 우리 아직 폴란드 안벗어난거지?"

 "응"

 

 잠시 후, 기차는 어느 작은 역에 정차를 했다. 그리고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국경수비대들이 들어왔다.

 "실례지만 여권을 보여주겠는가?"

 "물론입죠 ㅋ 여기요!"

 "음.... 이름이 킴이군, 국적은 한국이고. 킴, 너는 리비우엔 무슨 목적으로 가는가?(킴은 내 성씨인데~ㅡㅡ)"

 "그냥 놀러가죠 ㅋ 우크라이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ㅋㅋ"

 "그래? 그곳엔 친구가 있는가?"

 조금 망설이다가

 "네, 있어요, 가나 흑인 친구를 두고있어요"

 "그렇군, 잠깐 여권 커버를 벗겨보겠는가?"

 "물론이죠 ㅋ"

 여권커버를 벗기는데 좀 긴장을 타서인지 여권커버가 찢겨졌다, OMG!! 여권을 유심히 보던 수비대는 내 중국 비자를 보더니

 "엉, 여기 중국비자랑 몽골비자가 있네? 중국엔 앞으로 갈 예정으로 되어있고. 이 중국비자는 무엇인가?"

 "아, 중국은 제 마지막 여정이고 우크라이나에서 비행기로 이동 예정이에요, 그래서 비자를 발급받았어요. 그리고 모든 한국인들은 중국에 방문하려면 비자가 필요해요."

 "아하, 그렇군, 잘보았네 킴, 그럼 즐거운 여행 되길 바라네!"

 "네, 수고하세요 ㅋ"

 

 

 

 

 

폴란드 국경마을 프르제미슬

 

 

 

 기차는 한동안 정차해 있다가 이내 출발했다. 얼추 30분 갔나~ 기차는 또다시 멈춰섰다. 이번에는 제복을 차려입은 시크한 여경과 밀리터리 군복차림의 남자경찰이 들어왔다. 일단 승객들의 여권을 걷어가다가 여경이 내게 오더니 호텔예약증명서를 요구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하고 예약한 호스텔 주소를 적어두기는 했지만 그들이 갑자기 예약증명서를 요구할 줄은 미처 몰랐다.

 "흠, 근데 호텔 예약증명서는 없는데요?"

 "없다고?? 잠시 후에 다시 올거니까 그거 찾고있어라"

 이런 검문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호텔 예약증명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크라이나를 나가는 항공편이 제시된 E티켓 예약증명서와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기로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다시 들어왔고 여경은 내 여권을 보더니 안경벗고 머리를 올려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몇번이고 내 얼굴을 몇번이고 관찰하는 거였다.(아 놔, 이년 이제보니 완전 비호감이네~ㅡㅡ 이년은 얼굴만 이쁘게 생겨가지고 머리에 똥만 들었나~ㅡㅡ)

 그리고 밀리터리 차림의 수비대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우크라이나엔 어떤 목적으로 왔는가?"

 "관광목적으로 왔어요"

 "거기에 너 아는 사람이 있는가?"

 조금 망설이다가

 "아뇨,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군, 그럼 며칠동안 있을텐가?"

 "대략 10일정도요"

 "전에도 우크라이나에 온 적 있었네? 그 때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었는가?"

 "네, 없었어요"

 "네가 잘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유명인사가 있는가?"

 "음, 안드리 솁첸코(전 첼시)와 안드리 보로닌(전 리버풀), 그리고 특히 율리아 티모셴코(전 우크라이나 총리)를 좋아하죠 ㅋ 꽤 이쁘잖아요, 그래서 전에 우리 한국 대통령(당시 2MB)이 그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본 적 있었죠."

 "야, 그나저나 호텔예약 증명서는 어디간거야?"

 "그러니까 그거 찾아봐도 없네요, 대신 제 이메일에 호스텔 예약확인내역은 있는데 괜찮다면 같이 확인하러 가시죠?"

 "아니, 없으면 넌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야 된다!"

