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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우크라이나 키예프 편 2)

 

 

 

 부제: 실종된 또라이근성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그리고 이날도 그 스킨헤드 뉴요커와 피오나가 어김없이 로비의 쇼파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엔 항상 vk가 켜져 있었는데 음악을 틀기 위해 스탭들이 자기아이디로 접속한 것이다.(vk가 페이스북과 다른 점은 싸이월드와 마찬가지로 배경음악 기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싸이월드와는 달리 돈주고 음악안사도 된다.) vk는 오로지 내 스마트폰만으로 접속해야되는건가?ㄷㄷㄷ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며칠동안 지켜봤지만 피오나와 그 뉴요커는 도통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않는 것이다. 쉬는 방식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얘넨 그렇게 답답하지도 않나?

 

 "좋은아침!"

 "그래, 잘 잤어?"

 "응, 근데 너 밖에 나가게 되면 나같은 동양인이나 흑인들이 너 보자마자 겁에 질려 도망갈 거 같은데? 나도 웬지 그럴거 같고 ㅎㅎ"

 "내 외형이 너무 스킨헤드랑 닮았나?"

 "그래서 그래, 그래서 그 중국인도 첨에 너 봤을때 꽤 무서워했겠다"

 "근데 막상 지내보니까 그 중국인 정말 좋은 녀석이야. 그리고 그 중국인도 나 좋아하고"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오늘도 어디 안나가?"

 "응, 특별한 계획이 없어"

 "그래. 난 좀 씻다가 오늘도 밖에 좀 나갔다 오려고, 좋은 주말 보내!"

 "그래."

 

 간단히 씻은 뒤, 이날은 옷을 아주 간편한 차림으로 키예프 산책을 나섰다. 이날은 미하일로프스키 성당 내부와 안드레이 언덕 주변의 기념품 시장을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이날의 키예프 날씨는 대체로 화창한 편이었다. 산책하기 좋은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미하일로프스키 성당으로 가기에 앞서 셰브첸코 대학교 주변의 공원에서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고 정취를 감상하며 쉬었다.

 

 

 

 

 

 

 지금까지 약 25일간 총 9개국을 돌며 여행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3년 전엔 또라이 근성으로 가득해서 약 11일간의 짧은기간동안 무려 6명의 친구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씬똥,슬로바키아에서 동행했던 중국여자,유키,키다리부부,말비나,안드레이,솔로미아,드미트로,소피아 등등.... 그리고 다 동유럽에서 인연을 맺었다. 생각해보니 서유럽에서 만든 인연은 씬똥밖에 없었다. 네덜란드부터 오스트리아까진 한국인들과 동행했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진도 사람들 사진은 웬만해서 많이 안찍었다. 또라이 근성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때는 제대로 미쳐보자는 취지로 전투복 야상을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제대로된 또라이 짓을 일삼았는데...(아주 자랑하는군요ㅡㅡㅋ) 덕분에 일상생활 중에는 이미지 관리에 어느정도 긍정적이었지만 여행 중에는 내 사람들을 많이 만들지 못한게 한편으론 약간 씁쓸했다.(강남스타일을 많이 퍼뜨릴걸 그랬나...)

 

 식사 뒤 약 30분간 쉬고 미하일롭스키 성당으로 갔다. 미하일롭스키 성당의 외관은 브라티슬라바의 파란교회보다 더 아름다워보였다.

 

 종탑에 올라가서 키예프 시내를 살펴봤는데 바로 아래쪽 광장에서는 야외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그 때는 처녀였던 내 친구들이 다시와서 보니까 다들 결혼을 한 상태구나... 그리고 이리나는 애까지 출산하고...

 

 종탑에서 시내감상을 하고 기념품을 몇개 산 뒤, 안드레이 언덕의 기념품시장으로 갔다.(왜자꾸 타냐남편 안드레이가 생각나지?ㅋㅋㅋ)

 

 

 

 

 

 

 

 

 

 

 

 

안드레이 언덕

 

 

 

 

 

 

 기념품 쇼핑을 마치고 나니 몸이 좀 나른해짐을 느꼈다. 25일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좀 지친 모양이다. 근처 카페를 찾아서 차 한잔하며 쉬기로 했다.

 쉬는 와중에 와이파이를 가동하여 안나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녀도 꽤 바쁜 모양이었는지, 이날은 시간을 내주기 힘들다고 그러면서 내가 중국으로 뜨기 전에 시간내보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이리나는 애때문에 시내로 못나가고, 안나는 일러스트 작업때문에 많이 바쁜 모양이고...

