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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2 유럽횡단여행+중국

용감한 단독 유럽횡단여행기(중국 북경 스탑오버편 2)

 

 

 

 

부제: 모택동 주석은 왜 위대할까?

 

 

 한참 몸을 뒤척여서야 더러운 기분 속에서 잠에서 겨우 깼다. 핸드폰 시계는 이미 오후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시차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잠에서 깬대로 샤워실에서 간단히 씻었다. 샴푸와 비누, 바디샴푸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다 써버렸는데 고맙게도 샤워실엔 샴푸,비누,바디샴푸가 모두 완비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헤어드라이기까지.

 

 아침 겸 점심은 바에서 볶음밥을 주문해먹었다. 간만에 먹어보는 쌀요리였다.

 점심을 먹으면서 먼저 K군에게 연락해보았다. 전날밤, 나의 사정을 알게된 K군은 무료입장 및 관람 위주의 관광지로 전문(일명 청나라 거리)을 소개해줬다. 이어 1년동안 북경유학 경험이 있는 고딩동창 M군에게도 전날밤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는데 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상품은 기본 절반이상은 후려치고 봐야된댄다. 중국의 쇼핑문화가 흥정위주라는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M군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꽤나 있었는지 K군보다도 더 자세하게 북경에 관한걸 알려주었다.(당시 K군은 항공회사에서 교육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M군에게 먼저 알릴걸 그랬다.ㅜㅜ

 

 한편으론 왕부정 야시장에서 떡볶이 팔던 그 개깪끼에게 고맙기도 했다. 이미 당한 뒤라서 늦었지만 이로 인해 값진 문화적 충격을 제대로 느꼈고 다시는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으면 된다. 아직 여행 둘째날이니 지금이라도 정신 똑바로차리면 어떻게든 잘 될것 같았다.

 

 식사 다 마친대로 짐싸고 치엔먼(全門)으로 나섰다.

 

 전문에는 색다른 모습이 보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20세기 초반으로 온 것 같았다.

 그곳에는 트램도 다니고 있었다. 근세기의 분위기를 음미하며 거리를 천천히 살피며 돌아다녔다.

 

 

 

 

 

 

 

 

 

 

 

 

 

 

 

 

 

 

 전문거리를 좌측으로 벗어나니 또다른 길이 있었다. 정겨운 시골길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심속의 이런 소박한 길거리가 맘에 들었다. 그래도 북경에서 스탑오버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살피며 사진을 찍는데 어떤 한 중국인 여성이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부탁을 들어준 뒤 그녀 또한 내 사진을 찍어주면서 우리는 동행이 되었다.

 그런데 좀 걸리는게.... 그녀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ㅠㅠ 나도 중국어 거의 모르는 수준이고...ㅠㅠ 이 상황에서 나는 K군,M군,쩌쳰 셋 중의 한명이 절실해졌다.

 그래도 우린 바디랭귀지라도 하면서 전문거리를 같이 돌아다녔다.

 

 

 

 

 

 

 

 

 

 

 

 

 

 

 

 

 

 

 오후 5시쯤 됐을까, K군이 몸담았다는, 그리고 대륙에서 제일가는 북경대를 탐방하기로 하면서 그녀와 헤어지게 됐다. 그녀는 다 좋은데 영어만 할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됐을텐데....ㅠ 아니, 그녀의 영어실력을 탓할 것도 없었다. 영어권을 제외한 국가의 현지인이 영어로 유창하게 말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평범한 한국인이었다면 외국인이 다가오면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도망 안간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나라에 왔다면 최소한 그나라의 인삿말이나 기본회화를 몇개라도 익혀가는게 예의인데 난 여태 다니면서 기본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내가 좀 할줄 알았던 말들은 영어,러시아어 뿐... 프랑스는 자기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나라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다. 서유럽에서는 영어,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어로....

 (이자리를 빌어 대한민국 국민님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외국인이 길물으러, 사진 부탁하러 다가온다면 영어 못해도 좋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상대가 영어로 물어도 무조건 자기나라 말이라도 합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로 얘기해도 좋으니 제발 도망만은 가지 말아주세요ㅠ 외국인이 한국에 왔으면 기본 한국어를 익히는것 또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북경대는 웅장하면서도 컸다.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한 캠퍼스 안에 많은 건물들이 우르르르 몰려있었다. 먼저 간 곳은 북경대 학생식당. 분위기는 우리랑 크게 다를게 없었다 ㅋㅋㅋ

 

 

 

 

 

 

 교정을 계속 걸어다니니, 특이한 건물 한 채가 서 있었다. 지나가던 현지 학생에게 물어보니 북경대 도서관이 맞았다. 북경대 도서관은 꽤나 웅장하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잘 살린 건축양식으로 되어 있었다. 오늘은 내가! 북경대학교 대학생!!ㅋㅋㅋㅋㅋ

 

 

 

 

 

 

 

 북경대학교 교정을 대충 한바퀴 돌고 나니, 하늘은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시각은 아직 7시도 넘기지 않았다. K군이 알려준 딤섬집 금정헌을 지금 당장 갈까 생각했지만 그냥 머릿속이 복잡했다.

