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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우크라이나 키예프 편 3)

 

 

 

 

부제: 로맨스 엔딩

 

 

 이리하여 유럽의 마지막 주말도 무섭게 지나갔다. 이틀뒤, 좋든 싫든, 나는 유럽을 떠나야만 한다. 남은 그 2일동안 굵직한 곳을 가고 굵직한 추억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리하여 이날 가기로 결정한 곳은 페체르스카야 수도원(라브라, 일명 동굴성당)! 옷을 차려입고 전철타고 아세날라(로마자로는 '아스널'로 표기되있다. 거기에 '아스널 키예프' 경기장이 있는 건가?)역으로 갔다. 이날의 키예프는 우중충했다. 짙게 깔린 구름은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라브라로 가는 길에는 제 2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있었다. 그리고 위령탑 뒤에는 탁트인 드네프로 강변의 경치가 보였다.

 

 

 

 

 

 

 

 

 라브라 수도원의 입장료는 50grv(학생 25grv), 학생증을 제시하여 반값으로 할인받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웅장한 성당 몇채부터가 보였다. 라브라를 돌기 앞서 커피자판기로 다가가 싸구려 커피를 뽑아마시면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우리나라보다 약간 비싸긴 했으나 그런만큼 양은 꽤 많았다.

 

 첫 코스는 그저 성당들로만 이뤄져 있었고 볼거리도 없는 듯했다. 동굴성당으로 들어가려면 어디로 들어가야되지? 쭉 돌아다니다 보니 통로같은 곳이 보였다. 오오~ 신기한데? 어디한번 쭈욱 들어가볼까나~~~

 

 

 

 

 

 

 

 

 그런데 잘 살펴보니, 수도원에 들어온 대부분 여자들은 머리에 스카프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이건 무슨 무슬림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정교에 대한 일종의 에티켓인가?

 

 계속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곳을 보았다. 따라 내려가보니, 좁고 깊은 동굴이 나왔다. 드디어 찾았다!! 여기가 말로만 들었던 그 동굴성당이구나!! 동굴성당은 생각보다 낮고 좁았다. 혼자만 왔다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겠지만 동굴성당의 분위기는 엄숙했고 사람들은 예수상을 볼 때 마다 입을 맞추고 성부 성자 성령(?) 싸인을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 사진을 찍고싶어도 이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는 차마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질 못했다.

 

 동굴 성당을 다 돌고 나오니 내리막 길이 보였다. 내리막 길을 내려가보니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펴있었고 더 내려가서는 음수대 같은 것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음수대 주변에 있던 신부님을 붙잡아서 마셔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댄다. 가뜩이나 목이 컬컬했는데 잘됐다 ㅋㅋㅋㅋㅋ 물을 생수통에 가득 채우고 갔다.

 

 

 

 

 

 

 

 

 

 

 

 

 

 

 

 

 

 

 

 

 이제 슬슬 나가려는데 출구는 아무리 찾으려 해봐도 찾기가 힘들었다. 라브라는 생각보다 넓고 복잡한 편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웅장한 분위기를 느끼는 맛이 있었다. 약 한시간 정도 해매서 겨우 나가는 곳(들어오던 입구)을 찾았다.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는 도통 내리지 않았다.

 다음은 공항버스 타는 위치를 확인사살하러 하리키프스카 역을 향했다. 또다시 지하철 타고 출발!!

 한참을 서서 가는데 여자애 세명이 나를 관심있게 쳐다보는 듯 했다.

 

 "너네 나 신기해보이니?"

 "응"

 "너네가 봤을땐 나 어디서 온 거 같어?"

 "한국"

 "어떻게 그걸 알았어?"

 "너가 들고있는 가이드북이 한국어라서"

 "ㅎㅎ 그런가? 아무튼 알게되서 반갑네 ㅋ"

 "응, 나도"

 "넌 여기 어떻게 오게된거야?"

 "놀러왔지, 여기 친구들도 있고 해서, 네덜란드에서 여기까지 쭉 온거야"

 "꽤 멀리서 왔네?"

 

 그리고 나는 수첩에 페북주소랑 VK주소, 폰번을 잠시 적었다. 명함이 있었으면 더 편했을텐데...ㅠ

 "이건 내 연락처고 생각나면 언제든 연락해~"

 "알았어, 나 이제 이만 내릴게, 얘들아, 나먼저 갈게!"

 삼총사 중에서 두 명의 여자애들만 남았는데 그녀들은 쌍둥이처럼 보였다.

 "근데 너네 둘은 자매야?"

 "엉"

 "많이 닮았네! 너넨 몇살이야?"