 "그러니까 나는 우크라이나에 단지 관광목적으로 왔고 10일뒤에 나갈거라고~ 전에도 우크라이나에 온 적 있었지만 난 물의를 일으킨 게 아무것도 없었어! 너 지금 날 못믿는거냐?"

 "아니, 널 못믿는건 아니다"

 "그럼 난 이 상황에서 어떡해야되냐? 난 아무것도 몰랐다"

 "벌금을 내면 해결될거다!"

 "제가 대략 얼마정도 내야되죠?"

 "50흐리브나(5유로)정도 내면 될거야"

 

 마침 내가 환전해둔 돈은 꼴랑 약 130흐리브나 뿐이었다. 일은 일대로 만들기 싫고, 나 하나때문에 다른 승객들 기다리게 할 수 없었고..., 게다가 서유럽에 꽤 있다온 나로써 50흐리브나는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그래서 100흐리브나를 여경에게 주면서 50흐리브나를 달라고 했더니

 "아니, 벌금은 100 흐리브나다! 한국인은 우리나라에 무비자로 들어올 수 있으니 이대로 들어가면 되고 다음에 우크라이나에 육로로 올 땐 호텔예약증명서를 가지고 오도록!"

 여경의 싸가지없는 태도에 열받은 나는 째려보면서 알았으니 수고하라(이거나 쳐묵고 떨어져라 이 X년아!)는 짤막한 말 뒤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나와 같은 방 썼던 폴란드인 부자는 괜찮냐고 내 안부를 걱정해줬고 담당차장 역시 아무일 없었냐고 걱정을 해줬다.

 "그런데 여기 이 역에 ATM기가 있나요? 현금이 없어서 현금을 인출해야 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밖에 나가지 말고 안에 대기하는게 좋을거야"

 

 다시 침대칸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 아까 그 밀러터리 차림의 수비대가 다시 내게로 오더니 조용히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귓속말로

 "여기 50흐리브나 있고 이거 그 여경몰래 주는거니까 들키지않게 주머니속에 잘 집어넣고 조용히 들어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우크라이나 많이 사랑해주고 자주 놀러와줘~"

 "ㅋㅋㅋ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진 한장 찍고싶은데 괜찮나요?"

 "아니, 미안하지만 여기는 군사보안지역이라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어, 그리고 나도 율리아 티모셴코 많이 좋아해~"

 그는 내게 포옹을 해주면서 즐거운 여행되라는 행운을 빌었다. 그 싸가지 없는 여경과는 달리 그 수비대는 완전 호감이었고 그의 애교 덕분에 기분이 금방 풀렸다.(아놔~ 그 반대로였으면 내 기분은 완죤 하늘로 푱 날아갔을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

 

 

 

수비대가 몰래 돌려준 피같은 50흐리브나

 

 

 

 그래도 3년 전의 상황보단 훨씬 나았다. 그땐 르비프 국제버스터미널에서 경찰들이 내게 다가오더니 차로 연행시킨뒤 짐과 소지품 다 뒤지고 돈(50흐리브나, 당시 1흐리브나=약 170원)까지 뺏어갔는데 액수는 크지 않았지만 남의 짐 함부로 뒤진것만도 기분나빠 죽겠는데 그 과정에서 몇몇 소지품을 잃어버려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나중에 대사관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기에 끝내는 처벌에 실패했다.) 그래도 이번엔 짐을 뒤지지 않았고 지갑열라고 지시도 안한데다 수비대 한명이 애교를 부리면서 뺏어간 돈 일부를 돌려준 덕에 기분 나쁠것도 별로 없었다. 게다가 고물가의 스위스를 경험하고 온 지라 이미 해탈한 상태였다. 100흐리브나(10유로)를 뺏겼다고 해도 당시 취리히에서 베네치아행 열차 예약 수수료를 무려 33프랑(30유로)이나 지불했기에 100흐리브나라도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전에도 언급했지만 이탈리아행 열차는 십중팔구 예약필수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3년 전에 입국 했을 땐 입국카드 쓰는 게 의무였고 대사관에 방문했을 때 출국카드 잃어버리면 큰일난다는 당부를 들었는데 이번에 입국했을 땐 입국카드를 받지 못했다. 이상하다 싶어서 그 폴란드녀석에게 물어봤는데 그녀석 역시 안받았다고 한다. 이 불안해지는 기분은 뭐지? 당장이라도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싶었지만 긴급상황은 아니니 다음날 아침에 천천히 연락취하기로 했다.