 날씨는 꿀꿀했고 어두워지고 있었던데다 돌아다니느라 몸도 지친 상태였다. 호스텔로 들어가서 쉬면서 M군에게 북경에 대한 정보를 더 수집하기로 했다. 이것으로서 둘째날은 크게 만족은 못했지만 나름 무사히 보냈다.

 

 

 벌써 주말이 다가왔다. 이날은 집나온지 33일째 되는 날이었다.(누가보면 가출한 줄 알겠네 ㅋㅋ)

 간단히 씻고 이날은 천안문-자금성-경산공원-북해공원 순으로 돌고 저녁식사는 K군이 추천한 딤섬집에서 딤섬을 먹기로 했다. 그는 비행실습중 중국가게되면 그곳에 가고싶어했다.

 

 천안문 역에서 빠져나와 먼저 보인 곳은 자금성이었다. 자금성에는 모택동 주석의 초상화가 대문짝만하게 걸려져있었다. 자금성 앞 또한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북경은 지하철에도, 자금성 앞에도 보안검색대를 설치한 좀 이상한 곳이었다. 요즘따라 북경에서 테러가 많이 일어났나~O_o

 

 그런데 살펴보니, 천안문 뿐만 아니라 화폐에도 모택동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1원부터 100원까지 모두 그의 얼굴 뿐이었다.

 모택동,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을 혼돈에 빠뜨리고 침체시킨 장본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상화는 지금까지 천안문에 걸려져 있고 화폐는 온통 그만 나왔을 뿐이다. 왜그랬을까? 이건 돌아가서 M군에게 물어보면 될 거 같고 ㅋㅋㅋ

 

 

 

 

 

 

 

 천안문을 통과하여 자금성 입구앞으로 입성했다.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요금표를 보니 학생요금 정가보다 무려 3배씩이나 쌌다.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학생증(국제학생증)을 이용해 엄청난 할인혜택을 받았다. 지금까지 학교학생증 사용했던 사례 중에서 가장 통쾌했던 순간이었다.

 

 자금성(The Forbidden palace)은 꽤나 넓고 방대했다. 방대하면서도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거 자칫 잘못하다간 길을 잃어버리기 쉽상이었다. 그리고 주말인지 엄청난 인파가 자금성을 메우고 있었다.

 

 

 

 

 

 

 

 

 

 

이놈의 인기란 참~ㅋㅋ

역시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어 ㅎㅎㅎ

 

 

 

 

 

 

 

 

 

 

 

 자금성을 지나고 나니 바로 앞에 경산공원이 나왔다. 경산공원의 입장료는 2원이었다. 학생할인이 있다해도 학생할인 받기에는 뭔가 없어보였다. 아무튼 언덕으로 등반!!

 꼭대기에는 거대한 절이 있었고 절 안에는 손이 여러개 달린 부처 상이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금성 쪽을 바라보니, 누런 먼지가 자금성을 뒤덮고 있었다.(역시 북경은 황사로 유명한 곳이었어, 으~~~~ㅠㅠ)

 한쪽 구석에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으면서 사진찍는 문화체험관이 있었는데 첫날 떡볶이 팔던 그 개깪끼에게 엄청나게 털렸던 걸 생각하노라면....ㅠ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역시나 대륙은 공기가 탁했다.

 

 

 

 경산공원을 하산해서 간 곳은 북해공원이었다. 강물은 유유히 북해공원을 따라 흐르고 있었고 강물 위에는 유람선이 유유히 다니고 있었다. 북해공원의 흐르는 강물 위에서 배를 타며 풍류를 즐기면 북경의 제맛을 알 수 있겠지만 나는 베네치아에서 곤돌라 탄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북경은 취직 뒤에도 얼마든지 짬내서 갈 수 있는 곳이니 북해공원에서 보트타는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북해공원 언덕 꼭대기에는 거대한 돌탑이 한대 있었다.

 

 

 

 

 

 

 

 

 

 

 

 

 

 

 돌탑에서 전망을 감상하고 북해공원을 쭉 둘어보았다. 마침 누각에서는 현지 아줌마,할아버지들이 한데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신나게 추고 있었다.

