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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09 동유럽여행

폴란드(Poland) 단독배낭여행기 Part 3



잠을 설치다 일어나보니 아침 7시 45분정도 되었다. 몸을 가다듬고 겨우 일어났는데 잠시 후 주인 누나가 식사 다됐다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은 식탁으로 갔다.

아침은 오랜만에 맛보는 한식이었다. 된장,삼겹살,그리고 김치 등등, 아침치고는 푸짐했었다.

아침을 다 먹고 나서 옷을 입고 아우슈비츠로 나갈 준비를 했다. 주인 누나에게 아우슈비츠에 가겠다고 인사를 한 뒤 주인장 형이 일러준 대로 아우슈비츠 버스를 타러 크라쿠프 중앙역으로 갔다.

 


 

본인이 투숙했던 오로라 민박집

 

 

 

 

 

 

 

 

 

거리를 천천히 감상하다가 한 30분만에 크라쿠프 중앙역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버스터미널을 찾기가 힘들었다. 역 주변을 좀 헤매다가 백화점으로 들어가보았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이 연결되어있었다. 아, 저기 버스 정류장이 있었구나!! 주인장 형이 일러준 대로 버스플랫폼으로 가서 버스오면 바로 올라타고 가려고 했는데 버스플랫폼으로 가려는 순간, 40대로 보이는 한 허름한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이 본인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 자기도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이라면서 같이가자고 했다. 본인은 그냥 버스에 올라타면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표를 끊으러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일단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차시간은 11시 25분으로 잡혀있었다. 표를 산 시각은 약 10시 30분, 남는시간동안 본인은 외국인 친구 또 만들어서 좋겠구나 라는 생각에 그랑 좀 친해져보기로 하고...

 

그는 출신국가가 독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본인도 출신국가를 얘기하면서 그 다음 여행여정이 독일 베를린이라고 얘기했다. 그도 좀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먼저 그는 '안드라스'라고 소개하고 독일 괴팅엔에 산다면서 그 쪽 대학교에서 화학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는 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본인은 또다른 난관을 겪게 된다. 그는 손상된 카드 마그네틱을 보여주면서 바르샤바를 경유해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가야되는데 더이상 현금을 출금할 수 없게 됐다면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본인도 돈을 아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미안하지만 본인도 가진 돈이 더이상 없어서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최대한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자기의 간략한 신상정보를 본인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ATM기로가서 600zlt만 뽑아서 빌려달라고 했다. 본인은 그에게 더이상 가진 돈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는데도 그는 끝까지 있는돈 최대한 빌려달라고 한다. 그도 어떻게든 집에 돌아가야 되는데다 본인 역시 마지막 여정이 독일 베를린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뒷심무르고 마음여린 본인은 결국 300zlt(약 €60)를 빌려주게 되었다. 그는 19일 아침 9시에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만나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당시 본인은 베를린과 괴팅엔의 거리가 꽤 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아우슈비츠 플랫폼으로 갔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아까 아우슈비츠에 같이 가자면서 아우슈비츠로 가는 버스에 오르지 않았다. 아우슈비츠로 가면서 본인은 내내 찜찜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 단호하게 소리지르면서 경찰을 불렀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어리석게도 조금이나마 믿어보기로 한 본인이었다.

 

그가 본인에게 남겨준 신상정보

성명: Andreas Wladasch

거주지: Kesperhof 16, 37079 Gottingen, Germany

연락처: 00-49-0170-8896399

출생년도:1962년

 

여기서 잠깐!!

혹시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단독배낭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중에서 게중에는 본인과 같이 뒷심이 무르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절대 본인과 같은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

여행을 할 때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먼저 누군가 친근하게 접근한다면 경계를 해야한다. 그리고 무엇을 부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매정해져야 한다.

 

 

일단 남아나는 현금은 거의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집에 송금요청을 해야만 했다. 한 10만원만 요청받을려고 민박집에서 빌린 전화카드와 국제선불카드를 이용해서 집에 전화했는데 본인의 형이 받았다. 이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기간에 열리는 저녁행사때문에 예배드리러 갔었다. 친형이라지만 수화기에 들리는 목소리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형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 알고 있다면서 합법적으로 들어왔는데 병신같이 왜 다 뺏겼냐고 다그쳤다. 그리고 지금 어디냐면서 돈이 없다면 거기서 귀국하면 안되냐고 그런다. 본인은 부모님 들어오시거든 송금요청 전화왔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단은 잠시 내려놓고 아우슈비츠 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관광하는 내내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점심도 간단하게 먹고싶어도 먹지도 못해 쩔쩔매고...