 "우린 18살"

 '헥!! 꽤나 어리네! ㄷㄷㄷㄷㄷ'

 "근데 넌 어디로 가는 길인데?"

 "난 지금 하리키프스카로 가고있어, 수요일에 중국에 들를 예정이라 확인하러 가는거지"

 "너 참 많이 돌아다닌다"

 "그건 그렇고, 너네 내일은 시간 되겠냐? 같이 놀러다니고 싶어서"

 "미안한데 우리 내일은 바빠서 시간 못내주겠네?"

 "그래? 유감이네~ 아참, 괜찮으면 연락처좀 적어주겠니? 연락이나 하면서 지내자"

 그녀들의 이름은 예카테리나와 아나스타샤. 그리고 그녀들 역시 하리키프스카 역에서 하차했다.

 "엥, 너넨 왜 또 여기서 하차해? 집이 그쪽이야?"

 "어, 우린 보리스필에 살아"

 "그렇군, 아무튼 반가웠고 조심히 들어가!"

 "그래!"

 

 하리키프스카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큰 굴다리와 버스 정류장이었다. 정광섭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곳이 이곳이었구나! 곳곳에는 택시 삐끼들이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위치는 잘 알아놨으니 확인사살은 끝!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에는 드네프로 역으로 향했다. 드네프로 역은 다른 지하철 역과는 달리 다리 위에 위치해 있었다. 잠시 드네프로 역에 하차해서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고~ 그런데 정작 드네프로 역 주변은 그냥 도로 한복판이었다. 마땅히 내려서 즐길만한 곳이 없었으므로 다시 2grv를 내고 전철타고 이번에는 드네프로강의 정취를 감상하러 강 건너편으로 가보기로 했다.

 

 

 

 

 

 

 

 

 다시 내려서 드네프로 강가가 있는 쪽으로 걸어보는데 정작 드네프로 강은 나올 생각은 않고있다. 차는 계속 쌩쌩 달리고 있고, 나는 나대로 땀을 흘리면서 체력소모중이고...ㅠ 그렇게 한 30분 넘게 걸으며 돌아다녔다. 결국 뭔가 아닌 것 같아서 포기하고 다시 전철역으로 가서 드네프로강 한가운데 떠있는 섬 히드로파크로 가보기로 한다. 이날은 라브라 사원 관광을 제외하고 지하철 투어를 제대로 했다. 지하철 요금이 2grv라서 다행이지, 만약 벨기에나 오스트리아처럼 2유로였음.... ㄷㄷㄷㄷㄷ 그래도 이날만큼은 전철을 원없이 실컷 탔다. 그 전에는 스킨헤드들이 무서워 전철이용 할 생각을 엄두도 못냈는데...

 

 한참 뒤, 드네프로 한가운데의 섬 히드로 파크에 도착했다. 우선 강가를 찾기 위해 공원으로 입성했다. 공원은 가로수 길로 이어져 있었다. 입구에는 집없는 개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게중에는 안나와의 만남을 이어준 개도 있었는 듯 하다.(아니면 종류만 같은 녀석인가?O_o) 날씨가 흐려서 우울한 분위기가 났지만 가을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산책하기에는 딱 그만이었다. 잠시 분위기에 도취되어 사진좀 찍어주시고.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더니 몸은 몸대로 쑤셔오고 피로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드네프로 강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다.

 

 

 

키예프 지하철 통로와 플랫폼은 웅장 그자체였다.

 

 

 

 호스텔에 돌아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있었다. 잠시 쉬면서 와이파이를 가동시키고 인터넷 서핑을 했다. 이리나에게 가기전에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고 싶으니 집 근처 장소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예카테리나와 아나스타샤의 주소를 찾아 등록을 했다. 카쨔와의 연락도 확인해봤다. 다음날 오후 6시쯤에 흐레샤칙 거리에서 보잔다.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고 확인전화를 한 후 약속을 확실하게 잡았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어느새 출출해졌다. 뭘 먹을까 고민고민하다가 호스텔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해결짓기로 했다.

 

 카페에 올라가서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핸드폰 사진을 감상중이었는데 얼마있다 한 쌍의 커플이 올라왔다. 그들은 자리를 한군데 잡더니 담배를 태우다가 이내 키스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했다.(읔~!) 아직도 싱글이 나는 배알꼴리긴 했지만(그러니까 너가 여친이 없었던거야 이사람아~-_-ㅋ) 자기네들의 대중문화인걸 내가 어떡하겠어~ㅋㅋㅋ 아마 3년전의 나였으면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을 지도 모른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키예프의 비였다. 3년 전에도 비오는 날의 키예프를 경험했는데 비오는 날의 키예프는 바르샤바보단 덜했지만 분위기를 한층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런날씨가 계속되면 안될텐데....

