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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중국 북경 스탑오버편 1)

 

 

 

 

 부제: 난 아직 멀었구나...

 

 

 지난 달 네덜란드 가기 위해 환승했을 땐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어리버리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런데 이제는 본격적인 중국여행이다!ㅋㅋㅋ

 입국심사대엔 두 명의 심사관이 지키고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은 인수인계를 받는 듯한 부사수로 보였다.

 심사관은 이미그레이션 카드와 비자를 확인하더니 캠으로 내 얼굴 사진을 찍고 인터뷰도 없이 그냥 통과시켰다.

 수하물 센터에서 짐을 찾고 지난 달 환승 때 핸드폰 충전시키면서 대기탔던 카페로 갔다.

 정확하게 한 달이 흘렀다. 그 때 왔을 땐 8월 20일이었고 지금 이날은 9월 20일. 핸드폰 배터리가 고갈되어서 한 수십분동안 카페에서 배터리 충전시키면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리고 호스텔 길 찾는 법에서 일러준 대로 다시 짐들고 공항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공항버스비는 꼴랑 16원.

 버스는 신선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시내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차가 꽤나 밀려서 목적지인 용화궁(라마 사원)까지 가는 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어쨌든 무사히 용화궁 역에 도착했다. 건너편에는 3층짜리의 홍등이 걸린 건물이 보였다. 드디어 중국 선교활동 이후로 북경 시내에 11년 만에 다시 오게 되었다.

 

 

 

 

 

 

 

 잠시 용화궁 주변을 감상하고 호스텔에서 일러준 역을 찾았다. 거기까지는 불과 두 정거장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북경 지하철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특별한 시스템이 있었다. 지하철 탑승구마다 수하물 검사센터를 두었던 것이다. 왜지? 뭐때문에 검사센터를 두었지?

 그런데 지하철 요금은 꽤 마음에 들었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탑승요금은 꼴랑 2원. ㅋㅋㅋㅋ 당시 환율로 봤을 땐 우크라이나보다 살짝 비쌌지만 우리 돈으로 500원도 안되는 요금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ㅋㅋㅋ

 

 이리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호스텔은 아무리 찾고 헤매도 도통 보이질 않았다. 땀은 비처럼 흐르고 있는데...ㅠㅠ 역시 난 알아주는 길치야 ㅎㅎㅎㅎ

 다시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서 지나가던 여자를 붙잡아서 길을 물었다. 제시된 호스텔 주소는 횡단보도 건너 뒷골목 쪽에 있었다. 뒷골목은 꽤나 조용하고 한산했다. 마침 지나가는 길에 화장실이 있었다. Oh Yeah!!! 이게 웬 떡이냐!!ㅋㅋㅋㅋㅋ 한 달 동안 화장실 사용체계가 유료였던 유럽에 있었던 지라 간이화장실이라도 너무나 반가웠다. ㅋㅋㅋ

 마침내 찾고 있었던 호스텔에 도착했다. 리셉션에는 중국인의 여자 스탭 두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약은 했습니다만"

 "이름이 어떻게 되죠?"

 "김**입니다."

 "음.... 예약되어있군요"

 중략....

 "일단 4박숙박비랑 보증금 100원을 내셔야겠네요"

 "어, 어떡하죠? 저 급하게 오느라 환전 아직 못했는데...ㅠ"

 "그럼 지도를 드릴테니까 저희가 알려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오세요"

 "알았어요, 그럼 짐은 맡기고 갈게요"

 일단 은행까지 가서 현금을 인출해왔다.

 "일단 돈은 잘 받았고 지금은 아직 체크인 타임이 아니라서 방에 입실은 하실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바에서 대기해도 되죠?"

