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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09 동유럽여행

우크라이나(Ukraine) 단독배낭여행기 Part 5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아직 8시도 넘지않은 시각이었다. 그러고보니까 유럽와서는 아주 늦게 일어나도 아침 9시 좀 넘어서 일어났다. 재작년 여름에 제대한 이후로는 알바할때 빼면 가장 일찍 일어난게 아침 9시 좀 넘어서였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어쨌든 여유롭게 씻고 컴퓨터 좀 했다. 네이트온엔 여전히 본인의 많은 지인들이 접속해 있었다.

교회 청년회 클럽에 가보니 교회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가 '오늘 발렌타이데이는 자기에게 절망의 날이라며 블랙데이때 자장면이나 먹어야 겠다'는 재밌는(?) 글을 남겼다. 그러고보니까 블랙데이가 본인의 생일이다...ㅠㅠ 오늘같은 날을 생각하니 옆구리가 시리기만 했다.ㅠㅠ 아침을 먹으러 가기 전에 카운터에 있던 여자임직원에게 오늘 발렌타이데이인데 본인에게 뭐 줄거 없냐고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어색한 웃음^^;;)

 

그러고보니 오늘은 체크아웃하고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하는 날이다. 어제 깜빡하고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는데 잘생긴 남자 임직원에게 여기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 임직원은 르보프 중앙역과 버스터미널에 통화를 해봤는데 가격을 적어줬다. 버스이동은 215UAH(우리돈으로 약 4만원), 기차이동은 400UAH 좀 넘어가는 가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제버스터미널로 가려면 오페라 극장앞에서 71번이나 180번의 마르쉬루뜨카를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또 폴란드로 가는 버스시각은 오후 2시, 오후 4시, 밤 9시 30분에 있다고 했고 마르쉬루뜨카의 가격은 1.2UAH정도 한다고 한다.(마르쉬루뜨카 가격도 정확히 기억이 안남...ㅠㅠ 한 2UAH정도 줬나;; 어쨌든 껌값) 어쨌든 아침먹으러 부엌으로 고고씽~

 

 

아침은 빵, 사과찜, 우유, 여러종류의 잼, 버터였다.

 

 

오늘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좀 곁들여서 먹었다. 아침은 이렇게 해결하고 ㅋㅋ

컵라면을 거의 다 먹어갈 때 미모의 여자 임직원이 지나갔다. 본인은 잠깐 세우고 사진 또 찍어주고 ㅋㅋ

 

 

 

사진이 잘 못나와서 그렇지, 이 임직원 역시 본인의 스타일이다 ㅋㅋㅋ

 

이번에는 부엌 내에 있는 전시품들을 찍어봤다.

 

 

 

눈가리개를 한 이 대머리 남자의 정체는 과연 어떤사람일까...?

 

 

 

 

여건이 되면 이 정복을 잠깐 내리고 입어서 찍으려고 했다.

 

정말 오늘같은 날은 르보프를 떠나기 싫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르보프의 매력에 이끌리게 되고 이상하게도 더 머무르고 싶었다. 그런데 내일은 폴란드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주일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고 원래는 낮 12시에 체크아웃 해야했으나 사전에 본인은 차시각에 맞춰서 체크아웃 하겠다고 했다. 다시 카운터로 갔는데 총을보는 순간 본인에게 장난끼가 발동했다. 그래서 일단 전투복 야상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사진촬영 고고씽~~!!

 

 

 

야비군 훈련은 이런식으로 받아야 제 맛이다 ㅋㅋㅋ

 

 

 

이번에는 미모의 임직원에게 본인의 전투복 야상을 입히고 포즈를 취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한사코 거절을 했다...ㅠㅠ

어쩔수 없이 그냥 해맑게 웃으며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을 한 컷 찍어주고

 

 

 

 

 

 

오전 11시쯤 되서 본인은 쇼핑을 하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일단은 샴푸는 거의 다 떨어졌으니 조그만걸로 하나 사고 보드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사가기로 했다. 보드카는 어떤걸로 살까 고민고민하다가 너무 큰 걸로 사면 들고 다니기 힘든 데다가 파손될 우려도 있고 세관에서도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0.5L짜리 하나 사들고 가기로 했다. 이 보드카를 개강총회 및 신입생 환영회때 쓰기로 했다. 어쨌든 보드카는 크로스백 안에다 집어넣고.....