 다시 호스텔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자기정비 간단히 한 뒤 잠을 청했다.

 

 

 드디어 유럽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왔다.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암스테르담에 떨어져서 여행을 시작했을 땐 신이 나고 두근거렸는데, 모든게 기대가 됐는데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이날만큼은 굵직한 추억을 남겨보리라 결심을 했다.

 

 이날은 카쨔와의 데이트를 위해 신경을 좀 쓰고 여행길에 나섰다. 먼저 간 곳은 디나모 키예프 구장이었다. 숙소와 위치가 꽤 가까워서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었다. 구장 주변에는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이 썰렁했다. 이날은 경기도 없었고 홈에서 잡힌 다음경기는 10월 경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정녕 유럽 최고의 골잡이였던 셰브쳰코가 데뷔를 했던 곳이란 말이지?! 그럼 디나모 키예프 박물관으로 ㄱㄱㄱ!!!

 

 

 

 

 

 

 

 

 

 

 

 막상 박물관에 들어가보니 유니폼 및 축구용품을 팔고 있었던 매장이었다. 축구매니아가 아니라면 볼만한게 별로 없던 곳이었다. 유니폼 가격은 인기없는 선수라도 한화로 약 수십만원을 호가했다. 그리고 역시나 셰브쳰코의 유니폼은 품절됐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구경을 다 끝마치고 축구구장을 둘러봤다. 역시나 경기가 없는 날은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분명 유로 2012 결승전(스페인 VS 이탈리아)이 열렸던 중요한 곳이었다. 키예프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짓중 하나는 국대경기든 클럽경기든 이리나랑 같이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이었는데....

 

 구장을 다 둘러보고 보드카를 사러 역부근의 대형마트로 갔다. 보드카는 여러종류가 있었는데 러시아산 보드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앱솔루트 보드카, 우크라이나에서 대중적인 호린까가 있었다. 러시아산 보드카와 앱솔루트 보드카는 꽤나 비쌌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보드카는 소주 한병보다 더 저렴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P군의 선물을 안챙겨줄 수가 없었다. P군의 선물은 우크라이나산 보드카 호린까(Gorinka)로 결정!!! 0.5L 하나, 0.25L 하나, 총 0.75L짜리를 구입했다.

 

 보드카를 사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 침대 위에 두었다. 그 스킨헤드 뉴요커와 피오나는 여전히 호스텔을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지키고 있었다.

 배가 고파져서 생각난 곳은 3년 전, S씨와 같이 식사했던 그 식당이었다. 잠시 와이파이 존으로 가서 S씨에게 카톡으로 연락하여 식당 위치를 알아내고 Polytek Institute 역으로 갔다.

 

 3년만에 찾아온 곳이다. 그 식당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가져가서 가져간 음식만큼 계산하는 건 여전했다. 계산을 해보니 한화로 약 7천원정도 들었다. 보르쉬,튀긴 으깬 감자,볶음밥 등을 시켰는데 여전히 밥맛은 없었지만 3년 전보다 나은 수준이었다.(3년 전에 먹었을 때는 쌀알이 딱딱한게 거슬렸다.)

 

 

 

 

 

 

 식사를 다 마치고 다시 호스텔로 가서 쉬었다. 마지막날에 난 도대체 뭐하는거지? 이대로 허무하게 유럽의 마지막 날을 보낼텐가? 그런데 몸은 좀 힘들게 느껴졌다. 일단 4시까지 쉬었다 가기로 했다.

 

 4시쯤 되어서 다시 돌아다녔다. 흐레샤칙 거리로 가기에 앞서 오페라하우스 주변 거리를 생각없이 돌아다녔다. 6박 7일간 머무른 곳인데 이대로 가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난 지금껏 뭐하며 돌아다녔단 말인가!

 갑자기 커피 한잔이 땡겼다. 잠시 카페에 들어가서 핸드폰도 충전할 겸, 쉬었다 가기로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이빨을 닦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3년 전에 타냐를 만나기 전에도 퇴실 전에 이빨을 닦고 나왔다. 그땐 발렌타인데이라 누군가를 만나서 키스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지만 타냐를 만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결국 그녀와 짧고 강렬한 발렌타인의 추억을 만들었다.(도대체 난 뭘 기대하고 있는거지? 이 응큼한!)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흐레샤칙 거리로 내려갔다.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흐레샤칙 거리는 스킨헤드들의 활동무대인 것으로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쨔를 찾기 위해 목숨걸고 흐레샤칙 거리로 뛰어들었다.