 "네, 그렇게하세요"

 

 일단 체크인 타임이 오기 전까진 바에서 와이파이를 가동시키며 인터넷 서핑하며 멍좀 때리기로 했다. 그 전에 폴란드에서 설치했던 VPN서버 우회접속프로그램 올가를 실행해봤다. 기대와는 달리 올가는 실행되다 몇 초도 안되서 이내 꺼져버렸다. 아따~ 페북 한번하기가 디게 어렵네 그려~ㅡㅡ 에잇! 일단은 포기!! 그리고 쩌쳰과 K군에게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그래도 너무 아쉬운 건, K군이나 쩌쳰이나 북경에서 만날 수 없다는 사실...ㅠㅠ K군은 첫 비행실습날짜가 9월 24일, 내가 귀국할 때 쯤에 잡히게 됐단다. 에라이 모르겠다 ㅋㅋㅋㅋ

 슬슬 체크인 타임이 다가왔을 때, 부리나케 키를 받고 짐을 챙기고서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왔을 때 더는 피로와 졸음을 견디기 힘들었다. 시차적응이 아직 안 된 것이다. 어차피 쩌쳰은 회사에 감사가 잡혀서 타이위안으로 가도 못보고..., 시간은 아직 5일가량이나 주어졌고. 일단은 한숨 자면서 시차적응 하기로 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시계는 7시가 넘어간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해는 이미 넘어가서 어두컴컴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에 있을때까지만 해도 8시쯤 되어야 해가 완전히 다 졌는데...

 일단 밤바람 쐴 겸 중국의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왕푸징 거리의 야시장으로 나섰다.

 

 

 

 

 

 

 

 

 왕부정거리는 네온싸인으로 휘황찬란하게 빛이 났고 왕푸징 거리 건너편쪽에는 대형호텔 '북경반점'이 보였다. 아마 처음본 한국인들은 그 북경반점이 대형 자장면 가게라고 착각할 지도 모르겠다. 왕푸징 거리 쪽으로 쭉 들어가보니 왼편에는 말로만 듣던 야시장이 있었고 그곳에는 제삿상에서나 맡을 수 있는 고약한 악취가 풍겼고 상인들은 꼬챙이에 꿴 식재료를 팔고 있었는데 꼬챙이에 꿰인 것들은 대부분이 실로 비상식적인 것들이었다. 살아있는 꼬마전갈, 불가사리, 해마, 메뚜기, 지네, 뱀, 날도마뱀, 전갈, 매미 번데기 등등...

 아아~ 그래서 사람들이 왕부정 거리의 야시장을 보고서 '중국사람들은 날아다니는건 비행기빼고 다 먹고 네발달린건 책상빼고 다 먹는다'라고 그러는구나! 나는 신기해하면서 꼬치거리 곳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순간, 누군가 갑자기 내 어깨를 툭 쳤다.

 

 "이봐, 넌 어디서 왔는가?"

 "으, 놀래라!! 전 한국에서 왔죠 ㅋㅋ"

 "그렇군, 우리 꼬치 염가로 팔고 있는데 원하면 먹고가"

 "지금은 속이 좀 안좋아서 ㅎㅎ 나중에 먹을게요^^; 대신 사진 좀 찍어도 되죠?"

 "그럼, 얼마든지!"

 "그럼 저좀 찍어주세요 ㅎㅎ"

 

 

 

 

 

 

 

 

 

 

 계속 쭉 들어가보니 떡볶이를 파는 상점이 보였다. 한국어의 팻말과 함께 진열된 떡볶이를 본 순간, 너무 반가운 나머지 시선은 그쪽으로 쏠렸다. 유럽에 있는 한달동안, 가장 그리웠던 음식이 떡볶이와 순대였다.

 

 "아저씨, 떡볶이 한그릇 얼마나 해요?"

 "30원해요"

 "잠깐만요, 근데 저 100원짜리밖에 없는데^^;; 잔돈 거슬러 줄 수 있겠어요?"

 "저희 돈 없어요"

 '아니, 이새끼봐라!'

 "네? 어떻게든 거슬러 주면 안되요??"

 "죄송해요, 그럼 다른 음식 봐보세요, 이거(가재)하고 이거(전복) 맛있는데, 각각 60원씩 해요"

 "저기.......!"