 

 

 

 

대충 필요한 것들을 다 사고나서 이번엔 전망대쪽으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그냥 호스텔로 들어가도 됐으나 안가보면 나중에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전망대 쪽으로 길을 향했다.(귀국해서 그 언덕의 이름을 검색해봤더니 '성채언덕'이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체로 조용했고 평화로워보였다. 시내에서 한 30분정도 걸었더니 전망대가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이 가파랐다. 적어도 눈이 쌓이지 않았다면 올라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눈이 많이 쌓인 상태라 자칫 잘못해서 미끄러지면 큰 부상을 입기 쉽상이었다. 송신탑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대충 30분정도 걸린 것 같았다. 드디어 꼭대기다!!

꼭대기에서는 리보프의 전경이 한눈에 훤히 보였다. 이런 아름다운 전경들은 꼭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사진 촬영 모드 돌입!!

 

 

 

 

성채언덕 꼭대기에서는 우크라이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참 이럴 땐 동행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걸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본인은 이런 곳까지 와서 이색적인 포즈를 취한 본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한 20분동안 꼭대기에서 전경을 감상하고 내려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올라가는 길보다 더 위험했다. 게다가 자칫 잘못했다간 크로스백 안에 들어있는 보드카병이 깨지기 쉽상이었다.

 

그런데 언덕 중턱에서 해프닝이 하나 발생했다. 술에 취한 것 같은 한 남자가 한 쌍의 연인에게 눈을 던지는 것을 봤다. 처음에는 그와 그 커플이 서로 아는사이인 줄 알았고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본인과 그가 마주쳤을 때, 갑자기 본인에게 눈을 던지더니 경멸하는 눈으로 노려보면서 뭐라고 뭐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이 '넌 왜 우리나라에 와서 지랄이냐 얼른 니네나라로 꺼져라'는 메세지를 던진 듯 했다. 당황한 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멀리 도망쳤다. 잠깐동안은 '저새끼는 내가 싸워서 충분히 승산을 볼 수 있었을텐데 바보같이 왜 도망왔지'라는 생각에 분노를 했지만 키예프에서 우연히 만났던 교포가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나면서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가 본인의 멱살을 잡은 것도 아니고 침을 뱉은게 아니라 눈덩이를 던진 것으로 끝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어쨌든 시내까지 무사히 내려왔고 마침 길 앞에 맥도날드가 보였다. 일단 오늘 점심은 치즈버거세트로 간단하게 때우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본인은 사람들의 시선에 하나하나 주목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맥도날드 직원들은 영어를 좀 해서 다행이었고 본인에게는 다소 친절하게 대해줬다. 또 거기서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그들이 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기해하는 시선이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다녀보니 본인이 묵는 호스텔은 정말로 찾기 힘들었다.(이놈의 길치근성은 언제쯤에 없어질까요?ㅠ_ㅠ) 무엇보다도 걸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높게 쌓인 눈덩이와 체격이 건장하거나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남자, 그리고 여러명에서 몰려다니는 남자들을 비켜다니는 것이었다. 지나가다가 주인 없는 개 한마리 사진 찍어주고

 

 

 

계속 길을 갔는데 마침 야외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앞에는 장식품으로 되어있는 검은 차가 있었다. 한 가정을 이루게 될 한 쌍의 부부, 크~~ 부럽다+_+ 그것도 발렌타이데이때... 그러나 그들은 앞으로 살면서 헤쳐나갈 난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본인은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호스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30분동안 더 헤매다가 본인은 간신히 호스텔을 찾았다. 일단은 많이 젖은 관계로 호스텔에서 저녁 6시까지 쉬다가 폴란드로 가기로 했다. 또다시 양말과 신발을 벗고 라디에이터에다 말렸다.

 

 

 

 

컴퓨터를 하면서 좀 쉬고 있는데 갑자기 또 사진을 찍고픈 충동이 다가왔다. 그래서 또 다른 임직원의 사진 또 찍어주고 ㅋㅋㅋ

그런데 문짝에는 바구니가 하나 걸려있었다. 바구니 안을 살펴보니 본인에게 쓴 메세지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엔 본인의 이름이 아닌 본인의 아버지이름으로 되어있었다.(그 때 신용카드로 예약수수료를 계산 할 때 아버지의 카드로 했었음)

 

 

 

 

 

홀에는 두 명의 여자 임직원이 있었고 본인은 인터넷으로 다음 여행지인 폴란드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었다. 이 때 또 다른 여자임직원이 출근을 했다. 그리고 같은 여자끼리 버드키스로 애정표현을 나타냈다.>_<(으~ 남사스러워라;;)

보아하니 버드키스는 친한 사람끼리 나타내는 친밀감의 표시인 듯 했다. 부엌으로 커피마시러 가기 전에 블랙보드를 잠깐 봤는데 오늘 저녁 7시에 클럽에서 발렌타이데이 파티가 있다는 공지가 있었다. 본인도 가서 즐기고 외국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교회는 대부분 천주교 형태의 교회인데다가 내일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주일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짐을 챙기고 떠나야만 했다.