 흐레샤칙 역에 도착하자 카쨔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엉, 나 카쨔야"

 "그래, 나 제냐야! 나 흐레샤칙 거리에 도착했는데 넌 어디에 있는거야?"

 "난 지금 마이단 광장에 있는데, 나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음, 어딘지 짐작이 안가지만, 일단 찾아볼게!"

 

 그리고 카쨔를 무작정 찾아 나섰다. 하늘은 점차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그럴수록 마음은 점차 불안해져갔다. 이대로 가다가 스킨헤드에게 살해당하는게 아닐까~ 그래도 내 스타일의 미녀가 이렇게 만나서 친구하자고 했는데 스킨헤드들이 무섭다고 쉽게 돌아갈 수 없었다.(아놔~ 이놈의 외로움 때문에 안전불감증에 걸려버렸네!ㅠㅠ)

 일단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놔~ 나 도저히 너 찾기 힘들겠어, 너가 보이는 건물 얘기해봐! 난 주변에 큰 호텔 보이고 나드라 은행이 보여"

 "그래, 그럼 너 제대로 온거일텐데~ 나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얼른 거기로 와"

 "알았어"

 

 그런데 카쨔가 말한 곳은 꽤나 쉽지 않았다. 그리고 카쨔나 나나, 둘다 영어 실력이 꽝이었고 내 러시아어 실력은 더더욱 에러였다. 한시간동안 계속 전화하고 헤매고 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슬슬 지쳐갔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해 버린다면 난 남자가 아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고 했다. 나는 마이단 광장의 길건너 맥도날드에서 만나자고 했다.

 

 마침 카쨔인 듯한 여자가 맥도날드 앞에 왔다. 나는 카쨔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들고 반응을 한 것으로 보아 카쨔가 맞았다.

 

 "하하, 결국 찾았다!"

 "뭐야~ 너 어디 돌아다니다가 이제온거야~?"

 "말했잖아~ 난 널 찾아다녔다고"

 "어쨌든,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ㅎㅎ"

 "나도, 나는 저기 저 조형물 앞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었어"

 "어, 나 그 조형물 이름 몰랐어!"

 "그 조형물 이름은 *****이야"(그 조형물 이름을 또 까먹은 관계로 이렇게라도 씁니다.ㅠ)

 "그랬구나, 우리 슬슬 돌아다녀볼까?"

 "어디로 가고싶은데?"

 "음..., 일단 안드레이 언덕 쪽으로 가자 ㅎㅎ"

 "좋아!"

 "근데 넌 남친 없다고 했지?"

 "아니, 나 지금 있어"

 "아, 그렇구나~ 근데 너 남친 있는 상태에서 나 이렇게 만나도되? 남친이 화내지 않을까?"

 "남친은 여기 키예프에 안사는데 걔가 왜 화를 내야되?"

 "ㅎㅎ 그래? 넌 전공이 어떻게 되니?"

 "나는 현재 관광학을 전공하고 있어, 나 원래는 하리키프 부근에 살았는데 학교를 여기서 다녀서 지금은 기숙사에 살아"

 "그렇구나, 그래서 날 상대로 가이드 연습을 하고 있었구나"

 "정답!ㅎㅎ"

 "그럼 잘 하는지 한번 지켜보겠어!ㅎㅎ"

 "그래도 되고^^ 넌 전공이 뭐니?"

 "나는 해양학, 아직 학교다니고 있지만 지금은 휴학중이고 다음해 여름에 졸업할 예정이야"

 "그렇구나, 좀 어렵지 않아?"

 "좀 어렵지 ㅋ 그래서 난 졸업 뒤에 전공을 살릴 생각이 없고"

 "그렇구나"

 "어, 근데 나 길을 잘못든거 같어"

 "아유~ 너 그래가지고서 어떻게 외국인들을 데리고 관광이나 할 수 있겠어?"

 "^^;;;"

 "어쨌든, 너 정말 이상한 아이야!"

 "히힛~ 내가 왜 이상해?"

 "가이드도 제대로 못해주지, 여튼 넌 이상해!"