 

 

 

 

 

 

 북해공원은 빠져나가는 길이 다소 복잡한 편이었다. 어디로 빠져나가야 할 지 또 헤매다가 간신히 입구를 찾아서 자금성 성벽을 따라 천안문 광장으로 돌아갔다. 이날도 모택동의 초상화는 천안문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5년 전, 러시아 횡단여행을 구상하고 있었을 즈음에 이상한 미션도 몇개 구상해봤는데 그 중 하나는 천안문에 걸려있는 모택동의 초상화에 낙서하고 오기였다. 물론 말도 안되는 또라이발상이란건 나도 알고 있었다.(진짜로 그랬다간 바로 사형일지도 모름 ㅋ) 그런데 구상했던 여행 미션이 정상이 아닌 또라이같았기에 여행계획을 구상했을 때에도 즐거운 상상에 빠진적 있었다. 어쩌면 나는 여행중 내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원동력은 또라이같은 발상일 지도 모르겠다.

 

 

 

 

 

 

 슬슬 용화궁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는데 마침 통로에는 공안들이 열맞춰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뒤에는 사복차림의 공안들이 따랐다. 행진을 끝낸 한 공안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서 사진촬영을 청했지만 그 공안은 부끄럼을 탔는지 사진 안찍는다고 거절했다.(이봐, 너가 특별하고 대단하니까 같이 찍고싶은건데...ㅠ)

 

 지하도에서 나와 빨간 홍등이 걸린 딤섬집 금정헌으로 건너려고 신호등에서 대기탔다. 횡단보도에 파란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차들은 그걸 무시하고 엄청난 속도로 쌩쌩 달렸다. 파란불 켜졌다고 급히 건넜다간 황천길로 갈 수도 있었다. 보행자 역시 신호등은 무시하고 차 안다닐때 쯤이면 무조건 건넜다.

 역시나 중국인들은 다 그렇진 않겠지만... 대체로 질서의식이 결여되어있었다. 현재 서서히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백년은 더 걸려야 될 것 같다.

 

 금정헌으로 가기에 앞서 잠시 편의점에 들렸다. 목이 컬컬해서 물을 마시고 싶었다. 250ml의 생수는 고작 2~3원밖에 하지 않았다. 가격도 표시되어 있었고 그 가격들은 대체로 저렴했다. 그 편의점에는 한국에서 들여온 참이슬 소주도 진열되어 있었다. 오오오오오오!!!!

 

 

 

 

 

 

 홍등이 걸린 딤섬집 금정헌은 그 건물 자체를 모두 점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은 꽤나 으리으리했다. 일단은 들어가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M군이 추천한 두 종류의 새우 딤섬, 그리고 단호박 떡케이크를 주문했다.

 

 

 

 

 

 

 

 새우 샤오자이즈와 새우 샤오마이는 맛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씹는 맛도 쫄깃했고 입맛도 딱 내 마음에 드는 입맛으로 중독성이 꽤 있었다. 가격이 조금만 더 저렴했더라면 더 먹고싶었다. 괜히 M군이 그 메뉴들을 추천해 준 게 아니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시계는 대략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늘은 이미 어두컴컴해진 상태였다.

 다음날 아침을 사기 위해 다시 그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콜라까지 샀는데도 가격은 7~8원정도로 굉장히 저렴했다. 그리고 바가지도 없었다. 왕부정 야시장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쓴 걸 생각하면 그 편의점은 거의 힐링캠프나 다름없었다.

 

 편의점 밖에는 좀 껄렁거리는 청소년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나를 건들진 않았지만 괜히 얼쩡댔다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내 갈길 쭉 걸어갔다. 어휴~ 험난하긴 험난하네~

 

 마침 호스텔 마당에선 꼬치파티를 열고 있었다. 스탭들은 꼬치를 굽고 있었고 투숙객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꼬치를 맛보고 있었다. 이런자리엔 나도야 빠질 수 없지 ㅋㅋㅋㅋㅋ

 

 이날도 우려와는 달리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 첫 단추는 잘못 꿰었지만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게 낫댔다. 알아서 처신 잘 하고 조심한 덕분에 신체 및 금전적으로 입은 피해는 없었다. 다만 왕부정 야시장에서 제대로 물린 이후로 쇼핑울렁증이란 이상한 증세가 생겼다. 물건을 살때면 유럽에 비해 물가가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값보다 더 주고 샀나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K군과 M군의 말로는 중국은 쇼핑은 흥정하는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유럽에서 대부분의 돈을 썼기에 여유자금이 그리 많지 않았다.

 드디어 내일이면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이군. 그날만큼은 후회없는 하루를 보낼련다.

 

 

 ※ 소소한 팁

 

- 북경은 대체로 교통질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켜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는 신호무시하면서 달리고 사람 역시 빨간불인데도 차가 안다닌다 싶음 그냥 건넌다. 횡단보도 건널 때 파란불 켜졌다고 무작정 건너면 바로 황천길로 직행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건너는걸 보고 뒤따라 건너는 게 안전하다.

 

- 편의점, 왕부정 거리의 동방신천지는 가격정찰제이기에 바가지가 없다. 그곳에서 만큼은 바가지에 대한 걱정없이 안심하고 쇼핑해도 된다.(흥정에 재미붙인 사람들에겐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