 

 티타임을 마치고 수첩에 적어둔 연합교회 목사님께 연락을 취했다. 목사님께서는 이번주는 야외예배를 드릴 예정이니 일요일 아침 10시까지 지하철 파란색 노선 종점으로 와서 기다리라고 일렀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지하철에서 스킨헤드에게 습격받을 확률이 더 낮겠지.ㅋ 일단은 쉬러 다시 호스텔로 들어갔다. 로비는 여전히 피오나와 스킨헤드 뉴요커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침대로 돌아가서 핸드폰으로 인터넷 서핑 및 지인들과 카톡질을 좀 하다가 잠에 들었다.

 

 

 깨어보니 햇살이 창가를 통해 비추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 날의 날씨는 쾌청했다.

 목사님께서 일러주신대로 아침일찍 지하철을 타러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갔다. 아침일찍이라 그런지 경기장 주변은 개미새끼 한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3년만에 다시 타보는 키예프의 지하철이다. 지하철 요금은 2grv로 벨기에의 지하철보다 열배나 더 쌌다 ㅋㅋㅋㅋㅋㅋㅋ(이건 뭐 우리나라의 5배 수준인데?ㅋㅋㅋ)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길은 엄청나게 길고도 깊었다. 들은 얘기로는 키예프 지하철은 제 2차세계대전때 사용했던 지하통로를 개조하여 썼다고 한다. 아무튼, 약간은 긴장한 상태로 지하철을 탔는데(닭대가리들이 튀어나올까봐) 지하철은 예전에 비해 약간 깔끔해졌고 위험해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약 30분 지나서야 종점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나왔을 때 입구방향쪽엔 끼오스크가 몇개 있었고 몇채의 건물 말고는 볼만한게 없어보였다. 아침은 끼오스크에서 피자 한조각으로 간단히 끼니해결을 했다.

 

 그렇게 기다린 지 30분 되어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20대 여자 한분이 왔다.(와! 이여자분 완전 내 스타일인걸?ㅋㅋㅋㅋ) 가서 슬쩍 물어보았더니 한인연합교회에서 왔다고 했다.(휴, 제대로 왔네, 그것도 일찍 ㅋㅋㅋ) 그리고 그 여자분이 온 지 약 10분정도 지나서 차 한대가 왔다. 한인연합교회에서 보낸 차였다. 운전수는 현지인이었다. 잠시 후, 목사님 및 몇몇의 성도들이 약속장소로 모였고 차에 탑승하여 어디론가 갔다.

 

 그렇게 10분정도 가서 도착한 곳은 경치와 분위기가 좋은 공원이었다.(귀국 뒤 안나에게 물어봤더니 그 공원의 이름은 '페오파니아(Feofania)' 공원이었다.) 입장하기에 앞서 각자 매표소로 가서 소정의 요금을 냈다. 국제학생증이 없는 사람들은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학생할인을 받기 위해 학생증을 들이댔는데 점원은 뭐라 말하더니 할인적용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현지인 전도사가 한국어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더니 매표소 점원에게 뭔가 물어봤고 학생증 유효기간 지나지 않았냐고 물었다. 다시 점원에게로 가서 학생증 뒷면에 붙여진 스티커를 제시했다. 점원은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5grv를 돌려줬다. 입장료를 다 내고 공원으로 입장해서 11시 방향쪽으로는 사원같은게 있었다. 하늘은 한없이 맑았고 경치도 정말 좋았다.

 

 

 

 

 

 

 한 30분정도 지났나, 후발대로 출발한 사람들도 도착했다. 그 중에서 기럭지가 살아있어보이고 스타일리쉬한 청년도 있었는데 스타일이 약간 변해서 그렇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했다. 혹시나해서 물어봤더니 3년 전에 내게 도움을 줬던 그 교포 J씨였다. J씨는 처음엔 나를 못알아봤으나 3년전의 정황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했더니 얼굴을 좀 일그러뜨리며 알아봤다.

 

 3년전 겨울, 나는 전투복 야상을 입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또라이 짓을 제대로 했다.(그땐 필자보다 더한 상또라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J씨에게 정보를 얻고자 약간의 도움을 요청했고 또 그 상태로 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에게 꽤 민폐가 됐고 미친놈이란 인상을 심어줬지만 어쨌든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은 했다. 나름 좋은추억이었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이젠 철좀 들자, 응?ㅡㅡ)

 

 목사님 및 성도들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는데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검문 - 호텔예약증명서는 없어도 된다며 수비대들이 용돈이 필요해서 꼬장부린거랜다.