 

유태인 학살 관련 전범들 

 

 

 

 

 

아우슈비츠 제 1수용소는 당시 유태인들이 겪었던 수모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으며 그들이 썼던 물건, 그리고 그 당시의 참혹한 상황들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건물마다 테마가 다 틀리지만 사람이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들을 집단학살하는 것을 주도하는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군들을 한없이 증오하고 싶어진다. 아돌프 히틀러, 그는 절대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를 숭배하는 네오나치즘 스킨헤드에 의한 인종혐오범죄에 의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증오하기에 앞서 그가 화가가 되고싶어했던 소박한 일화가 생각났다. 만약 그가 화가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었다면 이런 아픈역사는 세계사에 없었을 뿐더러 인종혐오범죄도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유년시절을 살펴본다면 그 역시 사랑을 모르고 자란 불쌍한 사람이라는 연민이 들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그 역사를 통해 살 것이다.

 

머리통이 처참하게 부서진 인형이 당시의 상황을 잘 시사하고 있는 듯 했다.

 

 

 

 

 

 

유태인 학살을 주도하던 나치당 총통 아돌프 히틀러와 무솔리니, 만약 그가 화가의 꿈을 이루었다면 이런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유태인 수감자들 사진

 

 

철조망으로 둘러싸진 아우슈비츠 초소(?) 분위기는 그야말로 폐쇄적이고 억압적이었다.

 

 

 

 

 

유태인들을 총살하던 장소

주로 탈주를 시도하다 실패해서 잡힌 그들을 본보기로 공개처형 시킨 듯 했다.

 

 

사형대에 끼워진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

관광객들은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 사진들을 끼워넣은 것인가...?

 

 

아우슈비츠 가스실

 

마침 6번수용소를 다 구경하고 나올 때에 낯익은 한국인이 본인을 불렀다.(중략.....)

 

돌아다니면서 사진찍으며 구경하다가 구경을 다 끝마치니 한 오후 3시정도 된 듯 하다.

다시 공중전화로 가서 집에 전화했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셨다. 송금요청을 하기에 앞서 형한테 전달을 받았냐고 물어봤더니 전달을 못받았다고 한다.(정말 도움이 너무 안된다.ㅡㅡ;;) 일단 집에 10만원을 송금요청했는데 어머니는 20만원 부쳐주겠다고 했다. 그 소리에 어머니께 한없이 죄송해지기만 했고 나중에 귀국한 뒤 생각할 수록 그 독일인을 엎어놓고 패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버린 물...(그새끼 때문에 소금광산 및 시내를 구경 못한 채 서둘러 베를린으로 가야만 했다.) 전화를 끝마치고 제 2수용소로 가려는데 마침 거기서 민박집 주인장 형을 만났다. 지금 아우슈비츠 제 2수용소로 간다고 했는데 이번에 오게 될 셔틀버스가 막차라면서 시간이 없는대로 전망대만 살짝 구경하고 오라고 했다. 일단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웬 귀여운 꼬맹이들이 본인을 신기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본인은 애들만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_+ 이래서 소년부 교사도 별로 꺼리낌없이 맡은 것일까...?

 

 

폴란드 소년들

 

잠시 후에 플랫폼에 한 할아버지께서 오셨다. 그러더니 제 2수용소 가는 버스 여기오냐고 물어봤는데 본인도 아우슈비츠 제 2수용소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본인에게 무슨 하고싶으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알 수 없는 폴란드어를 늘어놓으셨다. 게다가 그 할아버지는 영어를 거의 모르시기에 영어보다는 러시아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본인과 아우슈비츠 제 2수용소를 동행했던 폴란드 할아버지

 

 

 

아우슈비츠 제 2수용소로 가는동안에 그 할아버지랑 친해졌다. 그 할아버지가 읊는 폴란드 단어 하나하나에 본인은 무슨 뜻인지 모른 상태에서 애써 따라했다. 또 창가에다 년도를 적었는데 자기는 1929년에 태어났다고 한다.(이 할아버지 참 오래사셨군 ㅋㅋ)그런데 느낌상 그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약간의 치매증세가 있었는지 계속 아무이유없이 'Thank you very much'라고 중얼거렸다.

혼자왔다면 전망대에 올라가서 전경만 쭉 둘러보고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뭐 모처럼 그 할아버지랑 같이 왔으니 간단하게 한바퀴 쭉 돌고 사진찍고 셔틀버스를 다시 타기로 했다.

