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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ggis Khaan Power Trips/2013 속성여행(동유럽+대만)

수업 땡땡이 치고 떠난 나쁜 해외여행(귀국 편)

 

 

 

 

 

 이날도 대만의 아침은 어김없이 밝아왔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찌푸둥했다.

 이날은 대만의 마지막 날이었다.

 짐싸는 내내 아쉬운 생각만 들고 들었다.

 

 

 짐 다싸고 체크아웃 한 뒤,

 알렉스에게 한국에서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아침은 편의점에서 큰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편의점 진열대에는 반가운 한국산 신라면도 볼 수 있었다.

 

 

 

 

 

 역시 우리의 것이 최고여~!ㅋㅋㅋ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간 곳은 228 평화공원

 가이드북 내용에 따르면 장개석과 국민당에 대한 배신의 아픔을 생생히 남겨놓은 곳이라고 한다.

 

 

 

 

 

 

 

 

 

 

 

 

 

 

 

 

 228 평화공원 주변의 야자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뿜었다.

 공원 곳곳에는 몇개의 기념탑이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호수와 누각이 있었다.

 이날의 228 평화공원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쭉 들어가보니 공원의 왼편에 큰 건물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228 기념관이었다.

 학생할인이 있다고 하길래 녹색의 학교학생증(국제학생증)을 제시했다.

 매표소를 지키는 늙은 직원은 학생증을 보더니 무료로 입장하게했다.

 

 

 짐 보관대에 짐을 맡기고 여권을 맡기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당시 2월 28일에 일어났던 228사건은 우리나라의 광복 전후쯤에 일어난 일이라

 일본에 대한 언급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만 역시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한 적이 있었기에...

 (근데 왜 대만은 일본을 그렇게나 좋아할까)

 

 

 모두 영어나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자세한 정황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세금이 없는 담배를 팔던 한 노파에 의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장개석의 군대가 민중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것도.

 대체 대만을 건국한 장개석은 대만에서 어떠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228기념관을 얼추 다 돌았을때 즈음,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대만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친절한 관리인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보내줬다.

 

 

 

 

 

 

 

 

 타이페이 중앙역은 생각보다 크고 복잡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대로 헤매다가 버스터미널을 못 찾을 뻔했다.

 지나가던 사람, 근처 호텔 종업원들에게 묻고 물어서 겨우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12시 30분쯤, 낡아보이는 공항버스는 터미널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지나가는 길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텔과 교회도 볼 수 있었다.

 

 

 

 

 

 도심속엔 이런 사찰도 있었다.

 

 

 그런데 가는 내내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공항버스는 공항으로 쭉 가는게 아니라 시내를 뺑뺑 도는 것이었다.

 나 이거 잘못 탄게 아닌가?

 

 

 다행히도 버스는 타오위안 공항까지 왔다.

 이 때 시계는 2시넘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짐을 보내고 티켓을 발급받고 공항을 둘러봤는데

 타오위안 공항은 여지껏 내가 본 적이 없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여기까진 애교에 불과했다.

 

 

 출국수속을 밟고 게이트로 갔더니!!

 

 

 

 

 

 

 

 

 온통 헬로키티로 도배되어 있었다.

 수유실부터 놀이방, 휴게실, 그리고 세계시계 등등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공항 자체가 관광지였던 것이다.

 아마 내가 여자였다면 이 공항을 죽어도 떠나기 싫었을 것이다.

 

 

 청사쪽을 바라보니 밖은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륙시간이 됐는데도 게이트는 개방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뭔일인가 싶어서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악천후의 날씨 때문에 이륙시간이 늦춰졌다고 한다.ㅠ

 덕분에 공항에 한시간 더 갇혀있게 됐다.ㅜㅜ

 

 

 약 4시쯤 되서야 게이트는 개방됐고

 사람들은 일제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비행기는 도무지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부 승객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5시를 넘어서야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상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대만, 너도 이제 안녕!!

 

 

 

 

 

 

 

 

 

 

 

 

 

 

 

 

 

 한국에 돌아왔을 땐 이미 어둠이 깔린 뒤였다.

 귀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갔을 땐 시원한 밤바람이 불었다.

 이것으로써 8박 9일의 나쁜여행은 모두 끝마쳤다.

 짜릿하고 유쾌했던 추억들은 모두 내려놓고

 다음날, 나는 다시 학교수업으로 돌아갔다.

 

 

 헝가리에서 만난 디에구 실바,

 대만가는 길에 만난 찌압,

 대만에서 만난 알렉스 브레인과 체리 황.

 그들이 있었기에 나의 여행은 의미가 값졌고 빛이 났다.

 

 

 

 

 

 

 

 

 

 

 

 수업 제끼고 여행떠난건 결코 잘한 짓이 아니다.

 필자는 이번 땡땡이 여행에 대한 합리화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번학기 학점과 맞바꿔 떠난 여행에 대해선 어떤 후회도 없다.

 학점은 취업되거나 대학원에 합격되면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하지만

 추억은 죽을 때 까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있을 독자들에게 고합니다.

 웬만해서 수업 제끼고 떠나는 여행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졸업요건도 거의 만족한 상태였고

 전체평점도 나쁘지 않았던데다 일상에 큰 지겨움을 느꼈고

 1년만의 과생활에 적응못한 상태였기에

 과감하게 수업제끼고 나쁜여행을 떠난 겁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이 있는 자리에서 충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선을했는데도 정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만

 이런 일탈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탈을 하시더라도 할 건 어느정도 해놓았는지,

 그리고 일탈 뒤의 후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다시한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C대 해양학과 소속의 박문진 교수님,

 이 글을 읽고계실지 모르겠지만

 무단으로 결석하고 멀리 여행떠나서 죄송합니다.ㅠㅠ

 이게 잘한 짓이 아니란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20대의 마지막인데다 마지막 학기였기에

 머릿속에서 안지워질 추억을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회에 나가고 취업해서는 바르고 성실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