 

 그 상인은 소량의 그 쓰레기같은 음식들로 순식간에 나의 피같은 돈 180원을 가져갔다. 저런, 개씨발새끼!!!!!!!

 어떻게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인 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 상인에게 눈 뜨인채로 코를 베인 것이다. 큰 낭패를 봤다.

 마침 아버지께 문자로 연락이 왔다. 중국에 계신 둘째삼촌의 연락처를 보내주신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까 둘째삼촌 중국에 살고 계셨지! 혹시나 모르는 마음으로 둘째삼촌께 전화를 걸어봤는데....

 삼촌의 간단한 안부를 물었더니 안타깝게도 광저우에 계신 상태였다. 혹시나 북경에 계셨다면 약간의 도움이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이 길로 나는 왕부정 거리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바로 호스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부정에서 있었던 일을 K군과 쩌쳰에게 카톡으로 얘기했다.

 K군은 중국은 보통 제값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처음에 부른다면서 쇼핑하기에 앞서서 흥정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왕부정에서 당한 일에 대해 위로하면서 다음날 무료로 관광할 수 있는 관광지 몇군데를 소개해줬다.

 쩌쳰은 내가 사기꾼을 잘못만나 그렇게 된 것 같다면서 왕부정에서 뭐 사먹거나 쇼핑하려면 잔돈 꼭 준비해야 된댔고 왕부정 야시장은 바가지가 심한 곳이어서 현지인인 자기도 북경에 쇼핑오면 웬만해서 거기서 물건 안 산댔다.

 

 당했다. 당해도 제대로 당했다. 유럽여행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북경여행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상인 개새끼 씹새끼라고 입이 닳도록 욕할지라도 제 3자가 봤을 땐 사전에 대비 제대로 안하다 멍청하게 당한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국내에 제대로 된 여행정보가 없었기에 경찰들에게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지만 중국은 북경조차 국내에 여행정보가 상당히 방대했기에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했다면 이런 일은 있지 않아도 됐었다. 나는 다시금 나의 미숙함을 몸소 뼈저리게 느꼈다.

 

 머리가 복잡하고 아팠다. 일단은 한숨자면서 피로와 내상부터 쭉 풀기로 했다. 그렇게 첫단추를 잘못 꿴 북경의 첫날밤은 조용히 흘러갔다.

 

 

 ※ 소소한 팁

 

- 첫편에도 언급했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접속이 금지된 나라다. 따라서 동 사이트들을 접속하려면 VPN 우회접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외국인들에게는 페북,유튜브,트위터 우회접속을 암묵적으로 허용해주니 굳이 공안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는 없다.

 

- 중국은 대체로 적게는 1.N배, 많게는 수십배로 원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고 외국인일수록 바가지가 더하다. 아무대비없이 쇼핑하다가 바가지로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여행 전에 원가를 미리 알아놓거나 흥정의 기술을 배워두는게 좋다.

 

- 왕부정 거리의 야시장은 역겨운 냄새가 풍기니 관광 및 쇼핑가기 전에 참고해둘 것!(대마초냄새보단 덜한수준), 그리고 야시장에 진열된 음식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된다.

 

- 왕부정 야시장은 간혹 상인에게 고액권의 지폐로 지불하면 잔돈으로 거슬러 주지 않고 개수작을 부리는 경우가 있으니 거기서 음식 사먹을려면 잔돈 준비해 가는것이 좋다. 혹시나 아무것도 모르고 혹은 상황이 여의치 못하여 고액권의 지폐를 지불했는데 거스름돈 안주고 수작부리면 최대한 몰아붙이고 공안 부를거라고 엄포 부리는 것이 좋다.

 

-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대우가 웬만해서 후한 편이다.(현재는 국가주석이 시진핑으로 바껴져서 대우가 어떻게 변화됐는진 모르겠음) 현지인과 시비붙게 될 경우, 목숨이 위협받을 상황이 아니라면 계속 몰아붙이면서 공안국 가자고 우기는게 더 유리하다. 누가 먼저 잘못했든 상관없이 공안은 외국인의 편을 들어준다.(공안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