 

 

 

 

아우슈비츠 제 2수용소 전경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본인은 그 할아버지를 끌고 급히 정류장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늑장을 부렸다. 또 심지어는 중간에 다른 길로 새려고 했다. 이제는 그 할아버지께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그 할아버지를 정류장까지 끌고오는 데 성공했지만 막차는 이미 가 버리고 없는 듯 했다. 본인은 그 할아버지 덕분에 셔틀버스를 놓쳤다. 아이고~ 이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꼼짝없이 갇혔네~♬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패키지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살았다 싶어서 그 관광객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있는데 중간에 그 할아버지가 폴란드어로 그들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 본인은 그 할아버지를 제지하고 관광객들에게 본인과 그 할아버지를 아우슈비츠 1수용소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관광객들은 자기네들도 일단 가이드에게 잘 얘기를 해야하니 버스로 가서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일단은 관광객들과 동행해서 가이드와 얘기하러 주차된 버스로 갔다. 다행히도 가이드는 아우슈비츠 제 1수용소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본인은 그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려고 했는데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또 가이드는 지금 일정대로 관광객들이 출발해서 체코로 가야하니 시간이 없다면서 얼른 타라고 했다. 혼자만 제1수용소로 가자니 한편으로 그 할아버지께 좀 미안하기도 했다. 잠시 후 본인은 제1수용소까지 왔고 제 1수용소에서 내리려고 할 때 쯤에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마이크로 작별인사를 하고 본인과 가이드는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에서 같이 내렸다. 일단 가이드에게 태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 했다. 근데 가이드는 농담조로 한국인인데 한국말 왜그렇게 유창하지 못하냐고 한다.^^;;(원래 본인은 화술이 좀 딸리는 편입니다...ㅠㅠ) 마침 눈 앞에는 크라쿠프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가 와 있었다. 아쉬운대로 크라쿠프 시내로 고고씽~

 

크라쿠프 중앙역에 도착하니 밖은 벌써 어두컴컴해 있었다.

민박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씨티은행에서 필요한 현금을 출금과 동시에 잔액을 확인하고 시가지를 좀 구경하기로 했다.

씨티은행에서 잔액을 확인해 보니 2월 15일에 들어오기로 약속된 아르바이트 급여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넣어달라고 사정을 했건만 그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가지를 감상하다보니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점심을 못 먹었기 때문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허기진대로 본인은 끼오스크로 가서 햄버거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햄버거의 가격은 약 4zlt(기억이 잘 안남...ㅠㅠ) 그런데 햄버거는 생각보다 컸고 양이 많았다.

 

 

 

다 먹고 천천히 거리감상하는데 또 다른 끼오스크에서는 옆에 담배를 진열했다. 본인의 절친한 친구중의 한 놈이 애연가라 담배를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경비를 아껴야 할 상황이라 그럴 수는 없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본인의 짐이 없어졌다. 그 때 주인장 형이 나타나서 본인의 짐은 다른 빈 방으로 다 옮겨놨다고 하면서 자기 짐 잘 확인해보라고 했다. 일단 방에서 짐 정리를 하고 그 전에 집에 전화를 해보려고 했으나 그 때 한국은 전부 다 잠든 새벽녘이라 전화는 내일아침에 하기로 했다. 일단은 급한대로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본인이 경찰관에게 당했던 일들을 이메일로 보내기로 했다. 이메일을 보내려고 할 때 주인장 형과 누나는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 때 편지를 쓸 땐 감정이 상당히 격해진 상태라 글을 제대로 쓰지 않은 상태로 보냈다. 그리고 싸이월드 일촌과 네이트온 친구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말하면서 폰번호를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우크라이나 경찰들에 대한 폭언과 저주가 섞인 전쪽을 보냈다. 독일 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독일 영사부와 대사관 전화번호를 가져가고 본인이 예약해뒀던 독일 호스텔 'Heart of Gold'의 위치 및 연락처를 다시 한 번 필기하면서 새겨두었다.

 

컴퓨터를 좀 했더니 또 출출해졌다. 쇼핑백 안에는 신라면 하나만 남아있었다. 일단 그걸로 영양보충하고 독일에 대한 정보, 본인이 찍은 사진을 좀 정리하다가 내일을 위해 잠에 들기로 했다. 이날 방은 히터기를 충분히 틀어놔서 춥지않은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리하여 큰 사고는 없었지만 2월 17일은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