 "^^;;"

 

 이렇게 카쨔와 대화하면서 미하일롭스키 성당-성 소피아 성당-안나와 갔던 놀이터 전망대-안드레이 언덕 순으로 갔다. 안드레이 언덕에 다다랐을때

 

 "어라~ 문이 닫혀버렸네~ㅠㅠ"

 "그러게말야ㅠ 그럼 우리 언덕 내려가서 길을 둘러보자"

 

 안드레이 언덕에 올라가서 카쨔에게 근사한 선물을 주고 야경을 찍으면서 낭만을 즐기다가 그녀와 로맨스를 그리려고 구상했는데 개장시간이 너무나도 야속했다.ㅠㅠ

 

 "야, 근데 나 일단 신호가 올 거같어ㅠㅠ 먼저 화장실 좀 가면 안되겠니?ㅠㅠ"

 "알았어, 일단 나 따라와~^^"

 

 카쨔가 날 안내해 준 곳은 호화 레스토랑 안에 있는 무료화장실이었다. 일단은 살 것 같았다.

 화장실을 나온 뒤 카쨔와 나는 깐뜨락바 지역을 토대로 나름 역사가 있는 성당을 돌았다.

 키예프에도 성당이 꽤나 많긴 하구나~ 근데 대부분이 미하일롭스키, 소피아 성당에 묻혀버렸으니 ㅋㅋ

 

 "근데 너의 풀네임은 어떻게되니?"

 "카쨔 알리스트라토바"

 "엥? 뭐라고?"

 "카쨔, 알리스트라토바^^"

 "뭐야~ 뭐이렇게 어려워~@_@"

 "그럼 너의 풀네임은 뭔데?"

 "김**^^"

 "넌 풀네임이 짧네?^^"

 "엉,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거의 그래 ㅋ 다시 너 풀네임좀 ㅋ"

 "카쨔 알리스트라토바"

 "어휴~ 너무 어렵다 ㅎㅎ"

 "^^;"

 

 카쨔와 돈게 얼마나 됐을까~ 돌아다니느라 체력을 꽤 소진한 나는 카쨔에게 전망좋은 벤치에 앉아서 좀 쉬자고 했다. 이리하여 우린 벤치를 골라잡아 쉬게되고...

 

 "참, 나 널 위해 갖고온게 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응, 뭔데?^^"

 결국 이리나에게 주려고 했던 것을 카쨔에게 주게 되었다.

 "우와~ 이쁘다!! 정말 고마워^^ 나 이거 잘가질게!"

 그리고 그녀는 내게 볼을 갔다댔다.

 "그리고 나 이때까지 여행한 곳 사진 한번 보여줄게^^"

 "우와~ 엄청나게 많은걸? 어디어디 갔다온거야?"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폴란드,그리고 여기^^ 내일은 중국으로 갈거야"

 "많이도 가는구나, 좋은데 많이갔다왔네?^^"

 

 그렇게 여행사진을 찬찬히 보고난 뒤

 

 "카쨔, 이것도 기념인데 우리 사진이나 같이찍자^^"

 "엉, 그러자^^"

 

 

 

 

 

 

 

 

 

 "카쨔 있잖아..."

 "응?"

 "나 오늘 널 만난 게 큰 행운이라 생각해"

 "진짜?"

 "응 그래서 나 기뻐"

 "^^"

 

 그렇게 논 지 시간이 흘러 시계는 벌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 이제 기숙사에 돌아가봐야 할 거같어ㅠ 통금시간이 있어서"

 "별 수 없지. 나도 내일아침 10시 30분 비행기라 지금 안 갈 수가 없네"

 "그럼 얼른가자"

 

 마침 그녀와 내가 하차하는 역은 같은 곳이었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ㅠ

 

 "카쨔, 정말 고마워! 오늘 너때문에 정말 행복했어"

 "나도, 내일 잘 돌아가길 바래!"

 "카쨔, 나 정말 널 보고싶을거야!"

 헤어지는 아쉬움이 북받쳐 그녀에게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그녀 또한 너무 아쉬웠는지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우린 서로 몇 분간 진한 포옹하다가 서로 양볼에 키스하고 헤어졌다.

 

 호스텔로 돌아와보니 스탭들이 음식을 준비했다. 고맙다고 인사한 뒤 받아먹으면서 컴퓨터로 가서 vk에 접속을 했다. 확인해보니 이리나에게 쪽지가 와있었다. 그녀는 자기집 주소와 근처 지하철역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시계는 이미 10시가 넘어간 시각을 알리고 있었고 때는 이미 늦었다. 찾아가고 싶어도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체력은 이미 소진된 상황이고 그녀와 그녀의 신생아 또한 자야 할 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나름 아쉬움이 많이 남는 30일간 유럽여행이었지만 마무리는 로맨스 엔딩으로 끝났다. 카쨔와 함께였기에 더는 바랄 게 없었다.

 카쨔, 정말 고마워! 널 잊지 못할거야! 언제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찾아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찾아가게 되면 그땐 꼭 널 보러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