 

 "킴, 너는 영어가 그렇게 어렵나?"

 "어, 잘 안되네~ 한국사람들이 원래 영어를 잘 못하거든"

 "어떻게?"

 "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길을 물으려고 접근해오면 대다수는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도망가"

 "그래?"

 "어, 한국은 영어교육시스템이 잘못되있어. 영어공부는 많이 시키는데 정작 말은 한마디도 못해, 니가 한국여행하다 돈이 모자라면 어학원에 알바해서 돈 벌수있어, 한국사람들은 백인을 무조건 환영하고 좋아하거든"

 "음, 그런 게 있었구나, 지금은 좀 괜찮냐?"

 "어, 그렇지 뭐, 아까 그 착한 수비대가 50흐리브나를 돌려줬고 스위스에서 이미 고물가를 경험하고 왔기에 별로 신경 안쓰여, 나한텐 100흐리브나라도 큰 돈이 아니었으니까, 아, 그리고 너한테 줄게있다 ㅋ"

 "어, 뭔데?"

 "잠시만!, 이건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이야"

 "음, 이건 뭐지?"

 "장구라고 하는데 젬베랑 비슷한 한국악기지"

 "오~ 맘에 든다! 고맙고 이거 잘 가질게!"

 "그리고 이건 내 페북주소인데 연락해!"

 "ㅇㅋ, 고마워!"

 

 자정이 되자 기차는 르비프 중앙역에 도착했다. 녀석 또한 같이내렸는데 그녀석은 가족단위로 르비프에 놀러온것이다.(보니까 어머니랑 여동생도 있었다.) 르비프 또한 3년만에 다시오게됐다. 낮이었다면 마르쉬루뜨까나 트램을 이용해서 천천히 호스텔로 갔겠지만 때는 자정을 넘긴 늦은밤, 그래서 내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기로 하고 택시삐끼에게 갔다. 나는 40흐리브나를 제시했는데 그 택시삐끼는 40흐리브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내게 100흐리브나를 제시했다. 이런 ㅁㅊ놈들!! 3년전에는 르비프 중심가까지 40흐리브나였는데 바가지 제대로 씌우는구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80흐리브나에 협상했다.(80흐리브나도 좀 비싼가~? 65흐리브나로 할 걸 그랬다;;) 바가지 씌운 가격이라도 벨기에에서 탔던 택시비에 비하면 꽤 착한 편이었다.(당시 벨기에에서 15분동안 탔던 택시값이 16.9유로였다.)

 

 약 15분뒤, 택시는 예약했던 호스텔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키가 조그마한 여자스탭 한명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녀는 호스텔 내부규칙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방을 배정해줬다.

 

 "근데 여기 주변에 스킨헤드는 있나요?"

 "아뇨, 여긴 없어요, 그리고 우리도 스킨헤드 싫어해요"

 "ㅋㅋ 스킨헤드가 아니라 치킨헤드겠죠"

 "ㅋㅋㅋㅋㅋ"

 

 먼저 에베네저형에게 방금 르비프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더니 그형은 다음날 르비프로 오겠다고 했다. 내일이면 드디어 밥형(원래이름: 로버트) 친구를 실제로 만나게 되는건가? 잠시 그를 소개하자면, 밥형은 한때 필자와 같은 학교에서 유학했던 가나 출신의 대학원생이었다. 학교기숙사에서 이란전(평가전)을 복도에서 홀로 시청하고 있었을 때 그가 먼저 다가와줬는데 대화에 응해준 이 과정에서 나는 그형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에베네저형은 페북에서 밥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드디어 여기서 밥형 친구를 만나보고 타냐랑도 재회하게 되겠구나~ 알 수 없는 설레임 속에서 잠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