 

부엌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좀 쉬고 짐을 챙겼다. 짐을 챙기면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폴란드까지 무사히 넘길 수 있었으면 하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이 때 본인은 트람빠이가 마르쉬루뜨까인줄 알았다;;)

짐 싸고 떠나려고 할 때 게스트로 보이는 남자가 쇼파 위에 누워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본인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적모드를 하고 있는 훈남의 횽님 ㅋㅋㅋ

 

본인은 임직원들과 아쉬움을 담은 작별인사를 하고 폴란드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일단은 마르쉬루뜨카를 잡으러 오페라하우스를 갔다. 그 때 본인은 트람빠이를 마르쉬루뜨카로 착각하고 있었다. 정류장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이었다. 일단 본인은 몇몇 사람들을 잡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다들 잘 모른다고 죄송하다고들 그런다...ㅠㅠ 이러다가 폴란드도 못가게 생기겠다; 그러다가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한 처자를 붙잡아서 물어보았다. Avtovokzal로 가는 71번이나 180번 마르쉬루뜨카를 잡으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구... 그녀 말로는 끝에까지 쭉 직진하다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했었다. 본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쭉 직진하다 오른쪽으로 꺾었는데 도무지 통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다시 오페라하우스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아까 그 처자가 본인에게 왔다. 그 버스를 타는 곳을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아직까지 본인은 트람빠이를 마르쉬루뜨까로 착각하고 있었다.-_-;) 길을 같이 가는 동안에 여러가지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타냐(Tanya), 영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알았고 일본 여자의 친구를 한 명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같은날 초콜렛 준 남자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녀 또한 남자에게 초콜렛을 못줬다고 하고 본인 또한 못받았다고 했다. 이러면서 급친해진 본인과 따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본인은 감사의 표시로 따냐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ㅋㅋ

 

 

 

 

그녀와의 달콤한 발렌타인의 키스는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녀와 저녁도 같이 먹고 전망 좋은 곳에 놀러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본인은 본인대로 폴란드로 떠나야만 했고 그녀도 역시 갈 길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남아돌았다. 그런데 오늘이 다른 날이 아닌 발렌타인데이였다. 살면서 오랫동안 여자들에게 초콜렛 못받은게 서럽기만 했고.... 문득 두 여자가 호스텔에서 키스를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맞추려는데.....

깜짝 놀란 그녀는 살짝 본인을 제지했다. 그런데.....?

본인을 제지하던 그녀는 오히려 본인의 입을 맞추는 거였다. 아뿔싸!!!

 

우리 둘은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각자의 연락처를 주고 작별인사를 했다.

 

아직도 단어에 혼동을 가지고 있는 본인은 트람빠이 정차장소까지 가서 트람빠이 숫자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나 대개는 네 자리의 숫자, 창문에 적힌 번호는 1번 아님 2번이었다. 이 때 지나가던 장난스런 현지청년 3명이 본인을 보더니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했다.

순간 한국말로 인사를 했지만 그들이 본인을 일본인으로 대접해주니 나름 기쁘기도 했다.(내가 일본인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 왜 기뻐해야했지?;)

 

여기서 잠깐!!

유럽사람들은 동양인 중에서 일본인을 가장 우대해준다!

 

마침 혼자다니는 이쁜 처자가 본인의 옆에 있었다. 먼저 간단한 인사를 하고 ㅋㅋ 근데 그녀는 영어를 잘 못하는 모양이었다. 뭐 이젠 리보프에서 막판이니 러시아어를 쓰기로 했다. 먼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트람빠이를 보고서 혹시 이건 뭐냐고 러시아어로 물었다. 그 여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트람빠이', 그렇다, 그 전차같이 생긴 것은 '마르쉬루뜨카'가 아니라 '트람빠이'였다. 여태 본인은 단어의 혼동속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_-; 흔히 중부권 유럽국가에서는 그것을 '트램'이라고 부른다.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알아서 포즈를 잡아주었다. 그 이쁜 처자의 사진도 찍어주고 ㅋㅋ

 

 

그녀는 엘프같았다.