 스킨헤드-없다면서 키예프에서는 보기가 꽤 힘들다고 한다. 어떤 여자분은 밤 9시넘어서 흐레샤칙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스킨헤드와 마주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들의 불시검문-그동안 돌아다니면서 경찰들이 검문할 생각을 안한다고 그랬더니 유로2012 국제축구대회 이후로 개최국가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상부에서 외국인 불시검문을 금지시켰댄다.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하리키프스카 지하철역에서 운행한다고 했다.

 키예프에서 제일가는 관광지-라브라(페체르스카야 수도원, 일명 동굴성당)는 꼭 가보랜다.

 

 우크라이나에서 스킨헤드에 살해당한 사람들은 꽤 있다고 들었으나 스킨헤드가 없다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그동안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다녔던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야외예배 다 마치고 바로 흐레샤칙 거리와 마이단 광장을 가보기로 했다.

 

 

 

 

 

 

 

 

 

 

 

 

 예배를 다 마치고 지하철 타고 흐레샤칙 거리로 갔다. 주말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활기가 넘쳤다. 이곳이 스킨헤드 집합 및 활동장소라고 들은 바 있어 조금 긴장타긴 했지만 닭대가리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에는 커플들이 짝을 지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한쪽에는 댄서들이 기이한 춤을 선보이고 있었다. 흐레샤칙 거리를 좀 더 걸으니 탑이 세워져있는 마이단 광장이 보였다. S씨는 이 곳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언급했으나 역시나 닭대가리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고(스킨헤드와 비슷해보이는 사람은 몇명 있긴 했지만 그냥 삭발한 사람)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흐레샤칙 대로

 

 

 

마이단 광장

 

올림픽 스타디움(디나모 키예프 홈구장)

 

 

 

 흐레샤칙 거리 활보를 다 마치는 대로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오니 좀 심심해졌다. 솔로라서 그런지, 이리나를 보지 못해서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심심해져서 OKCupid를 슬쩍 접속했다. 목록에는 몇 명의 현지여자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내 스타일인 긴 생머리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에게 메세지를 넣어봤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인터넷 서핑하면서 좀 쉬다가 저녁을 해결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동양인 4명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한국인이었다. 내 모습을 보더니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 수군거리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라고 밝히니 그들은 반가워해하면서 같이 저녁먹으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임시 거주지로 가게 됐다.

 

 놀랍게도 그들은 나와 같은 모교 출신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도 다 있다냐~ 과장이라는 분은 타지에서 한국인에 동문을 본게 너무나 반가웠는지 처음본 내게 엄청난 욕을 날렸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상황에서 그 과장의 욕설이 꽤나 반가웠다.(오랫동안 외국인들하고만 지내서 그래 ㅋㅋ) 그 중에서 막내인 G는 나와 동갑내기였고 학교를 2년 전에 졸업해서 취업을 일찍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출장 차로 온 것이며 다음날 크림반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다음날 같이 한잔하고 싶었는데 이거 좀 아쉽네ㅠㅠ) 갑자기 돌연 그들에게 끌려오긴 했지만 그들 덕분에 소주와 라면을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다. 거기에다 G에게 라면 두세개를 더 받았다.(이런대접까진 바라지 않았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미안해지는 이 기분은...?!) 하지만 오래있는 것도 민폐, 그들은 한잔 더 하러 곧 나갈것이라고 했을 때 이때다 싶어 호스텔에 자리를 잡아뒀으니 거기서 밤을 지내겠다고 했다.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달달한 커피가 갑자기 땡겼다. 달달한 생크림이 얹어진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와이파이를 가동시켰더니 OKC에서 쪽지 한통이 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쨔, 보게되어 반갑다면서 월요일은 무리고 화요일 저녁에 보자는 말을 남겼다. Yeah!! 약간 불안한 마음도 교차하긴 했지만 그녀는 핸드폰 번호를 남겼다. 과연 나는 그녀를 화요일에 볼 수 있을까?

 

 호스텔에 돌아오니 힘이 쫙 빠졌다. 돌아다니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엔 키예프의 대표 관광지인 페체르스카야 수도원(라브라)로 가기로 했다.

 

 이날은 특별한 일을 몇개 겪었다. J씨와 뜻하지않게 3년만에 재회했고 덤으로 대학교 동문들도 만났다. 정말 그럴확률은 지속적으로 연락하지 않는 이상 확률이 꽤나 낮은데... 이제는 이리나만 보면 되는 것인가?ㅋㅋ 하지만 그녀는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태. 주어진 시간동안 나는 그녀와 재회가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안나는 시간 한번 더 내보겠다고 애매모호한 말을 남겼는데 그녀도 한번 더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