 

작별인사를 하고서 본인은 마르쉬루뜨카를 잡으러 아까 그 장소로 다시 갔다. 그런데 71번이나 180번은 아무리 봐도 오지를 않았다. 게다가 본인이 아직 러시아어가 너무 짧다 보니까 거기서 Avtovokzal로 가는 버스 편명을 선뜻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오페라하우스 그 곳으로 돌아오게 됐고...ㅠ 마침 71번 마르쉬루뜨카가 세워져있었다. 이 때다 싶어 본인은 마르쉬루뜨카를 잡았다. 잘못 탔나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계는 아직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행히도 마르쉬루뜨카는 Avtovokzal로 가는 것 같았다.

 

20분뒤, 본인은 국제버스터미널 Avtovokzal에 제대로 도착했다. 이 때 시계는 아직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은 아직도 충분히 남았다. 그런데 표를 끊는 게 문제다. 호스텔 임직원 언냐가 키릴 문자로 된 예상문답지를 본인에게 줬었는데 그걸 그대로 읽으면서 물어봐도 됐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좀 걸리고... 아직 키릴문자를 능통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본인은 비장의 초필살기를 쓰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노트에 키릴문자로 "리보프->바르샤바" 오늘 시각으로 9시 30분에 떠날건데 얼마냐고 러시아어로 수첩에 적어서 창구에다가 냈다. 창구 아줌마는 215UAH 내라고 했다. 이리하여 폴란드로 가는 버스표를 별 어려움없이 구할 수 있었다. 표를 구하고 축축하게 젖은 신발과 양말을 말리기 위해 신발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휴지로 닦았고 양말은 새 것으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잠시 15분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공중화장실을 좀 감상했다.

 

 

 

 

 

화장실을 나왔더니 좀 출출해졌다. 그래서 간단한 식사라도 하러 윗층에 올라갔는데 거긴 외형이 스킨헤드 같아보이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좀 위험하다 싶어서 밑의 가게로 내려와 7UAH의 초콜렛 들어있는 크로와산을 하나 사서 그걸로 허기를 달랬다. 다 먹고 나서 공중전화로 가서 준식씨에게 전화걸어서 무사히 우크라이나 여행을 마치고 폴란드로 떠나게 됐다고 안부를 전했다. 그러나 그 앞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아아, 이제 한 30분 뒤면 폴란드로 떠나게 되는구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본인은 플랫폼 외곽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처음에는 플래쉬를 두 번 터뜨리는 모드로 맞춰놓고 사진을 촬영했다. 그런데 사진이 제대로 안나왔다. 이번엔 노플래쉬 모드로 맞춰놓고 사진촬영을 하려했다. 바로 그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말로만 듣던 검문경찰이었다. 알 수 없는 러시아말로 뭐라뭐라 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여권이냐고 되물어보았을 때 그는 끄떡이면서 여권을 보여주라고 한다. 관련카페에서 참고했던 대로 우크라이나 여행 중에 이런 불시검문이 일어날 것은 예상했었다. 그래서 일단 여권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그는 이상쩍게 여기더니 같이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이 때, 다른 쪽에서 경찰 두 명이 더 나타났다. 그들은 본인에게 베트남에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조사해야 할 것이 있으니 차 안으로 연행했다. 한국인은 우크라이나에 90일동안 무비자로 있다가 갈 수 있다는 설명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들은 본인을 뒷좌석 가운데에 앉히더니 옆에 각각 2명이 앉아서 포위했다.그리고 짐을 풀라고 하더니 본인이 가지고 있던 짐을 다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색 도중에 정복의 경찰은 본인의 인적사항을 물어보았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정복의 경찰은 본인의 인적사항을 받아적었다. 크로스백을 뒤지던 정복차림의 경찰이 핸드폰 로밍백을 꺼내면서 이건 뭐냐고 물어봤다.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이라고 말했고 더 뒤질 게 없어지자 현금을 보여달라고 했다. 지갑을 열라고 명령하고 아무문제 없을거라면서 50UAH를 빼가고 풀어주었다. 약 20분동안 공포의 시간을 겪었다.

 

이 때 폴란드로 가는 버스 출발시각은 5분을 남기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더러웠다. 폴란드 버스에 올라타면서 한 선량해 보이고 영어 좀 하는 우크라이나의 아줌마에게 본인은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아주 엿같았다면서 나중에 귀국해서 자국민들에게 다 알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버스가 출발한 지 한 2시간 뒤에 짐정리를 대충 했는데 로밍핸드폰 백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 떨어뜨렸겠지 라고 생각하고 바닥을 찾아봐도 로밍핸드폰백은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로밍핸드폰 백은 온데간데 없었다. 거기 안에는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LG-LB6300(샤인폰)), 핸드폰에 딸린 교통카드와 USB메모리 저장장치, 로밍핸드폰 충전기가 들어 있었다. 급해진 본인은 대사관에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대사관은 근무시간이 아니었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고 긴급연락처 안내멘트가 나왔다. 그래서 그 멘트가 알려준 긴급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전화해 보아도 그 연락처는 핸드폰이 꺼져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러시아어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본인은 급한대로 집에라도 전화를 걸었다. 폴란드로 떠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일을 당했다고 알렸다. 본인의 아버지는 여행자보험 사이트나 전화번호 가진 거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잠시 후에  그리고 본인은 계속해서 긴급연락처에 통화시도를 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받지를 않았다.

 

국경검문소에 다 다랐을때, 국경수비대가 버스에 올라타서 모든 승객들의 여권을 걷어갔다. 잠시 후 버스운전기사가 본인에게 잠깐 내려서 검문소로 가보라고 한다. 검문소에는 또 다른 우크라이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관광목적, 나이, 생년월일, 직업,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떠난 뒤의 계획, 우크라이나에 형제나 아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우크라이나 왔는지 물어보았다. 모든 질문에 성실한 대답을 마치고 나서 그는 본인의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어주고 버스안으로 가보라고 한다. 잠시 후 여권을 다시 돌려받았고 이번엔 폴란드 입국심사대로 가게 되었다. 또다시 국경수비대가 와서 여권을 걷어가고 거기서 짐 검사 받았다.

 

 

 

 

마침 그 때 로밍 핸드폰으로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LIG보험회사였는데(당시 본인이 가입한 보험회사는 동부였음) 이런 일을 당해서 많이 놀라셨겠다고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물어본 후에 자기네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면서 회원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었다. 회원번호를 가르쳐 줬는데 그 회원번호는 우리 LIG의 것이 아니라면서 그래도 본인의 아버지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것 같으니 그 쪽 전화번호라도 집에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통화를 마쳤다. 짐을 다시 버스 안에다 넣고 버스에 올라탔고 본인은 계속 더러운 기분으로 얼굴살을 구기다가 마침내는 잠이 들게된다.

 

 

본인이 경찰들에게 봉변을 당했던 리보프의 Avtovokzal 국제버스터미널

 

 

 

여기서 잠깐!!

러시아와 CIS국가는 아직 사회주의체제가 잔존하는 지라 곳곳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찰은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외국인들을 용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검문을 한다.

우크라이나 경찰 역시 요즘은 IMF시대를 맞이하게 되어서 국가붕괴위기에 직면하게 되어 돈에 환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본인이 뒤늦게라도 익힌 대처요령을 알려서 그다음 우크라이나로 여행하게 될 후배여행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이자 사명이다.

일단 경찰들이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면 불법으로 들어오지 않은 이상 쫄지말고 여권을 보여주도록 한다. 그래도 경찰이 불법적으로 연행하려고 한다면 지체말고 로밍핸드폰으로 바로 대사관이나 비상연락처에 전화를 걸도록 한다. 만약 본인같이 대사관 근무시간도 아니고 비상연락처 담당자가 출장 등으로 통화가 되지 않는 경우, 이러한 때를 대비하여 현금과 금품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따로 숨겨두도록 한다!! 그리고 경찰서까지 같이 가는 게 낫다!!

또 경찰에게 검문받아서 아무일 없이 무사히 나왔다고 해도 그들의 특징을 자세하게 숙지하고 아래 사항들은 꼭 필히 알아두거나 메모해두는 버릇을 들이도록 한다!!

 

-그들끼리 부르는 호칭 잘 들어둘 것!

-명찰

-소속마크

-그들이 했던 특이행동

-차량번호

-차종, 차의 특징

-계급장으로 보이는 것

-베레모를 쓴 군복경찰일 경우, 베레모의 색깔도 잘 확인할 것!!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현장 및 그들의 자동차 사진촬영도 필히 해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